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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Jun 12. 2024

어쩌다 개판...

 오월에는 넝쿨장미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침에 강아지를 데리고 그 아래를 걸으면 여기가 천국인가 싶었다. 유월이 되자 한 잎 두 잎 떨어져서 바닥에 깔렸는데 그게 또 이뻤다. 바삭하게 말라가는 색이 고왔다. 장미가 지는 게 아쉽다.


대략 아침 7시에서 7시 30분 사이에 산책을 한다. 비슷한 시간에 걷다 보면 다른 강아지를 만나게 된다. 강아지끼리 서로 킁킁거리며 냄새라도 맡으면 주인들끼리 머쓱하다. 어쩌다가 한 강아지랑 여러 번 마주쳤다. 주인과도 인사를 하게 되었다. 순하고 착해 보이는 강아지는 이름이 가을이고 2살이라고 했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 주인은 아무래도 살짝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집입구에 짐이 가득 쌓여 있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바지는 구멍이 쑹쑹 뚫려있었다. 하지만 말을 나누어보니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내향인이라고 혼자 소설을 썼다.


두 중년 여성이 강아지 한 마리씩 데리고 길에 서서 이야기를 한다.  조금 더 나이 먹은 중년 여성이 자전거를 쑹 타고 가면서 말을 건넨다.


" 아이고,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만 이야기하네... 요새는 강아지 안 키우면 사람도 아니다!"


유쾌 어르신이다.

푸하하~~~

그러게 어쩌다 개판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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