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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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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Aug 12. 2024

단상기행_2

산문 쓰기

모르는 척 지나치고 싶었지만 날이 너무 더웠다.

일단, 자리를 피하고 그 남자가 사라진 다음에 차량을 빌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몸은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리쬐는 뙤약볕에 신경으로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탓이다.

그래, 남자가 통화를 하고 있으니 재빠르게 지나치면 될 거야.

존은 몸을 돌려 남자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곧장 렌털카센터로 향했다.


다행히 렌털카 업체는 네바다 템플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남자는 통화하느라 존을 못 알아본 것 같았다.

뷰익은 홈페이지에서 봤던 것과 똑같았다.

나름 꼼꼼하게 확인을 마치고 서류에 사인을 했다.

이제 이 차를 타고 시동을 걸면 진짜 여행을 시작하는 거다.

언젠가 동부에서 서부를 가로지르는 여행을 꿈꾸며 오늘을 기다리지 않았나.

드디어 곰을 닮은 렌털카 사장과 악수를 하고 뷰익에 올랐다.


존은 광활한 도로를 달리며 빈 껍데기가 되는 자신을 상상했다.

창문을 활짝 열고 스마트폰을 연결했다.

이제 출발한다.

여행으로 부푼 기대가 핸들을 잡은 손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존이 내비게이션에 접속할 때 누군가 창문을 톡톡 건드리며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헤이, 브로!"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도대체 왜 나에게 말을 거는 걸까.

해외여행을 할 땐 같은 한국인이 더 위험하다고 하던데.

존은 절대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정면을 바라본 채 액셀을 밞았다.

선글라스 랍비남은 뷰익을 몇 번 두드리다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존 역시 아내를 닮은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었다.

하지만 부부의 난임은 아내와 존을 갈라놓기 시작했다.

그것뿐이었다.

둘 사이에 큰 소리 한 번 난 적 없지만 조그맣게 난 구멍이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혼은 쉬이 진행되었고 아내는 누가 봐도 몸이 튼실해 보이는 남자와 연애를 시작했다.

서운하긴 했지만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또, 지난 일을 생각하고 있네."

지금은 여행에만 집중해야 할 때인데 또 쓸데없는 생각에 시간을 빼앗기고 있었다.

이래선 안 되지.

나는 이곳에 알맹이를 버리러 왔다고.

존은 '네바다 생존가이드'라는 작은 책자를 꺼내 펼쳤다.

팸플릿의 정면에는 동그란 폰트로 경고를 하고 있었다.


“생존기술” 이 있지 않는 이상 주도로를 벗어나지 말 것!


자, 이제 네바다 50번 하이웨이 생존 가이드를 들고 하이킹, 마운틴바이킹, 온천, 승마, 샌드보딩, 캠핑, 술집투어, 오프로드 운전, 별 보기 등으로 이루어진 휴가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볼까요? 듣기만 해도 무섭지 않나요?


무서워요.

내가 제대로 놀지 못할까 봐 존나 무섭다고.

존은 고개를 흔들고 악 소리를 내었다.

절대로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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