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라의 보험세계 Oct 16. 2024

내 이름은 실신

나는 실신입니다.

나는 사람들을 쓰러지게 만들어요.

응급실은 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의료대란으로 일손도 부족한데

의식이 없어서 온 사람이

조금 쉬면 눈을 반짝 뜨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병원을 나서거든요.

 

얼마 전에도

한 회사원에게 다가갔다가

그 분이 의식을 잃었습니다.

 

응급실에서 간단하게 하는 진료에서는

큰 이상이 없어서 그냥 걸어서 집에 가셨어요.

 

하지만

중년의 실신은 

여러가지 불안함을 갖게 만들잖아요?

 

동네 의원으로 가셨어요.

 

"음.. 좀 정밀검사를 해보시는 게 어떻겠어요? 특히 뇌와 심장 쪽 검사를 해보시죠. 이전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좀 높아지는 것 같았었는데, 이것과 연결된 게 원인일수도 있으니까요."

 

콜레스테롤 수치라면

피 속이 탁해졌다는 건데

중년은 콜레스테롤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죠.

애증의 관계랄까요.

싫은데 착 붙어있어야하고

싫은데 늘 관심가져야하거든요.

관심 끄고 있으면 문제가 커지기 때문이죠.

 

큰 병원에 검진예약을 합니다. 

 

아직까지 나로 인한 큰 병을 의심받거나

진단받거나 치료가 필요하거나 한 상황은 아니니

갑자기 불안해진 마음에 

뭔가를 찾습니다.

 

나처럼

이름만 들어도 

'어우 그런거 싫어' 하면서도

때로는 집요하게 관심을 갖고 찾게 되는 존재가

나 말고도 있더라구요.

바로 보험.

 

보험설계사에게 연락해봅니다.

 

"모든 보험이 가입 전 3개월 이내의 병원이력에 대해 자세히 심사합니다. 아무리 심사가 간소화 된 유병자상품이라해도 말이죠. 응급실 가신 것, 동네 병원 가신 것, 큰 병원 검진 예약하신 것 모두 고지하면 심사통과가 안되어요.. 검진받으신 후 결과에 따라서 가능한 상품을 다시 확인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특별히 아픈 게 아닌데 보험이 안된다니 이해가 잘 안될 겁니다. 나 때문이죠 뭐.

 

나는 아주 많은 원인 뒤에 서 있거든요.

스트레스일 수도 있고, 

뇌 신경 문제일지도 모르고,

뇌 혈관 이상일수도 있지요.

심장 혈관 문제일수도 있고,

심장 운동기능 이상일지도 몰라요.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감기나 코로나처럼 약먹고 딱 사라지는

그런 단발적인 존재는 아니라는 겁니다.

 

의식을 잃고 푹 쓰러지게 만드는

내 존재가 뭐 그리 간단하진 않겠죠. 

 

그래서

감기나 코로나보다

나를 매우 꺼려해요.

누가요?

보험이요.

 

더구나

3년전도 아니고

3개월 전도 아니고

몇주전이었다면

더더욱 회피합니다. 

 

나 때문에 잠시 의식을 잃었던 사람은

나 때문에 좀 억울한 기분을 느끼겠지요.

 

당사자는 별 다른 치료나 이상을 못느끼니

'난 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아프지 않아' 

라고 생각하겠지만 

보험이란 친구는 이렇게 말하거든요. 

 

"실신의 원인을 찾는 중 아닙니까? 앞으로 결과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뇌나 심장에서 나중에 이상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는데 저희가 그냥 받아들이긴 어렵습니다. 추가 진료 없다는 전제 하에 최소 3개월은 지나서 심사해보겠습니다. 저희 프로세스가 그래요. 아니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죠. 심사는 어느 회사나 같은 질문을 하니까요."

 

그런데 참 사람이란 재미있는 존재 같습니다. 

 

나의 원인이 여러가지 인 것처럼

보험설계사도 여러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아요.

