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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루브르

예술의 나라.

by 이지영

여행코스

브런치 - 샹젤리제거리(엄마의 쇼핑타임) - 루브르박물관 - 일본라멘


어제 이만보 이상의 디즈니 행군으로 오늘 아침은 일찍못일어날줄 알았는데, 내가 제일 먼저 기상했다.

캡틴을 깨우고 어제 산 어깨 인형을 보면서 아이들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아침형인간인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눈뜨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오늘은 파리에 와서 처음으로 아침식사 밖에서

하는 날이다. (지금까지는 숙소에서 싸온 햅반, 라면 등으로 떼웠다.)

미식의 나라 파리까지 가서 이제 겨우 처음으로 외식을하는게 말이 되냐고 생각할수 있다.

아이 둘을 데리고 여행하다 보면 알게된다.

끼니 때가 될때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건 미슐랭 할아버지를 데려다 준데도 그저 굶주린 아이들의 주린배와 짜증을 덮을 수 있는 간편 한식이라는 걸.


그리고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K-중산층 부부에게 유럽여행은 이미 가계 경제에 큰 출혈을 야기했기 때문에 가급적 아침은 숙소에서 해결하는 편이 유리하다.


그래도 오늘의 아침시간은 여유가 있기에,

그리고 여긴, 미식의 나라 파리기에, 캡틴이 찾아둔

브런치까페 몇군데에서 내가 고른 곳으로 가기로 하고 문을 나섰다. 오늘도 여전히 이쁜 파리의 거리.


특히 우리가 잡은 숙소 거리는 파리의 낭만 그 자체인 듯했다. 어제 보지못한 파리의 풍경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사진도 찍으며 브런치 까페로 향했다.

오늘의 날씨도 역시 맑음이다.

파리의 거리 까페와 식당은 이미 테라스 자리에 식탁과의자가 모두 세팅되어있었다.

처음에는 날씨 좋은날 만끽하기 위해서 테라스 자리에 사람들이 더 많은가 보다 생각했다.

어제 디즈니에서 비로소 깨달았다.

그들은 애연가였다. 재떨이 없는 테라스 자리는 그들에게 앙꼬없는 찐빵이요, 고무줄 없는 팬티였다.

테라스 자리는 애연가들을 위한 자리였다.

테라스를 지나치면서 담배연기를 맞을때면 괴로웠다. 테라스는 우리에게 낭만이라기 보다, 간접흡연 공격에가까웠다.


우리가 픽한 브런치 까페에도 테라스 자리가 있었지만 약간 쌀쌀한 아침 날씨와 담배연기 탓에 우리는 실내 자리로 들어갔다.

블루, 화이트로 조화롭게 인테리어된 힙한 까페였다.

젊은 직원들도 모두 패션이 힙해서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메뉴는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으로 볼 수 있어 빵,

팬케이크, 연어에그토스트(?)를 골고루 시켰다.


우리의 선택은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해주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몇개 안되는 메뉴가 50유로(약 7만원)를 훌쩍 넘겼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이게 어디 두번 있을 아침이랴. 캡틴이 먹으라고 할때 그냥 막 먹는거다.)



기분 좋은 식사 후 오늘의 일정에는 내가 가고 싶어했던 쇼핑 장소인 샹젤리제거리의 매장 두군데를 들르는

쇼핑시간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브런치 까페에서 이미 파리 갬성을 충만히 느껴서인지 사실 쇼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루브르 투어가 12시인데 두군데를 다 들르기는 시간이 빠듯했다. 그런데, 또 안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다.


결국 둘중 한군데인 나의 원픽, 에르메스만 가기로 하고 쇼핑의 거리로 향했다. 일단 배는 두둑히 채웠으니 빠르게 쇼핑한다면 애들도 분명 협조해줄거라고 굳게 믿었다. 파리의 버스는 지하철에 비해서 굉장히 쾌적하고 깔끔했다. 바깥으로 보이는 파리의 거리를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주로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이용했다.


쇼핑을 위해 향한 곳은 샹젤리제 거리 바로 한 블럭 뒤의 명품거리였는데, 역시 명품거리가 그런지 분위기가

우리의 비앤비 주변과 사뭇 달랐다. 조용하고 깨끗하게보도블럭으로 정리된 거리 양옆으로 하이엔드급

명품매장들이 즐비했다.


신나게 이 럭셔리한 분위기를 즐기는데 가는 길 중간에 한국에 얼마전에 들어온 편집샵 KITH 파리 매장이 있는것 아닌가?! 들어가봐야지 그럼 또!


