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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J Sep 25. 2023

미약한 출발, 걷기라도 해보자!

만보, 생각보다 길더라.

내 몸의 현재 상황은 '과체중' 또는 '경도 비만'.

키 177cm에 84kg을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비만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늘 이랬던 건 아니다. 2009년 입사 전까지만 해도 내 몸무게는 70kg 전후였다.

초등학교 때는 살이 안 쪄서 엄마가 살찌는 한약도 지어 먹였다고 한다.

그때 한약 복용의 효과가 지금 나오는 건 아니다. 원인 불명의 과체중이 아니란 것이다.


내 증상(과체중)의 원인은 확실하다.

과식, 과음. 당연한 얘기지만, 그 정도가 좀 심하다. 자타공인 '과식과음러'다.

신문사에 입사한 후 신세계를 경험했다.

매일 주지육림이다. 비싼 호텔밥 먹고, 고급 오마카세를 다녔다는 게 아니다.

매 끼니가 그저 과식과 과음이었다. 주 메뉴는 고기, 중국집...

문제는 과식과음을 동반한 끼니가 하루 3끼(점심, 저녁+야식)일 때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취재원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라고 합리화를 하며 먹고 마셨다. 근데 왜 아주 가끔, 약속이 없는 날은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자폭'을 했는지는 설명이 안 된다.  


입사 후 2년 만에 결혼을 했는데, 신혼 때 와이프가 서 있는 모습을 본 건 하루 쉬는 토요일이 전부였다. 만취해서 들어가면 와이프는 자고 있었고, 당시 경기도에 직장이 있던 와이프가 출근하면 나는 뻗어서 자고 있는 상태였다.(그때 날 버리지 않고 지금껏 살아주는 와이프에게 감사하다)


새삼스럽지 않은 과체중 상태에 경종을 울린 건 건강 상태였다.

2021년 말, 간수치가 폭등한 게 1차 경고였다. 그때 40여일 동안 술을 끊으며 뭔가 나아지는 기미를 보였다. 그때 점심 시간에 청계천이나 광화문 일대를 걷기도 했다. 1만보 정도였는데,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또 부어라 마셔라가 이어졌다.

그러다 결정적인 2차 경고가 터졌다.

2022년 말 고혈압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유수영을 끊어놓고 후배와 점심시간에 열심히 다녔다. 1km 수영하는 게 참 힘들었다.

그리곤 운동했다고 합리화하며 맛있는 거 먹는 보상을 줬다.

몸 상태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저 '자유수영을 일주일에 3번 정도 갔으니 이전보다 낫겠지'란 합리화와 자기 만족만 있을 뿐이었다.


1일1식도 해보고, 16:8 간헐적 단식도 해봤다. 그때뿐이었다. 일주일에 평균 3회 정도 이어지는 저녁 자리에서 자제력은 온데간데 없이 무너졌다. 다음날 아침 숙취와 무거운(물리적으로) 몸을 느끼면서 일어날 때마다 후회가 이어졌다.


이대론 안 될 거 같았다. 

근데 방법이 안 보였다. 아니 보이는 방법, 확실한 방법은 못할 거 같았다. 인풋 적게, 아웃풋 많이 하면 살이 빠지는 건 당연한 논리. 그런데 그 당연한 건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무작정 걷기라도 해보자고 다짐했다.

스마트워치에 1만보를 찍자는 생각으로 점심시간에 구내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청계천, 을지로 일대를 걸었다. 생각보다 1만보가 쉽지 않다는 걸 체감했다.

몸이 변화하는 건 잘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장점이 있었다.

그토록 익숙하다고 생각한 광화문 일대의 풍경이 참 낯설고 신기했던 것이다. 밥 먹으러 술 마시러 다녔던 동네를 무작정 걸어보니 생경했다. 기분좋은 생경함이었다.


매일 코스를 달리 걸어보기로 했다. 경복궁 외곽 한 바퀴도 돌아보고, 지하도로 동대문 DDP도 가봤다. 명동성당 한바퀴 돌고 남산에도 다녀왔다. 모두 점심시간에 후딱 다녀오기 좋은 곳이었다.


어느새 살빼야한다는 원래 목표보다는 걷는 것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나는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며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됐다.

가족과 함께 걷고, 여유가 되면 뛰어보자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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