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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기린 Apr 16. 2023

5인 미만 회사에서 커리어 시작 어떨까?

좋소 왜 다녀요?




20대


대부분의 20대인 사람들은 공감할지 몰라도 내게 대학 졸업 후의 시간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자욱한 안갯속을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걷던 시기였다. 그렇게 자욱한 안개들 사이 마치 운명인 것 마냥 내 앞에 놓인 징검다리를 밟지 않는다는 건 그 시기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현실이 제 아무리 월급 150만원 인생일지라도 말이다.


사실 상징적인 의미를 위해 월급 150만원이라는 워딩을 사용했지만, 이 길의 실태는 150만원보다 가혹하면 가혹했지 그보다 덜하진 않았던 길이었다.


처량했던 그 시절을 지탱해 준 건 아마도 미래에 대한 희망일 거라 생각했었다.


아무것도 없이 다니던 회사에서 나와버린 4명의 방랑자는 함께 일할 공간조차 없었지만 해야 할 일은 있었기에 사무실을 얻기 전까지 카페나 스터디 카페를 전전하며 일을 해야했다. 사무실이 없어 매일 함께 모여있을 카페를 찾아야 했던 그 시절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어떨 때는 편의점에서 업무를 보기 위해 있었던 적도 있었다. 뒤에서 따까운 눈총을 받으며 업무를 해야 했던 그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저 뒷모습을 본 알바생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다시피 한 업무 환경, 그야말로 맨 땅에서부터 시작한 나의 첫 커리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누구도 경험하지 하지 못할 아니 안 할 커리어의 시작을 경험한 그 당시의 내 머릿속에는 그저 막연한 운명이라는 믿음과 실패해도 아직 어리다는 생각뿐이었다.


'내 만약 실패한다고 해도 잊지 못할 경험을 했자 치자.'

'이 순간이 언젠가는 그저 재미있던 해프닝이 될 거야.'


이와 같은 생각뿐이었으며 사실 이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한 발 한 발 넘어지지 않고 발을 내딛기 위해 온 집중을 다한 시간이었다.




가끔씩 이 이야기를 꺼내면 이야기를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위로하고 고생했다는 말을 전한다. 나 역시 그들에게 가끔씩은 이 시기가 지금의 내게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후회뿐이었던 순간들이었다고 토로하곤 했다.


그러나 위태로운 징검다리를 한 발 한발 내딛던 그때의 그 시절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보다도 훨씬 인생에 몰입을 했던 시간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면 그 시기만큼 변화가 즉각적이고 새로웠던 순간이 없었다. 이곳저곳 카페를 전전해가며 작업을 해오던 우리는 부동산을 둘러보며 고심한 끝에 자리를 잡았고 새로운 거래처를 찾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돌아다니기도 했다.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힘들게 찾은 사무실


물론 모든 행보가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그렇게 직접 발로 뛰면서 이룩한 변화들은 내게 150만 원 이상의 성취감을 주었다. (물론 그때의 내가 돈에 대해 전혀 몰랐던 어린아이였다는 점은 사실이다.)


지금 내가 꺼내는 이야기들은 단순히 과거미화를 위한 목적은 아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이 길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살짝은 고민할 거 같다. 그 힘들었던 순간순간들에도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무실도 없이 이곳저곳을 전전하면서, 150만 원의 월급을 받던 그 시기를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단순 미래에 대한 성공의 희망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당시 분명히 그 일에 몰입했고 이는 내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몇 년 전 좋좋소라는 드라마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좋소 딱 우리 회사를 뜻하는 말이네.'라는 생각과 함께 그 드라마를 정말 재밌게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내가 좋좋소라는 드라마를 보면 딱 들었던 생각은 이거였다.



저 정도면 별거 아니네



좋좋소의 여러 댓글들이 공감되는 장면이 많다고 아니면 과장하고 있다고 이렇게 둘로 나눠지고 있을 때 나는 '그래도 저 정도면 괜찮은 대우를 받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을 하면서 일하는데도 난 좋좋소의 직원들보다 적은 연봉을 받고 일하며 그들의 회사 자체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저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라고 무심코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내게 커다란 위로를 가져다주었다. 내가 제일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는 그런 공감의 위로를 내게 안겨주었다.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
나뿐만이 드는 감정이 아닐 거라고 확신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그런 고민에 이 글을 클릭했을 것이고 나는 그들에게 이런 인생도 있었다고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재미로 누군가에게는 공감으로 그리고 위로로 이어졌으면 한다.




이전 04화 나는 또다시 월급 150만원 인생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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