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과 공감에 대하여
당신은 평범하다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그 사실이 기분이 좋을 수도,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왜냐면 그건 바로 앞 문장이 시작할 때 이미 ‘사실’이라고 적어놓았지 않은가. 우린 평범하다.
우리가 가진 모든 고민과 걱정, 이별과 사랑은 너무나 평범하다. 고민하는 문제들과 겪고 있는 상황은 정말이지…… 억울해 화가 날 정도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우리 안에 가진 것들은 외모보다도 평범하다. 당신이 가진 고민과 고통, 사랑은 해변의 널브러진 모래알보다도 더 특별하지 않다. 우리는 특별함을 갈망하며 영화 같은 사랑을 노래하고 별처럼 빛나는 특별한 존재라 여기겠지만 그건 명백한 착각이다. 그 명징한 증거도 나는 알고 있다. 수많은 영화 시나리오와 노래 가사에 그려지는 이야기는 당신의 무엇과 닮아있지 않은가. 조금 더 아프게 말하자면 수두룩하게 담겨있다. 그러니 미안하지만 착각하지 마시라.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거나 상처받을 이유도 없다. 오히려 감사해야지. 우리는 평범함을 근거로 공감이란 걸 할 수 있다. 우리 평범하기에 우리의 모든 행복과 슬픔과 감동과 어떤 감정의 모양이든 공감하고 공감받으며 위로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 이 사실은 우리가 쥐고 태어난 선물이다. 당신이 어떤 상황에 빠져있어도 이 세상에 당신을 위로해줄 무언가가 있을 테고, <하다못해 다중인격이나 사이코패스와 같은 특성을 다룬 영화도 존재하지 않은가>그 무언가를 빚어낸 이가 있다는 건 캘리포니아에 쏟아지는 햇살만큼이나 따뜻하니까.
우리가 느끼는 무언가를 그리고 쓰고 노래하고 조각내서 빚어낸 존재가 바로 예술이다. 당신에게서 공감을 이끌어내고 위로를 주는 다양한 존재들의 합 말이다. 누군가는 예술이 왜 필요한지 그 이유를 모른다. 자신들만이 쓸모 있고 생산적인 노동을 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무용하다고 여기는, 또 너 그러다 굶어 죽어 버릴 거야! 라고 외치는 주변인들의 걱정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예술은 막연한 동경을 함께 품고 있는 존재다.
이 막연한 동경은 우리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이유와 같다. 나와 닮은 모양들을 마주하며 자신이 또 우리가 누구인지 무언지 알아간다. 자신을 알고 싶다는 본능으로 감상하고 즐기고 뱉어내는 이유가 아닐까. 타인이 아름답게 또는 투박하게 또는 어떤 모양새로 빚어낸 글이며 음악이며 춤이며 그 온갖 예술들의 충분한 동기다. 이러한 이유로 예술을 즐기지 않는다는 건 인간으로서 명백한 직무유기다. 모니터에 나오는 괴물을 잡으며 시간을 보내고, 우주의 탄생이며 온갖 것들의 이유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이끈 샌드위치의 탄생 비화엔 호기심을 가지면서. 머저리 같으니라고
우린 이 평범하면서도 구질구질하고 지지난 고민들과 사랑을 계속해서 해야 한다. 그래야 무언가를 쏟아내어 결국엔 우리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