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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기린 Apr 23. 2023

생긴 지 1주일된 회사에선 무슨 일을 할까?

모든 게 거짓말 투성이였던 신생 광고대행사




지금으로부터 3년 전 4월, 


힘겨웠던 떠돌이 방랑자 생활을 끝마치고 본격적으로 경기도 광명에 새 보금자리를 잡아 회사를 시작했던 달이다. 이사부터 시작해서 자리 배치, 물품 구매까지 전부 우리 손으로 다이소와 이마트, 그리고 광명의 이케아를 오가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는 일은 생각보다 재밌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그때의 그 일이 지금 어떤 기억보다 강렬하게 남았다.


이렇게 새 단장을 마친 회사, 우리 회사는 광고 대행사로 다른 브랜드의 광고를 대신해주면서 돈을 받는 업무를 했다. 그 시기 우리에겐 아무런 레퍼런스도 없었지만 코로나 시기 활기찼던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영향 때문인지, 특별한 홍보 없이도 생각보다 빠르게 고객들이 늘어났다.


물론 기쁨도 잠시 업무 지옥에 빠지게 되었다.


내가 맡은 일은 크게 3가지였다. 새로 들어오는 클라이언트를 설득시키기 위한 광고 제안서 기획, 실질적인 광고 소재 기획 및 제작, 그리고 회사를 홍보하기 위한 여러 콘텐츠 제작까지 사실상 내부의 모든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최소의 인원 그리고 늘어나는 고객으로 인해 나의 퇴근 시간은 자연스럽게 늦은 밤이 되었고 그 시절 나는 월급 150만 원을 받으며 12시간 가까이 일을 하는 루틴을 살게 되었다. 


그나마 나았던 건 점심과 저녁을 사줬다는 점? 장점이라 생각하기도 싫지만 말이다.




한 달도 안 된 회사, 사회에 나온 지 6개월도 안 된 나를 포함 광고 마케팅이라는 건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진행하는 광고란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말이 안 되는 일들이었다.


광고 제안서를 만드는 입장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이건 일을 하는 게 아니고 누군가를 속이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는 광고주에게 나는 대단한 전문가인양 소개했고 나는 6개월 밖에 안 된 어린애지만 전문가인 척 연기해야만 했다.


물론 그때는 그런 행동 하나하나들이 내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그 자부심은 동나이 때 애들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게끔 만들었고 사수도 없고 정확한 목표도 없는 일들을 하나하나 쳐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되게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마치 내가 여기서 나가면 되게 대단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기에 다들 눈여겨볼 거라고 착각할 정도로...  


그러나 광고, 즉 목적이 돈은 벌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전문지식도 없고 노하우도 없고 사람도 없는 우리가 불만을 가진 광고주에게 할 수 있는 건 핑계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12시간씩 고되게 일해온 내게 대표는 아직 한참 부족하니 공부를 하든 뭘 하든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어린 내게 필요한 건 그런 누구나 할 수 있는 조언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렸던 그 시절이 너무 아깝다. 그 시절 내게 광고 업계에 있던 사람이 조금의 시간만 들여줬다면 나는 지금 훨씬 더 빠르게 성장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눈에 밟힌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 시절 내가 진정으로 그렇게 다 갖춘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라는 반대의 생각도 든다.


결국 모든 건 가능성일 뿐이다. 


아이러니한 건 그 당시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가정을 할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위에 나온 생각들이 아니다.


그 친구를 못 만났겠지?



삶에 대한 내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사람, 나와 동갑이었지만 나랑은 모든 게 달랐던 사람, 그리고 지금은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친구를 처음 본 장소도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새로 디자이너 한 분 오실 거야.


지금까지 기존 멤버로만 운영되어 오던 회사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라니 면접 때도 칭찬 일색이라 내가 궁금해하지 않을 수가 없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들리는 노크소리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고 마스크를 한 낯선 얼굴로 디자이너라고 하시는 분에 내게 인사를 했다.


이후 그 만남이 내게 무슨 영향을 끼칠지 모르는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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