나는 뒤의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그 매장에 들어갔다. 역시 힙한 매장으로 소문나서 인지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한껏 매장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고급진 화장실도 들렀다가 나왔다.


비치는 햇살과 하늘, 예쁜 매장들은 나를 흥분시키기에충분했다. 목적한 바를 이루기위해 에르메스 매장으로 향했는데, 블로그로 서치 할 때, 파리의 에르메스 본점보다 더 가고싶엇던 고풍스런 분위기의 세리에 매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원래 나의 위시리스트는 한국보다 저렴하게 구할수 있고, 원하는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슬리퍼 오란이었다. 다행히 원하던 품목이 있어서 겟! 그런데 캡틴이 하나 더해!! 하는것 아닌가?!


살까 말까, 이번 여행에 돈 너무 많이 썼는데, 이게 필요한가 싶어 그 짧은 시간에 수백번, 수천번 고민하고 있었는데 캡틴의 한마디에 구매를 결정했다.


"니가 한국에 있음 살수 있겠니. 그냥 온김에 사"


어머, 캡틴 ㅜㅜㅜ 감동이야. 이렇게 "이쁜" 순간은 인생에서 몇 없는 순간이라구!!


여행은 스쿠르지도 지갑을 열게한다.

그렇게 한없는 감동과 설렘으로 두개를 구매하기로 결정하고 계산하려는데, 캡틴의 그 표정이 또 나왔다.

루브르 투어 시간에 맞춰 가기에 빠듯한 시간이 되버린것이다. 원래 계획은 쇼핑한 물건을 숙소에 두고 가려고 했는데, 다시 들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여기서 멈출 쏘냐. 나는 확신의 P인것을.

셀러가 포장하러 간 사이 재빠르게 블로그 서치한 결과를 토대로 택스리펀, FTA서류까지 꼼꼼하게 받고 매장밖으로 나왔다.

쇼핑은 했지만 왠지 마음이 무거웠다. 차라리 오지 말걸. 싶은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캡틴이 입을 꾹 닫고 미간을 찌푸리고 핸드폰으로 루브르까지 가는 구글맵을 펼쳐놓고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신의 P인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있겠지. 되겠지. 어디있을꺼야"다.

보관함 있겠지. 보관해줄꺼야라고 소심하게 캡틴하게 얘기하고 우리는 지하철로 향했다. 캡틴의 뒷모습을 보며 종종걸음으로 걸었지만 들어가고 싶은 매장들을 지나치며 아쉬워하며 셔터라도 마구 눌러댔다.


루브르에는 늦지않게 딱 도착했는데, 쇼핑백이 문제였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관을 해주지 않으면 그때는 대략난감이기 때문이다.


걱정을 한가득 안고 루브르로 들어갔는데, 지하철역과 연결된 곳을 통해 들어가니 루브르의 유명한 유리 삼각피라미드가 보인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사진 속 명소들이 내 눈앞에 펼쳐질때의 그 감동은 뭐라 표현하기가

힘들다. 아이들도 그런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지만

그것 또한 부모의 욕심이리.

그래서 캡틴은 루브르박물관 어린이 전문 가이드 투어를 미리 신청해뒀다.

투명한 보관함마저 그냥 만들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투어 가이드 선생님을 만나자마자 제일 먼저 여쭤본 건다름아닌 쇼핑백 보관 유무였다.

그 큰 짐을 들고 3시간 투어를 하는건 무리였기 때문이다. 보관이 안된다고 할까봐 정말 조마조마했다.

걱정과 달리 우리의 구세주 가이드 선생님께서 된다라고 쿨하게 말씀해 주셔서 마음이 놓였다.


쇼핑 짐을 들고 루브르로 향하는 자여! 두려워하지 말라. 그대에게는 루브르의 보관함이 기다리고 있다.


함께 투어를 하는 다른 가족이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화장실을 들르고 보관함에 짐을 맡기고 투어를 시작했다.보관함은 크기별로 여러칸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문이 투명하게 제작되어 있는것이 인상적이었다.


흔하디 흔한 철제보관함이 아니라, 나무와 투명한 아크릴 혹은 유리로 만들어진 문, 휴식공간처럼 의자가 있고, 옆쪽에 그룹 방문객 데스크가 있고, 모던하게 꾸며져 있어 혹여라도 훔쳐가지 못할것 같은 비주얼을 하고있었다. 그렇게, 멋진 보관함에 짐을 정리하고 가벼워진 손과 마음으로 설레이는 마음을 장착하고 가이드 투어를 시작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60만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전체 전시관의 모든 작품을 다 관람하려면 24시간 매일 관람을 한다고 했을때 2개월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가이드님의 어마무시한 소개와 함께 우리는 많은 인파와

함께 루브르로 휩쓸려 들어갔다.


