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s From A Memory(1999)
오늘은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라는 밴드의 음반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드림 시어터는 프로그레시브 메탈(Progressive Metal)이라고 불리는 장르의 대표격인 밴드입니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은 기교적인 연주와 장대하고 난해한 곡 구성, 지적인 주제의식 등 소위 ‘예술적’, ‘실험적’이라고 불리는 면에 중점을 둔 메탈 음악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이야기할 음반은 그들의 1999년 작 5집, <Metropolis Pt. 2: Scenes From A Memory>(이하 Metropolis Pt. 2)입니다.
Metropolis Pt. 2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Pt. 1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죠. 음반 한 장 분량으로 발표된 Pt. 2와는 달리 Metropolis Pt. 1은 하나의 곡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드림 시어터의 최고 히트작인 1992년 작 2집, <Images And Words>에 수록된 곡입니다.
The smile of dawn arrived early May
She carried a gift from her home
The night shed a tear to tell her of fear
And of sorrow and pain
She'll never outgrow
Death is the first dance, eternal
There's no more freedom
The both of you will be
confined to this mind
I was told there's a miracle for each day that I try
I was told there's a new love
that's born for each one that has died
I was told there'd be no one to
call on when I feel alone and afraid
I was told if you dream of the next world
You'll find yourself swimming in a lake of fire
As a child, I thought I could
live without pain without sorrow
As a man I've found it's all caught up with me
I'm asleep yet I'm so afraid
Somewhere like a scene from a memory
There's a picture worth a thousand words
Eluding stares from faces before me
It hides away and will never be heard of again
Deceit is the second without end
The city's cold blood teaches us to survive
Just keep my heart in your eyes and we'll stay alive
The third arrives
Before the leaves have fallen
Before we lock the doors
There must be the third and last dance
This one will last forever
Metropolis watches and thoughtfully smiles
She's taken you to your home
It can only take place
When the struggle between
our children has ended
Now the Miracle and the
Sleeper know that the third is love
Love is the dance of eternity
Metropolis Pt. 1에는 ‘The Miracle And The Sleeper’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가사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드림 시어터는 Metropolis Pt. 2를 만들 때, Pt. 1의 음악과 가사를 무려 77분짜리 음반 한 장 분량으로 확장했습니다. 음악은 더욱 장대해지고, 가사의 의미는 좀 더 분명해집니다.
<Metropolis Pt. 2>의 음반 커버입니다.
코믹스 팬이라면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기분 탓이 아닙니다. 다음은 닐 게이먼(Neil Gaiman)의 샌드맨(The Sandman) 시리즈의 7권, <짧은 생애>(Brief Lives)의 표지 그림입니다. 대놓고 닮았죠.
(<짧은 생애>가 더 먼저 나온 작품입니다)
두 아트워크 모두 데이브 맥킨(Dave McKean)의 작품입니다. 맥킨이 두 표지를 비슷하게 그린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왜인지는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Metropolis Pt. 2>는 앨범 전체가 하나의 스토리를 이루고 있는 컨셉트 앨범입니다. 스토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한 남자가 전생의 기억을 통해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Act. 1과 Act. 2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등장인물
Nicholas: 현재(1999년)의 인물. 최면을 통해 전생의 기억을 접하고 이야기하는 주인공.
Victoria: 과거(1928년)의 인물.
The Miracle: 과거의 인물. 상원의원. The Sleeper와 형제 관계.
The Sleeper: 과거의 인물. 탕아. The Miracle과 형제 관계.
최면술사: 최면을 거는 역할.
Act 1
첫 곡 ‘Regression’에서 Nicholas는 최면을 통해 전생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고, Victoria를 만납니다.
두 번째 곡 ‘Overture 1928’은 ‘Metropolis Pt. 1’의 멜로디를 적극 활용한 연주곡인데요, ‘Metropolis Pt. 1’을 알고, 즐겨 들었던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Nicholas와 청자는 본격적으로 1928년의 기억, 메트로폴리스로 빠져듭니다.
세 번째 곡 ‘Strange Deja Vu’에서 1928년의 Nicholas는 거울을 보고 Victoria를 발견합니다. Victoria는 무언가 때문에 갈등하고 있고, The Sleeper가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지요.
