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생각나는 이가 있는가?
평생을 낭떠러지 끝에서 살아온 것 같다. 조금이라도 밀리면 절벽 아래 떨어지는 위태로운 위치에서 나는 항상 같은 말을 되뇌인 것 같다.
'떨어지면 안 돼. 실패하면 안 돼. 단 한 번이라도...'
혼자 있을 때 끊임없는 드는 불안한 생각,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 그 생각들은 내게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자신을 채찍질하는 희생을 강요해 왔다.
어린 시절 내가 어두운 방안에 들어오는 달빛을 바라보며 그토록 바라왔던 '자립'이라는 단어의 뜻을 이루기 위해 살아온 세월 단면 여러 지점에서 친구라는 의미는 굉장히 커다랗게 다가왔다.
낭떠러지의 삶 속 언제나 불안했던 내게 어딘가 여유 있고 자기의 방향을 잡을 줄 알던 친구들은 나와 달리 어딘가 빛나 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친구 따라 강남 갔던 따라쟁이의 인생, 내 인생은 그렇게 타인의 손에 그려졌다. 좋아했던 친구를 따라 고등학교를 선택했고, 기자가 될 거라는 명확한 꿈이 있던 친구가 너무나도 멋있어 보여 무턱대로 비슷한 학과로의 대학 진학을 결정했다.
'자립'이라는 목표 이외에 꿈이 없던 내게 새로운 인생이 열린 느낌이었다.
대학에서도 이 습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친구들의 선택에 따라 내 텅 빈 도화지 안에 여러 가지 다채로운 색깔로 채색을 하기 시작했고 이 색깔들은 마침내 적당하게 조화되어 나라는 새로운 색깔로 탄생했다.
비록 그 결과가 150만원 인생이라고 해도 그 당시 내가 절망하지 않고 그 인생을 열정적으로 살아왔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내 삶을 색칠해 준 주변 사람들의 생각들이 결코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 하나하나가 목적 없이 고통만을 더해가던 내 인생에 다채로움을 더해준 은인들이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한 명 한 명 잊혀지지 않고 얼굴이 전부 떠오른다. 닿지 않을지 모르는 이 글에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담아 표현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잊혀지지 않을 한 얼굴이 있다.
디자이너로서 우리 회사에 면접을 보고 처음으로 들어온 사람, 나와 같은 150만원의 월급을 받았지만 패배감에 절어있던 나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삶과 일을 바라봤던 사람이었다.
처음 봤을 때 나와 같은 나이였지만 나와 정반대의 사람이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어두웠던 나와는 다르게 항상 밝게 빛났으며, 항상 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아두는 나와는 다르게 꽤나 직설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무엇보다 다른 부분은 항상 일과 삶에 열정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이 지금까지 내 주변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보였다.
그 당시에는 단순히 신기했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무료했던 회사 생활에 어느 정도 활기를 가져다주겠다.' 그 정도의 감정, 그러나 같이 일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면서 내 안에서 무엇인가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내게 많은 변화를 일어내고 있다는 걸 나는 서서히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