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희 Feb 14. 2024

나 그대를 팔고 그대 나를 팔았네

1984를 읽고

우리 인류는 문명을 세운 유사 이래 계속하여 발전해왔다.
덕분에 뛰어난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편리한 삶을 누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미래를 걱정하며 대비한다.
그것은 이미 일어난 사건으로 고정된 과거와 달리 미래는 유동적이며 항상 개방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은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가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손에 잡히지 않는 내일을 항상 대비하였다.
그리고 인간은 타고난 예술의 본능을 발휘해 미래를 다루는 작품들을 만들었다.
크게는 건축부터 작게는 그림까지 갖가지 예술 작품들이 선조 때부터 내려왔는데 우리가 다룬 미래를 나누면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바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다.
유토피아는 낙원과 비슷한 이상향, 디스토피아는 그에 반대하는 부정적인 암흑 사회를 뜻한다.
둘의 이미지가 빛과 어둠처럼 대조되지만 태생은 같다고 생각한다.
유토피아는 현실이 불안하여 지금을 이겨내면 도래할 낙원을 꿈꾼 결과이고 디스토피아는 현실이 불안하여 다가올 미래도 암울할 거라 상상한 결과물이다.
결국, 어두운 현실에서 태어난 희망과 절망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할 소설 '1984'는 절망판이다.


핵전쟁이 끝난 영국엔 잉글랜드 사회민주주의라는 당이 독재를 하며 권력을 쥐고 있다.
전쟁으로 박살난 도심만 떠올려도 아수라인데 독재자가 나타나 권력을 움켜쥐고 일당정치를 하고 있다.
모두가 국가 총동원령에 협조하며 식량 및 생필품 배급을 받아 생활한다.
이 정도만 해도 끔찍한데 자유만 억압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기본 욕구인 성욕조차 정부에서 통제를 한다.
게다가 도심엔 증기선이라고 부르는 미사일이 떨어지고 국가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이렇게 지독하게 암울한 사회에서 주인공 윈스턴이 의문을 가지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이러한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홀로 깨어 있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7년이나 함정수사를 펼쳐 윈스턴을 체포한 오브라이언과 채링턴의 입장에선 어떨까.
그들은 과연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는가.
INGSOC는 독점한 기술을 통제하여 기술관료제로 나아가 기술 독재를 완성하였다.
그 안에선 누구나 할 것 없이 감시의 대상이다.
오브라이언의 말대로, 빅 브라더는 당이고 당은 빅 브라더이므로 당이야말로 최고의 선이 된다.
그렇기에 내부당원이라 할지라도 텔레스크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도대체 당에선 무엇을 감시하는 것일까.
바로, 정치적인 활동이며 특히 INGSOC에 반대하는 정치 활동을 예의주시한다.
사소한 발언조차 당의 선전과 반대 입장에 있다면 애정부로 끌려 가게 된다.
이처럼, 이 작품은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지 독재가 인간의 존엄성을 얼마나 억압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가 집필할 때는 스탈린이 족재를 하며 냉전을 시작한 시기였으니 이러한 정치 견해가 녹아든 것이 당연하게 보인다.
또한, 이 작품은 읽는 맛이 있는데 등장인물의 개성이 도드라지고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는데다가 희망찬 결말로 마무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윈스턴은 유일한 희망은 프롤레타리아에게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그들은 냄비 하나를 두고 머리채를 잡는 민도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윈스턴 마저 애정부 101호의 고문을 못 이기고 줄리아를 버린다.
완벽한 세뇌로 다른 사람이 되어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로 끝나는 구절은 압권이다.
그래서일까.
'울창한 밤나무 아래, 나 그대를 팔고 그대 나를 팔았네' 라는 노래가 더욱 구슬픈 것은.


1. 감상평
: 여러번 읽어 볼 가치가 있다. 다음엔 작품 속의 신어와 언어에 대하여 연구해보면 좋을 것 같다.
2. 결말에 대하여
: 비정한 결말이야말로 디스토피아에 어울린다. 그리고 작품의 가치가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3. 독서를 하며 떠오른 것이 있다면?
: 상상 속의 줄리아, 당 선전용 포스터, 이상적인 아리아인의 형상이 아닌 작고 까만 인민들, 결국 애정부 101호실에서 죽음을 맞게 될 윈스턴, 오 마이 줄리아 라는 노래
4. 독재자들이 책이나 기록을 금지하는 이유는?
:  무엇보다 사고의 확장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보다 나은 것을 갈망하고 '어떻게'가 아닌 '왜'를 따지기 시작하면 인간은 달라진다.
5. 인간을 다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 1번의 성공과 3번의 실패
6.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 줄리아. 본능적이며 유쾌하다. 윈스턴은 아내 캐서린과 줄리아가 깊은 사유 없이 삶을 영유하는 점이 닮았지만 본능적인 성적 매력에 이끌린 것이라고 본다.
7. 우리에게 빅 브라더는 누구이며, 애정부 101호실은 무엇인가?
: 사상경찰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 내가 손해를 입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좋다는 사고 방식이 문제를 만든다.
애정부 101호실은 방만하고 기만하는 모든 것들. 마약이나 SNS, 가상화폐 등
8. 인상 깊은 구절이나 장면은?
: 밤나무 아래, 나 그대를 팔고 그대 나를 팔았네
당신은 허리 아래쪽만 반역자군
미래를 향해 과거를 향해, 사고가 자유롭고 저마다의 개성이 있으며 혼자 고독하게 살지 않는 시대를 향해
진실이 존재하고 일단 이루어진 것은 없어질 수 없는 시대를 향해

이전 13화 Whistlestop, we are all seate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