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너 나랑 같이 일해보지 않을래?'
좋으나 싫으나 결국은 애정했던 첫 회사를 나가기로 결심한 그때, 그 시기의 부장님, 그리고 전 회사 대표님과의 질기고 질긴 인연의 시작이 된 한마디였다.
이는 내가 사회에 나가서 처음으로 선택한 선택지.
이 선택지는 옳은 선택이었을까? 그 시절 나는 왜 다시 구태여 겨우 벗어나려던 150만 원 인생을 다시 선택했을까? 전자의 대답을 하기엔 그렇게 지나온 내 인생이 너무 짧고 후자의 대답을 하려면 그 시기 상황과 내 심리 상태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 당시 나를 제외하고도 우리 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기본급 150의 이 일을 지속할 수 없을 거라고 그저 각자의 상황 때문에 '잠시'이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조직 구조가 매우 기형적이었다. 1년을 넘기는 직원들은 얼마 없었으며 20대 후반을 갓 넘은 이들이 신입이라고 들어온 사람들을 모아 팀장직을 이행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만큼 근속연수가 짧았고 모든 사람들이 그 직장을 '잠시'있다 가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 당시 우리 팀이 부장님이 마케팅을 알려준다는 명목으로 팀의 몇몇 사람들을 모았다.
모인 사람들 중 대부분이 팀에서 1년 가까이 된 사람이었지만 다닌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던 내가 그 모임에 들어간 이유는 글을 좀 잘 썼다는 점? 그리고 내가 팀의 유일한 광고홍보학과였다는 점이었다.
어찌 됐든 이렇게 모인 우리가 하게 된 일은 네이버 카페 하나를 만들어 홍보를 해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는 사업이었다. 그 당시 우리에겐 홍보 일을 할 수 있는 기술도 충분했고 인적 자원도 충분했기에 생각해 낸 부장님의 아이디어였다.
회사에서 한 부장이 자기 팀을 데리고 다른 목적의 이윤추구를 하다니 일반적인 시선에서 봤을 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 회사는 그게 가능할 정도로 막장의 구조를 가진 곳이었다. (물론 어린 시절 나는 그게 옳은 건지 그른 거지 판단하지 못할 정도로 세상물정 몰랐던 상황이기도 했다.)
그렇게 다른 사업은 진행한지도 한 달, 나 역시 나도 모르게 기존과는 다른 업무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고 초심자의 운이 따랐던 건지. 여러 업체가 앞다퉈 광고 문의를 진행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길었던 꼬리는 잡힐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수사였다. 한 공간에서 다른 업무를 하는데 그걸 알아채지 못할 회사는 없었다. 뭐 이 사태를 예상하고 있었는지 부장님은 필수 인력만을 데리고 회사를 나가기로 결심한 듯했다. 들어온 지 4개월도 안 된 나는 필수 인력에는 들어가지 않았으나, 더 이상 여기에서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나갈 결심은 이미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되는 그 막막함. 사업 초장기부터 짧은 경력이긴 해도 여러 광고 제안서를 만들며 나름 비중 있는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벌어진 변화에 다시금 아무것도 없던 그때로 돌아오게 됐어다. 그렇다 다시 입사 전, 그 알 수 없는 불안에 떨어야 했던 그 순간이었다.
불안감에 휩싸인 채 나 홀로 지하철에 탄 그 순간 바지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려오기 시작했다.
너 나랑 같이 일해보지 않을래?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조건. 그리고 한 치 앞도 모르는 미래. 선뜻 선택하래야 선택하기 어려운 그 조건을 덥석 받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내가 만들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사업의 시작에 내 글이 들어갔고 내 생각이 들어갔다. 월급 150만원 조건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 시절 나는 25살 어린애였으니까. 실패도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내가 결국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내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네 하겠습니다.'
이게 다시금 내가 월급 150만원 인생을 다시 선택한 이유였으며 이전의 150만원 인생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과거의 트라우마가 아닌 미래에 대한 희망이 나를 이 길로 이끌었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