 

나 때문에 

큰 병원 검진예약을 해 둔 사람이

주변 인맥으로 또 다른 보험설계사와 이야기를 나누니 이번에는 당장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있다고 하는 겁니다. 

 

"되죠 되죠. 근데 가입해두고 당장은 보상 안되구요, 이번에 뭐 생겨도 그대로 두시고, 다음에 뭐 생기면 그 땐 받을 수 있어요."

 

누군 되고 

누군 안된다

누굴 믿냐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보험이란 집의 문은 똑같은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고 문을 열어 주는데, 그 문까지 안내하는 보험설계사들은 된다 안된다 의견이 달라요.

 

다이어트로 먹는 것을 제한하는 

젊은 여성도 아니고

먹는 것, 일하는 것, 활동하는 것 모두

이전과 똑같았던 중년의 한 사람이

갑자기 나 때문에 응급실에 갔다면

나도 참 그 원인이 궁금해집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중년의 사람은 조심하라고 외치는 것 중

뇌와 심장에 대한 말은 정말 많더라구요.

 

뇌의 혈관, 심장의 혈관이 뭐 때문에 잠깐 막혀서

피가 안 통하면 제가 바로 옆에 서 있는 겁니다. 

쓰러져요. 

 

보험이란 복잡한 집에서는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장질환이라는 긴 이름을 붙이더군요. 

 

뭐 피의 흐름이 중요하니

이름에 모두 '혈' 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제가 많이 소환되는 건

심장이 두근두근 뛰지 못하고

두루 둑........두......두루루루 하면서

지맘대로 느려졌다 빨라졌다 뛰어서

숨을 잘 못쉬게 되는 때입니다. 

부정맥이라고 부른다네요.

 

다 보험에서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고 합니다. 

 

나와 연결된 여러가지 결과들이 타격이 크구나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돈주고 상품을 산다는 거잖아요. 

 

응급실에 갔던 

중년의 사람이

심장의 혈관이 잠시 막혀서 

나와 마주쳤던 거라면

허혈성심장질환 보험이 제일 필요할텐데

지금 이 시점에서 보험이 

가입의 문을 활짝 열어줄까요?

 

보험이란 집은

손해보는 일은 안하는

아주 숫자(돈)에 민감한 곳이라고 들었는데요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응급실부터의 문제를 걸고 넘어져서

나중에 보상을 안해준다고 하면

그 길로 안내한 보험설계사가 책임을 져줄지

나도 궁금합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내가 만나왔던 수많은 사람들 즉,

의식을 잃고 응급실에 가고

각종 검사를 많이 받았던 사람들에게

그 설계사를 소개시켜 줄거에요.

책임을 진다면 말이죠. 

 

나는 실신이에요.

여러가지 이유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갑자기 다가갑니다.

사람들은 의식을 잃고

119를 부르고

많은 검사를 해서

내가 간 이유를 찾아내려고 합니다. 

 

나는 아주 복잡한 존재에요.

바이러스나 세균을 죽이는 약을 먹고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인을 찾았을 때

그게 사람의 몸 전체를 도는 혈관이나

피의 혼탁함에 대한 문제라면

아주아주 치료가 길어집니다. 

뇌의 신경문제라면 더더욱 어렵죠. 

 

나는 약으로 다스리기도 어렵고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 전에는

또 찾아가곤 합니다. 

 

응급실에는

나 때문에 간 사람들이 많아요.

 

분명한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전에는

나로 인해 보험도 때때로 등을 돌리곤 합니다. 

 

아 그런데 말이죠,

내가 있기 때문에

큰 질병이 오기 전에

미리 검사해서 알 수 있어요.

 

사실 나의 존재이유는

바로 그거랍니다. 

 

찾아주세요.

원인을.

그리고 노력해야해요.

다시 내가 가지 않도록요. 

작가의 이전글 화재사고는 나와 가까이 있지 않다. 작은 이유로 덮칠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