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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udie Mar 06. 2024

사랑한다는 말의 무게와 농도

수없이 많은 단어의 반복.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사랑해'였다. 돌려서 말하는 방법을 잘 모르겠던 나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말을 직역해 이야기를 해왔다고 생각했다. 내 모든 행동에 그 단어가 포함된 걸 깨달은 지는 얼마 되지 않은 듯하다. 조금 바보 같은 생각일까. 그걸 몰랐다고 하는 게 우스운 게 아니려나. '사랑해' 그 단어의 무게를 안 순간부터 나의 행동을 돌아보기 시작했다는 게. 나의 모든 행동은 다 그 단어를 표현하기 위해 움직였다. 돌이켜보면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던 거지. 그리고 그걸 그 사람이 몰랐을 리도 없겠지. 그러니 내게 이만큼이나 동시에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겠지.


그 사람이 예전보다 덜 다정하고, 예전보다 무뚝뚝해지고, 금세 내가 싫증 난 건 아닐까 걱정하고, 나를 너무 편하게 여기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나를 돌아보다 우연히 그 사람을 돌아봤을 때, 나를 너무 잘 알게 된 사람이라 나를 편하게 대하는 건 맞지만 싫증이 났다거나 무뚝뚝해진 게 아니었다. 내가 조금 더 사랑이 짙어져 조금 더 끈적한 농도의 깊은 사랑을 요구했을 뿐, 그 사람은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었고, 하물며 그 사람의 행동도 더 다정하고, 더 애정이 깊어져 있었다. 가만히 돌아보면 예전엔 해주지 않던 표현들도 해주고 있었고, 예전보다 목소리 톤이나 말의 표현들이나 어느 하나 다정하지 않은 게 없었다. 그저 상승곡선이 나는 조금 경사지고, 그 사람은 완만할 뿐이었다.


우리는 그저 사랑의 표현 방식이 달랐고, 짙어지는 농도가 조금 달랐을 뿐 결국 사랑해라는 단어를 온몸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던 거다. 욕심이 만들어낸 오해에 괜히 미안해졌다. 나만 사랑하는 거 아니냐는 무지하고 어린 물음을 거두고 그저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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