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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디아 Jan 08. 2022

2. 당신의 영혼은 안녕하신가요?

어른을 위한 그림책 : 잃어버린 영혼



 2022년 새해가 밝았고,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사이 나는 다이어트를 결심하였다. 나의 바지 단추를 넘어서 출렁이는 뱃살을 제자리로 집어넣기 위해서다. 무엇이든 자기 자리에 잘 있어야 아름다워 보이거늘, 주제넘게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뱃살에 대한 선전포고이다. 오늘로 저녁금식 4일차. 처음엔 뱃속에서 위장, 창자가 아우성이었다. 왜이러냐, 진짜 이럴거냐며 나한테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아주 그냥 아우성이었다. 남편의 한 밤중 치킨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고 모처럼 마음먹은 다짐을 지켜내려 애썼더니 몸도 적응이 됬는지 오늘 저녁은 뱃속이 잠잠하다. 올 해 나는 나의 몸덩어리 말고 나의 영혼을 살찌우기로 마음먹었다.


 그림책 덕질을 하고 있는 나지만 아직은 그림책이라는 깊고 넓고 아름다운 바닷속에 잠깐 잠깐 들어갔다 맛만보고 돌아오는 수준이라고나 할까. 언젠가 그 깊은 심연을 긴 - 호흡을 가지고 자유로이 헤엄치며 누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금 나는 잠수하는 법을 배우고, 수영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림책을 알아가면서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을 발견한 것만 같다. 그 문을 열면 만나게 될 풍경들이 너무 기대된다.



 올 해 내가 만난 첫 그림책은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처음 만든 그림책인 '잃어버린 영혼'이다. 심리학을 공부한 그녀는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나는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만나면 그림책 작가도 함께 공부한다. 그러면 그림책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 문화 인류학과 철학에 조예가 깊은 작가는 칼 융의 사상과 불교 철학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고 한다. '잃어버린 영혼'에서는 특히 칼 융의 사상이 녹아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18 볼로냐 라가치 픽션 수상작

2018 화이트 레이번즈 수상작



ㅣ책의 첫문장

" 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 일을 아주 많이, 빨리 하는 사람이었지요. 영혼은 어딘가 멀리 두고 온 지 오래였습니다."


ㅣ줄거리

틀에 박힌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던 한 남자가 어느날 출장길 호텔방에서 숨이 막힐 것만 같은 기분으로 잠에서 깹니다. 순간 남자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며 자기 자신의 이름마저도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결국 그는 트렁크 속 여권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보고 자신의 이름이 '얀'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음 날 의사를 찾아간 얀은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진단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처방은 잃어버린 영혼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얀은 의사의 처방대로 바쁜 일들을 모두 그만두고 도시 변두리에 작은 집을 구해 잃어버린 영혼이 오기를 천천히 기다렸고, 결국 얀과 영혼은 다시 마주하게 되됩니다.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을 놓친 영혼들로 가득차 보일 거에요. 영혼은 주인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큰 혼란이 벌어져요. 영혼은 머리를 잃고, 사람은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거죠... 영혼들은 그래도 자기가 주인을 잃었다는 걸 알지만, 사람들은 보통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작가는 이 시대의 비정상적인 속도와 자극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혼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말 그대로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실 한국만큼 '빨리 빨리'가 중요한 나라도 없는 것 같다. 얼마전 서점에 가서 기가 막히는 학습지 제목을 보았다.


‘바쁜 초등학생을 위한 빠른 구구단"


구구단 뿐만 아니라 '바쁜 초등학생을 위한 빠른 파닉스', '바쁜 초등학생을 위한 빠른 급수 한자세트'등 줄줄이 시리즈로 나와있었다. 초등학생들 조차도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실천하고 있는것이 대한민국의 실정이다. 과연 몸이 물리적으로 성장하고 발달해서 사회적 역할속에서 바쁘고 바쁜 만큼, 영혼도 함께 잘 성장하고 따라가고 있을까?




 이 책의 그림작가는 흑색연필로 삭막해보이고 어둡고 다소 스산해보이기까지 한 그림체로 얀이 잃어버린 영혼을 기다리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의자에 앉아 잃어버린 영혼을 기다리는 얀의 그림자를 볼 때, 빛에 비쳐 드러나는 표면적인 페르소나에 가려져진 자아의 모습이 연상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내면아이' 혹은 '성인 아이'라고 표현한다.


잃어버린 영혼을 기다리는 동안의 얀의 모습은 뒷모습으로 그려지고 비로소 잃어버린 영혼과 마주하였을 때 얀의 정면을 볼 수 있게 된다. 칼 융은 그림자와 빛이 만났을 때 비로소 참 자아(자기)가 완성된다고 말한다.



그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사람(얀)은 그의 영혼이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조심했어요...


 이 책을 통해 한 해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 자신을 향해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나의 영혼은 안녕한지, 영혼을 잃어버렸다면  그 곳은 어디었는지 ...


책을 읽으며 생각지도 못한 나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도 몰랐던 나의 두려움의 이유를 찾았다. 올 해는 나의 미해결과제를 차근히 풀어나가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더 성장했을 나를 기대해본다.



https://tv.naver.com/v/4421968

잃어버린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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