엄청나게 많은 작품들이 있다보니 이렇게 투어 가이드가 아니라면 제대로 못보고 헤매다 시간 다 갈수도 있겠다 싶었다. 각 유명 작품들이 전시된 전시실을 찾는데만도 시간이 꽤 걸리기에, 동선도 고려해서 미리 계획했다거나 물론 하루 종일 루브르를 위한 일정으로 빼놨다면 또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처음 관람한 것은, 비욘세가 조각상 옆에서 셀카 찍듯이 포즈를 따라해서 유명세를 얻었다는 조각이었다. 조각상 이름은 다 까먹어 버렸지만, 밀로의 비너스를 보기 위해 들어간 전시실은 그리스-로마의 아름다운 조각상들로 가득했다. 단단한 돌로 어떻게 저렇게 매끄러운 몸과 흐르는 듯한 천을 만들어 냈을까? 조각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유명한 「밀로의 비너스」.

한없이 높은 천장과 공간을 채우고 있는 비너스는 이름값을 하듯이 아름다움을 고고하게 뽐내고 있었다.

작품명 '밀로'는 이 작품이 발견된 지역이다.

흔히 유럽 박물관의 전시품들은 전리품이거나 훔쳐왔다는 이야기들을 하곤 하는데, 이 작품은 구입해온 것이라고 한다. 그 시대에는 이런 조각상이 널리고 널려서 발에 치일 정도라 헐값에 사왔다고.


비너스의 잘린 팔은 끝내 찾지 못했는데, 이 팔을 두고, 무엇을 두고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연구도 이어져왔다고 한다. 팔을 상상해서 그려보기를 하며 아이들의 흥미를유도해 주신 덕분에 아이들도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었다.


황금비율로도 유명한 비너스는 복근이 있었고, 둔탁한 배와 엉덩이의 굴곡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젊음이 느껴진다기 보다 우아한 아름다움이 느껴져서일까? 우리와 비슷한 몸매를 가진 비너스가

왠지 모를 동질감마저 느끼게 했다. ㅎㅎ

두번째 관람은 루브르 지하로 들어가 루브르박물관이 과거에 어떤 형태의 건물이었는지를 설명해 주셨다.

원래 루브르는 수로(?)였다는 사실과 벽을 이루고 있는 벽돌에 새겨진 무늬들은 일꾼들이 자기가 일한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남겨놓은 문양이라는 것, 그리고 그 시대에도 하트로 자신의 노동을 증명한

로맨티스트가 파리에는 있었다는 사실을 간단한 게임과 함께 배운 뒤 다음코스로 향했다.


세번째는 스핑크스와 함께 고대 이집트 문명관. 저걸 대체 어떻게 가져왔을까? 라는 생각, 가져오는 일꾼들 진짜 힘들었겠다라고 몹쓸 공감능력을 뽐내고 있는데,

캡틴은 나는 이제 이거 봤으니까 됐어 라며 동상이몽을서로 털어 놓는다.


뒤이어 미이라도 보았다. 사람미라, 동물미라 구경을 하는데, 나는 참을 수 없는 가벼운 호기심을 끝내

숨기지 못하고, "저 미라들은 진짜인가요?"라고 묻고 말았다.

"진짜죠, 가짜 가져다 놓음 안되죠." 라고 하셔서 살짝 민망했는데, 좋은 질문하셨다고 해주셔서

민망함을 감추었다. 미이라를 만드는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서 미이라 제작 의뢰를 받고 가짜 미이라를

만든 사기꾼들이 그 시절에도 있었다는 설명을 덧붙여 주셨다. 진짜 미라를 보다니. 세상에.


네번째는 메소포타미아문명의 상징인 수문장 부조 조각이었다. 앞에서 볼때와 옆에서 볼때를 고려해

다리의 갯수를 조각한 것, 그 시절에 이렇게 거대한 조각을 남겼다는 것은 과거의 것을 보는 현대인에게

경외심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 가장 궁금한 것은 진짜 저 거대한 돌덩이를 무슨수로 옮겨왔을까 하는 것이다.


