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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레오 Mar 20. 2020

기름이 튀었다  

마흔, 그 애도 벌써 저 멀리




떡이 얌전하게 튀겨지길래 방심하고 기름 냄비 가까이에 서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

눈 부위에 크게 데인 것 같아 당황스러웠는데 다행히 얼굴엔 점점이 튀었고 손등은 그에 비해 넓게 데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짙어지게 되자 얼굴은 좀 우스꽝스러워졌지만 ' 혹 이대로 살아야 하더라도 화장하면 되니까. 화장 못하면 뭐 점박이로 살지.' 이러고 만다.

남편은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을 더 망쳐놨다고 속상해하고 아들은 연신 얼굴을 들여다보며 우리 아가 예쁜 얼굴 어쩌냐고 걱정한다. 역시 아들이다. (그러나 괘씸하게도 둘은 나를 볼 때마다 웃었다. 나도 딸이 필요하다.)  


별일 아니게 되었다. 막 뽑은 믹스커피를 키보드 위에 쏟을 때처럼 잠시 놀라고 지나가는 일로 여기는 것이다. 

생채기 하나에도 예민해하던 시절을 건너고 주름살의 선이 깊어지는 시간을 살게 되면서

마음은 더 이상 그곳에 머물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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