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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min Oct 09. 2023

lettre


 당신에게,라는 마지막 인사말을 쓰기 전에 나는 편지의 의미를 찾아봤다. 조각을 뜻하는 편(片)과 종이 지(紙) 자를 뒤섞인 말에 어쩌면 편지라는 건, 내 안의 조각을 종이에 적는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으면 둥둥 떠오르는 조각의 파편. 봄처럼 따스한 햇살과 벚꽃이 흩날리는 것이었다. 한여름 쏟아지는 장마에 젖는 것이었다.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을 줍는 것이었고, 희었던 눈이 가로등 조명에 녹아내리는 것이었다. 조각들은 하나같이 맹목적이어서 온다면 오고 떠나면 떠나보내기 마련인 거라, 원하지 않아도 별안간 간직하게 되는 것이었다. 유독 당신의 지문이 많이 묻어있었지만.


 당신은 편지를 받으면 늘 울었던 사람. 편지를 받으면 꼭 슬프다는 사람이었다. 다시는 못 볼 것처럼 쓴다며 눈물을 흘렸던 당신은 나를 깊이 후벼 팠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미소만 그윽하게 지으면, 그래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대로 서있어,라고 했던 당신. 나는 편지지가 아무리 화려해도 글에 진심이 없으면 그건 편지가 아니라는 마음이 있어서 세련된 붓질과 품격 있는 터치보다 크레파스로 투박하게 담은 글이 오히려 내 진심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마음을 담지 않는 편지는 낙서에 불과해서 다시는 못 볼 것처럼 쓰는 것은 기필코 마지막을 생각해야 내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은 언제나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고 거짓된 감정도 사라지니까.


 사랑하면 심장이 빠르게 뛴다던데 나는 왜 당신을 생각하면 심장이 느리게 뛰었을까. 당신은 이미 나에게 사랑 그 자체였을까. 미안. 늦어서 미안. 사랑한다 말하지 못해서 미안. 당신을 잃는 게 무서워서 몰래 사랑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함이라 생각한 나는 바보다. 한 발자국 옆에 서있지 못한 나는 멍청이다. 누군가 나에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말없이 당신이 있는 쪽을 바라보겠지. 그러니 당신아. 저 멀리 떠나버린 당신아. 끝끝내 닿지 못하더라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단 한 가지가 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한 만큼, 나도 당신을 사랑했다고.


-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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