투어를 하니, 나 여기왔소. 나 이거 봤소. 하는 가족 인증샷을 작품과 함께 찍어주셔서 좋았다.



다섯번째는 베르사유의 거울의방(?)을 옮겨온 전시실이었다. 화려함과 사치의 극치. 금으로 둘러쌓인 방을

보니 루브르 오기 직전에 거대한 쇼핑백을 들고 있던 내가 떠올랐다.

인간의 예쁜 것을 향한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여섯번째는 그 유명한 「사모트라케의 니케」였다.

루브르 작품 중 가장 감동이었던 것을 고르라면,

단언코 이, 승리의 여신 니케를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아우라가 있었다.


루브르의 드농관으로 가는 큰 계단 중앙에서 위용을 드러내는 니케는 그야말로 승리의 여신 그 자체였다.

우리, 어디에도 지지 않아 라는 것을 뽐내기 위함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위치가 정말 탁월했다.

JUST DO IT, 우리의 나이키는 니케에서 따왔다는데, 날개 중 하나는 가짜라고 한다. 가짜인 것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일부러 날개의 색상을 다르게 만들어 복구했다고 하는데, 작품에 대한 그들의 배려. 생각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여신의 몸을 덮고 바람에 나부끼는 듯한 옷자락과,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의 니케에 홀딱 빠져버려 한참을 바라보았다.


일곱번째 부터는 미술 작품 전시실로 옮겨 갔다.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그린 엄청난 사이즈의 그림.

그림 속 해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숨은그림 찾기 하듯등장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해석해 주시는 가이드님의

설명에 빠져들었다. 그림 역시 엄청난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있었는데, 투어에 포함된 작품은 아니었지만

지나가며 스치듯 만난 앵그르의「그랑드 오달리스크」를 내눈앞에서 직접 볼수 있다니.


혼자서 잠시 감상하며 얼마전 이동진 평론가가 언급한,그 지적 허영심에 한껏 빠져보기도 했다.

다음 작품은 그 유명한 들라크루아의「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었다. 그림 속 작가모습 찾아보기가 흥미로왔다. (사실 이미 한달이 지난시점에 글을 쓰려니 설명은 다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나는 다음 작품에서 아주아주 뿌뜻한 순간을 만난다. 내가 헛돈만 쓴 건 아니구나라고 느낀 순간.

나도 작품명은 몰랐는데, 우리의 2호!!가 타국에서 베스트프렌드라도 만난양 신이 나서


"엄마!!! 아르침볼도!! 지혜의 숲에서 배웠어!!

나 아는 그림 나왔어! " 라고 말한다.


그렇다. 아홉번째 작품은 아르침볼도의「사계」이다.

그리스 로마신화며, 니케며 퀴즈에서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고 있어 살짝 속상할뻔 했는데, 묻지도 않은 이걸 맞춰버리네?!


K-엄마는 그동안 쏟아부은 학원비가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었어!!라며 이 순간이 뿌듯하다.

(사실은 이것을 맞추기 위해 보낸건 아니고, 이런 작품을 보면서 생각이 확장될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며 보냈는데 내가 이렇게 얄팍하다.)


사계를 보니, 계절도 계절이지만, 인생사와도 같아 보여 기분이 묘했다. 나는 지금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까?

여름의 끝자락 쯤? 가을의 결실이 맺어지게 되는건

40대를 통틀어서 일 것이라고, 아직 나는 늦지 않았다고 되뇌이며 막바지 여름을 잘 보내서 결실을 맺자고 다짐해본다.


루브르의「다윗과 골리앗」은 하나의 장면을 앞과 뒤로 나누어 그렸다.

뛰어난 실력만이 다는 아니다. 수많은 다위과 골리앗 중 시대의 상징, 다른 작품과의 차별성. 마스터피스가 되려면 결국 차별성이 필요하다.


루브르의 다빈치 작품은 모나리자만이 아니었다.「가나의 혼인잔치」라는 거대한 작품 속에서 강아지를 찾으며 모나리자의 후광에 감춰진 작품을 감상하고,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작품으로 향했다


루브르의 상징.「모나리자」 오늘의 마지막 작품이다. 모나리자는 한번 도난 당한적이 있는데, 이탈리아인 액자상이 루브르 작품의 액자 작업을 위해 루브르를 드나들다가 수많은 이탈리아 작가들의 작품들이 여기 다 있다며 질투심(?)과 애국심(?)사이 어디쯤에서 훔칠수 있는사이즈의 모나리자를 몰래 가지고 나갔다고 한다.

