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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Nov 13. 2023

너를 미워해야 사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는 말은 아름다우면서 아름답지 않았다. 네가 만약 듣기라도 한다면 나는 그대로 얼어버릴 것만 같아서, 네가 듣지 못할 만큼만 작게 속삭였다. 모순. 보고 싶다는 말. 네가 듣길 바라면서 입을 막고 말했다. 네가 나를 봐주길 바라면서 눈을 가리고 보았고, 네가 나를 사랑하길 바라면서, 너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온통 네 생각으로 가득 찼다. 길을 가다 넘어지고, 독한 감기에 걸리고, 먹었던 음식이 역류했다. 내 안의 너는 이미 치사량을 넘어섰으니, 너를 과다복용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너를 미워했다. 너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해서.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고작 한다는 것이 너를 미워하는 것이었다. 아니다. 내 마음은 이게 아니다. 내가 너를 미워하는 것은 삶과 죽음 따위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너를 더 사랑하기 위해서. 덜어내고 미워해야 더 사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너를 왜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글쎄. 나에겐 눈이 왜 떨어지냐는 질문처럼 들린다. 그건 정말 자연의 섭리일지도 모르겠다. 네 옆에 있는 것보다 네가 나를 떠나는 게 더 무서웠던 거지. 그래서 미워하고 밀어낸 거지. 어설픈 사랑. 짝사랑. 내 여린 속마음을 네가 평생 몰랐으면 좋겠지만, 우연찮게 알게 되더라도 구태여 모른 척해주길 바란다. 너를 계속 보고 싶게 내버려 두면 좋겠다. 너를 계속 사랑하게 내버려 두면 좋겠다. 대신 네가 나를 받아들여 미워한 만큼 사랑할 수 있게 해 준다면, 나 정말 있는 힘껏 너를 사랑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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