Victoria:
Tonight I’ve been searching for it
A feeling that’s deep inside me
...
I just can’t help myself
I’m feeling like I’m going out of my head
Tear my heart into two
I’m not the one the sleeper thought he knew
현재로 돌아온 Nicholas는 Victoria를 그리워하고, 그녀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것이 자신의 진정한 정체를 알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위에서 Victoria가 노래한 것과 똑같은 멜로디로, Nicholas는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Nicholas:
Today I am searching for it
A feeling that won’t go away
...
I just can’t help myself
I’m feeling like I’m going out of my head
Tear my soul into two
I’m not the one I thought I always knew
Victoria가 갈등하듯, Nicholas 또한 자신의 정체 때문에 갈등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Victoria가 Nicholas의 전생이란 것을 알 수 있지만, Nicholas는 Victoria가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합니다.
다섯 번째 곡 ‘Fatal Tragedy’에서 Nicholas는 1999년, 현재에서 Victoria에 대한 진실을 찾아 나서고, 한 노인에게서 Victoria의 이야기가 비극으로 끝났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사랑과 진실을 찾기 전까진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믿음과 희망 없이는 마음의 평화가 없을 것이다’라고 노래합니다.
Without love
Without truth
There can be no turning back
Without faith
Without hope
There can be no peace of mind
여섯 번째 곡 ‘Beyond This Life’에서 Nicholas는 다시 과거로 돌아갑니다. 누구의 시점에서 보는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는 The Sleeper가 Victoria를 사랑했으며, Victoria가 그의 사랑을 거부하자 그녀를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신문 기사를 읽게 됩니다.
일곱 번째 곡 ‘Through Her Eyes’는 잔잔한 발라드곡입니다. 이 곡에서 Nicholas는 The Sleeper에게 살해당한 Victoria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며, 자신이 전생 경험을 통해 기억하는 그녀를 추억하죠. 자신에게 아내와 아들이 있으며,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Nicholas는 Victoria에게 작별을 고하기 위해 다시 한번 과거의 기억 속으로 뛰어듭니다.
Act. 1은 여기서 끝납니다.
그리고 반전이 있었죠.
Act. 2
여덟 번째 곡, ‘Home’에서 The Miracle과 The Sleeper가 본격적으로 화자로서 등장합니다.
The Sleeper는 ‘도시의 차가운 피가 나를 집으로 부른다’, 방탕한 자신의 습관이 자신을 집으로 부른다고 노래합니다. ‘도시’가 의미하는 것이 앨범의 제목인 Metropolis(대도시란 뜻입니다)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The city’s cold blood calls me home...
The Miracle은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Victoria watches in thoughtfully smiles
She’s taking me to the home
또한 ‘그녀의 달콤한 유혹이 나를 집으로 부른다’, ‘그는 내 형제지만 난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Victoria와 The Sleeper가 연인 관계였고, The Miracle 또한 Victoria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잠시 ‘Metropolis Pt. 1’을 다시 보겠습니다. 4분 가까이 되는 긴 간주가 끝나고 보컬이 다시 가사를 읊는데,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Metropolis watches and thoughtfully smiles
She’s taken you to your home
The Miracle이 ‘Victoria watches in thoughtfully smiles...’라고 노래하는 부분과 ‘Metropolis Pt. 1’에서 ‘Metropolis watches and thougtfully smiles...’라고 노래하는 부분은 가사가 유사할뿐만 아니라, 선율까지 똑같습니다.
Victoria는 The Miracle과 The Sleeper 형제의 Home입니다. 두 형제가 사랑하는 대상이며, 그들이 습관에 의해 이끌려가는 장소이기도 한 것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Nicholas가 그리워하며, 추억하는 장소이자 사람... 그녀가 바로 Metropolis입니다.
아홉 번째 곡, ‘The Dance Of Eternity’는 드림 시어터의 기교적인 연주력이 돋보이는 연주곡인데, ‘Metropolis Pt. 1’의 마지막 구절에서 이미 ‘사랑’이 ‘The Dance Of Eternity’임이 명시되었습니다.