그림 크기가 들고 나갈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그 아우라와 유명세만큼은 어느 것도 이기지 못한다.


20대때, 미술을 좋아했던 내가 책에서만 보던 작품을 처음으로 마주했던 순간. 예술의 전당에서 고흐 그림을 처음 마주했을때의 그 감정의 소용돌이 처럼, 40이 된나의 마음을 다시 일렁이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진짜 사람이 어마무시하게 많아서 오랫동안 눈에 담아가고 싶었지만

에라 모르겠다, 이 인파속에서 무슨 고상한 감상이냐, 일단 인증샷이나 찍고 빠지자 하며

사진을 찍고 서둘러 인파속을 헤치고 나왔다.


아이들은 디즈니보다 훨씬 재밋었다고 루브르 투어의 3시간을 정말 높게 평가해주었다.

부모로서 참으로 뿌듯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 이 좌식들아. 무려 인당 10만원짜리 투어였다.


하지만, 이내 그녀석들의 배고픔은 3시간의 별이 다섯개 평점을 무색하게 할만큼 강하게 찾아왔다.

원래 밖으로 나가 캡틴이 찾은 맛집에서 식사를 하려고 했지만, 루브르 내의 푸드코트에서

갑자기 스파게티를 찾아 내라는 2호의 주문에 급기야 샤우팅을 발사해 버린 나의 급발진과 함께

피자와 아시안 누들로 허기짐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허기짐을 달래고 나니, 나는 이내 아이들에게 미안해졌다. 특히, 함께 투어했던 3학년 아이의 어머님과 나눈 대화가 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나: "시차 적응 힘들지 않으셨어요? 저희는 첫날 유람선에서 졸았어요."

투어 멤버: "왜 아니겠어요, 저희는 첫째날 둘째날 오전에 호텔에서 잤어요."


아, 우리 아이들이, 특히 아직 3학년인 2호가 잘 따라와 주고 있는데, 내가 그건 못봤구나.

우린 그래도 캡틴의 어마무시한 계획을 도장깨기 하듯이 다 하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 내 쇼핑 때문에 점심도 못먹었는데. 그걸 내가 잊었구나.


그렇게 나는, 금새 평정심을 되찾고 다시 우아한 엄마되기 대작전을 펼친다.


"애들아 근데, 생각해보니까 니네 진짜 대단한거야. 특히 2호. 지금까지 잘 따라오고 있고

이렇게 따라와주기만 하는것도 엄청 훌륭한거야. 니네한테 진짜 고마워. 그런 의미에서 아이스크림을 살께"

(이런 두얼굴의 나를 캡틴은 뭐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ㅋ)

그렇게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든 아이들과 함께 루브르 박물관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가는 통로에서 첼로 연주를 하는 길거리 음악가(?)의 연주소리에 빠져 있는데, 나가자마자 보인 하늘은 더할 나위없이 화창했다.


이게 파리구나. 루브르는 건물마저 파리 그 자체였다. 유리 피라미드며, 건축물이며,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지? 그래, 나는 지독한 사대주의자인가보다.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면서 파리의 거리를 걷는데, 그놈의 올림픽. 이미 끝났는데도 행사를 오지게 한다. 행사 때문에 버스는 운행하지 않는다는 잘생긴 파리 경찰의 안내로 우리는 지하철로 걷기로 했다. 덕분에 전투기 에어쇼를 기대치도 않게 볼 수 있었고, 큰 대로 한켠에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집으로 향하는 파리지앵도 실컷 보고, 콩코드 광장도 지나갔다.

그렇게 우리는 행복한 여행 셋째날이 저물고 있었다.

오늘은 저녁시간 여유롭게 보내자고 하며 숙소로 향했는데, 생각보다 숙소에 도착하고 보니 저녁시간을

훌쩍 넘겼다. 면을 좋아하는 2호의 점심메뉴 파스타를 못먹은 대신에 우리는 숙소 근처의 라멘집을 가기로 했다.


테이블이 5개 정도 있는 작고 아담한 라멘집에서 대기까지 해가며 먹은 라멘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비록, 먹자마자 다시 시차와 싸우던 아이들이 졸고 있었는데, 갑자기 트래블월렛이 안되서 결제를 못하는

바람에 K-엄마는 오밤중의 파리거리를 헤매이기도 했지만, 결국 애플페이는 날 배신하지 않았고, 뜻밖의

애플페이 덕에 무사히 결제를 마치고 오늘도 여전히 우당탕탕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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