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커다란 고통이다.
세월이 흐른다고 사라지지 않고 갑자기 고개를 들이미는 추억은 가슴을 아릿하게 만든다.
이 책의 저자인 브링리는 사랑하는 형을 병으로 보내고 삶과 죽음에 대하여 고뇌하였다.
지금 내가 앉은자리가 허무했고 사랑이 떠난 자리는 허전했다.
그는 가슴속에서 번져오는 감정을 외면하지 않았고 용감하게 삶의 전반적인 방향을 바꾸어 버렸다.
고통스러운 순간에 나를 돌아보고 결단을 내리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껏 해온 일을 그만 두기란 큰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실의에 빠져 단순 노동직에 지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사랑, 삶, 죽음에 관하여 깊은 사유를 하고자 다른 생각을 비워야 했고 그래서 단순해 보이는 직장을 선택한 것뿐이다.
게다가 이미 메트라는 거대한 미술관에 몇 번 방문했었기에 친숙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 책은 애도의 시간에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을 시작한 용감한 자의 회고록이다.
브링리는 거장들의 예술 작품을 오래 응시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작품을 통해 내밀한 감정을 주고받았을 것이고 삶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내었다.
브링리가 경비원으로 재직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동료들은 저마다 사연을 가진 비슷한 사람들이었다.
그가 지하철의 승객들을 '나처럼 아프고 힘들어하고 가끔은 편협하게 굴기도 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구절에서 그만이 가진 시선이 따뜻함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자신에겐 관대하면서도 타인에게 막 대할 수 있는 건 상대방이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나와 같은 선상에서 이해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아량이 생기기 마련인데 의외로 많은 경험과 깊은 사유 끝에 얻을 수 있는 진리이다.
나 역시 브링리의 말을 통해서 반성했다.
그리고 계속 환기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는 습성에 대해서 생각했다.
결국, 좋은 삶이란 생각하고 탐구하고 실천하는 일이 반복되어야 하는 것이다.
브링리는 책의 말미에 여행 가이드로서의 새로운 삶에 도전한다며 자리를 뜬다.
아름다운 예술 작품에 둘러싸여 행복했었나 보다.
그래서 예술의 모체인 자연의 경이로움에 경탄하러 떠난 게 아닐까.
아마, 언젠가 브링리의 새 책이 소개될 것 같다.
책을 덮고 나니 나의 인생이 참으로 자그마하게 느껴진다.
거대한 도시의 위대한 미술관에서 삶을 고민했던 브링리도 이런 것을 느꼈을까.
1. 감상평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즐거운 독서 시간을 보냈던 책으로 꼽는다.
무엇보다 글쓴이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삶의 전반적인 것들을 변경하고 도전하는 이야기라서 마음에 와닿았다.
감명 깊은 글귀도 많아 메모를 해두었다.
2. 네가 도망치고 싶었던 일이 있었나? 어디로 도망치고 싶었는가?
그런 적은 없었다.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던 일은 많았지만 벌어진 후에는 온전히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체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는가.
3. 삶이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삶은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삶이다.
다만, 삶이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기 보단 내가 살아 있기에 외력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런 표현은 꽤 이기적인 것이다.
사실, 삶은 날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4. 직업이란 무엇인가?
생계를 위한 수단이다.
적어도 나에겐 그 이상 더도 덜도 아닌 의미를 갖는다.
생계를 위한 수단이자 사회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이기도 하다.
많은 타인과 관계를 맺기 때문에 직업을 갖는 것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한다.
5. 죽음이란 무엇인가?
내가 돌아가야 하는 최초의 장소이다.
내가 어머니의 자궁을 빌어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요절하는 건 비극이다.
사랑하고 직업을 갖고 친구를 사귀는 등 인생을 살아보고 가야 이 세상에 난 보람이 있지 않을까.
6. 큰 아픔을 겪고서 삶의 구멍을 메울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결국, 사람이다.
사람으로 다친 마음도 사람으로 치유할 수 있으며 사랑의 아픔도 다른 사랑으로 위로를 받는다.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 친구들 모두 내 삶에 생긴 구멍을 메울 수 있다.
물론, 음악이나 영화 등의 매체도 가능하지만 근본적이진 않다.
7. 예술이란?
인간으로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의 하나.
우리 모두는 시인이자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자질을 지녔다.
그것은 나만이 가진 개성을 아름다움으로 승화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상의 정신적 단계이다.
내가 창조하며 마음을 닦을 수 있으며 위대한 작품을 통해서 나를 돌아볼 수도 있다.
예술을 가까이할수록 우리의 정신적인 양식이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