마지막 세 곡은 모두 서정성과 드라마틱한 멋을 뽐냅니다. 열 번째 곡인 ‘One Last Time’에서 Nicholas는 자신이 최면 속에서 읽은 신문 기사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1928년의 과거에서 Victoria는 서정적인 선율로 ‘우리는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One last time
We’ll lay down today
One last time
We slowly fade away
1999년 현재 Nicholas는 The Miracle의 집을 찾고, 기시감을 느끼며 Victoria의 기억들을 보게 됩니다.
열한 번째 곡, ‘The Spirit Carries On’에서 Nicholas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습니다. ‘우리가 죽은 다음에도 영혼은 남는다’라는 것. 그는 Victoria가 실재했으며 자신의 전생임을 확신하게 되고, 죽음이 끝이 아니며 자신의 삶에 의미가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됩니다.
Victoria는 Nicholas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Move on, be brave
Don’t weep at my grave
Because I am no longer here
But please never let
Your memory of me disappear
마지막 곡, ‘Finally Free’에서 진실이 밝혀집니다. The Sleeper와 마찬가지로 Victoria를 사랑했던 The Miracle이 Victoria가 방탕한 The Sleeper를 사랑해 자신을 떠나기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분노한 The Miracle은 Victoria와 The Sleeper를 죽이고, The Sleeper가 범인인 것처럼 현장을 위조합니다. 그리고 상원의원인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기자들을 매수해 ‘Beyond This Life’에 나온 신문 기사를 쓰게 만들었던 것이죠.
The Sleeper는 Victoria와 함께 죽어가면서 죽음이 끝이 아님을 깨닫고, 두려움에서 벗어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One last time
We’ll lay down today
One last time
We fade away
(‘One last time’의 멜로디와 가사가 반복된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Nicholas는 다시금 자신이 누군지를 알게 되었음을 되새깁니다. 그리고 전생을 알게 됨으로써 얻은 깨달음을 가지고 살 것이며, Victoria에게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Nicholas는 Victoria를 실제로 만난 적도 없고, 그녀는 1928년에 죽은 사람이죠. 그러나 Nicholas는 자기 자신의 일부인 Victoria, 즉 Home, Metropolis에 대한 강한 향수를 느끼고 있습니다.
The Miracle과 The Sleeper 형제의 이야기는 71년 전의 일로, 이제는 한 노인의 옛날이야기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처절하고 비극적인 사랑, 즉 영원의 춤(The Dance Of Eternity)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슬프게도 사건의 전말은 왜곡되었지만요. 그리고 Nicholas의 고뇌를 해결하고, 정체를 알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죽음으로 끝나는 사랑 이야기는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것은 Nicholas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Nicholas는 이 이야기의 끝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죠. 그렇다면 이것은 허무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Victoria, 즉 Metropolis는 형제의 ‘Home’이기도 했습니다. 둘이 사랑하고, 그리워했던 사람이자 장소...
또한 강한 그리움을 느끼는 이들은 본작 <Metropolis Pt. 2: Scenes From A Memory>를 듣는 청자들입니다. 본작이 Metropolis Pt. 2인 것은 단순히 가사의 내용이 Pt. 1의 후속편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77분에 이르는 본작의 장대한 음악 전체가 ‘Metropolis Pt. 1’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죠. 드림 시어터의 팬들은 ‘Metropolis Pt. 1’의 음악을 사랑하고, 그리워했습니다. 마치 기억 속 장면(Scenes From A Memory)이 떠오르듯, <Metropolis Pt. 2>는 Pt. 1을 그리워하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팬들 자신의 기억 속으로 그들을 초대합니다.
모든 삶은 죽음으로 끝납니다. 삼국지연의도 그렇죠. 셀 수도 없이 많은 영웅호걸들이 천하를 제패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하고 죽었지요. 그러나 그들의 그러한 노력, 그 장대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과연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도 언젠가 끝날 겁니다. 몇백 년, 어쩌면 몇십 년쯤 지나면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조차 없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우리의 삶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Metropolis Pt. 2: Scenes From A Memory>에는 지금은 거의 잊혀진 옛날옛적의 치정극이 나옵니다. 그러나 그 치정극은 Nicholas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것이죠. 우리는 지나간 것을 그리워합니다. 전생과 현재를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지독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 속에서, 우리의 짧은 생애(Brief Lives)는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상기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