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안녕, 런던 안녕! :)
여행코스
파리에서 스냅사진 - 유로스타 - 런던 시내(M&M스토어, 레고스토어, 차이나타운)
아쉬운 파리에서의 마지막 아침.
눈뜨기가 싫었지만, 흐르는 시간을 무슨 수로 붙잡을 수 있단 말인가.
파리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스냅사진 찍기다. 유럽까지 와서 스냅사진을 안찍긴 아쉽고, 그렇다고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지는 않아 30분짜리 스냅코스를 예약했다. 제일 첫타임 시간을 예약해서
어젯밤 피곤을 무릅쓰고 짐을 거의 다 정리해두었다. 눈을 뜨자마자 화장도 하고 속눈썹도
붙이고, 아이들 머리도 세팅해주고 준비해둔 옷을 꺼내 입었다. 이제 정말 나갈 시간. 잠깐이지만 정든 숙소에서 사진도 남겼다. (화장실 빼고.)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 서둘렀다.
알고 보니 우리 숙소 앞 건물이 학교였다. 아이들이 등교 시간 전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에펠탑 앞을 지나 약속장소인 비르하켐 다리를 향해 걸어 가려는데, 이게 웬일! 극 P인 나답게 시간을 잘못 알았다. 다행인건 1시간이나 '빨리' 나와 버렸다.
그래도 늦지 않은게 어디란 말인가! ㅎㅎ 우린 그렇게 얻은 1시간 동안 첫날, 여권 행방불명 사건과
파리의 추운 날씨에 깜짝 놀라 가보지 못했던, 에펠탑 건너편 트로카데로 광장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웨딩촬영이나 스냅촬영을 하러 나온 사람들 말고는 거리가 한적했다.
우리는 우리 가족만의 스냅사진을 찍으며 한껏 신이 나서 광장으로 향했다. 열심히 사진도 찍고, 원유로 청년에게 흥정해 원유로에 다섯개 짜리 에펠탑 열쇠고리 꾸러미도 샀는데 다시, 시간이 빠듯하다. 우리는 거의 경보 수준 걸음으로 스냅작가님과의 약속을 아슬아슬하게 지켜냈다.
내 인생 영화 중 하나인 인셉션의 배경으로 유명한 비르하켐 다리를 지나 에펠탑 건너편 센강쪽으로
걸으며 스냅사진을 찍었다. 작가님은 파리에서 10년 넘게 거주중이시라고 했다. 스몰토크로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말 걸어 주시면서 사진을 찍어 주셔서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사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의 사진들을 원했지만(너무 포즈가 인위적이었....)약속된 30분을 훌쩍 넘은
1시간 가량을 찍어 주셨고, 맛집도 추천해 주시고, 사진도 거의 바로 보내주셨다.
역시, 40대 아줌마 아저씨인 우리보다는 아이들은 어떻게 찍어도 작품같은 사진이 나왔다.
아이들에게 이정도 추억이면 만족! 이란 마음으로 이렇게 파리의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 했다.
아이들과 파리를 짧은 시간동안 누비며, 택시를 잡아타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모름지기 여행은 걷는 것이라는 캡틴의 절대 법칙에 따라 우리에게 허락된 택시는 지금, 이순간이다. 캐리어를 들고 이동하는 순간. 우리는 유로스타를 타고 영국으로 넘어 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파리북역으로 향했다. 파리북역에는 소매치기, 노숙자가 많단 얘기에 잔뜩 긴장한채 파리와 안녕을 하러 역 안으로 들어갔다.
파리북역은 꽤 한산했다.
파리에서 영국으로 넘어가기 위해 우리는 입국심사를 하기 위한 곳으로 갔다. 기차를 타고 유럽 내 국가 이동은 내 생애 처음이어서, 왠지 모를 설레임과 호기심이 들었다. 프랑스-영국 부스가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 광경이 귀엽게 보였다. 프랑스 옆 영국 부스는 영국사람 특유의 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사람 둘이 있었는데, 특유의 영국식 억양으로 간단한 질문을 마친뒤 기차 플랫폼으로 들어 갈수 있었다.
이 작은 공간에서조차 생김새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
영국으로 넘어가기 전에 우선 파리에서 쇼핑한 내역의 택스리펀을 위한 절차가 남아있다. EU 유럽 국가 내 이동은 최종 출국지에서 택스리펀 신고를 하면 되지만, 영국은 브렉시트로 EU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파리에서 산 물건은 파리북역에서 택스리펀 신고를 해야했다. 사실 이것도 출국 전부터 캡틴이 나에게 내려준 과제였지만 난 어제밤 그리고 파리북역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이 모든것을 찾기 시작했다.
불완전한 정보였지만 파리북역에서의 택스리펀은 키오스크로 서류를 찍기만 하면 된다고 되어있었다. 여러대의 키오스크가 있었는데 친절하게도 한국말 지원도 되어 간단히 서류를 찍고 넘어갔다. 캡틴이 생제르맹 매장에서 살때 우리는 현금 택스리펀을 받을거라고 해서 그렇게 해준다고 했기에 키오스크옆 부스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우리 현금으로 신청했어, 라고 했지만 여긴 키오스크밖에 없으니까 그냥 찍어. 그리고 그 회사에 메일보내 그러길래 뭔가 꺼리찜했지만 별 도리도 없어 서류만 찍고 영국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파리북역은 현금 리펀은 안되고 현금을 받으려면 파리시내 택스리펀 출장소 같은데에서 미리 받아왔어야 했다. 다만, 우리는 키오스크로 서류를 찍고 오긴 했기 떄문에 해당 택스리펀 중개회사에 메일을 보내고 카드정보를 추가로 알려준 뒤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유로스타를 타기 전 아이들과 화장실로 향했는데, 화장실 싸인이 지극히 영국스럽다.
로얄패밀리를 연상케하는 싸인을 보니 위트있는 그 싸인에 웃음이 삐져나왔다.
점심시간에 애매하게 걸쳐져있어, 급하게 한번 더 먹고싶었던 잠봉뵈르샌드위치를 사들고 기차를 탔다.
그런데 이게 왠일. 파리에서도 다같은 잠봉뵈르가 아니었구나 싶었다. 그냥 사면 다 맛있어요 하고 보장된건 아니었던거다. 바게뜨도 딱딱하고, 버터도 뭔가 딱딱. 완전 대실패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숙소근처 맛있는 집에서 많이 먹어보고 올껄 ㅠ 영국에서만큼은 껄무새가 되지말자!! 다짐했다.
파리에서 런던으로 넘어가는 유로스타는 해저에 터널을 만들어 지나간다는데 기차에서는 절대 알아챌수 없다. 우리 지금 바다 밑을 지나가는거야 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몇번씩 한뒤 맛없는 잠봉뵈르로 배를 채우고 각자 사진을 보고, 영상을 보면서 기차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2시간 가량을 유로스타를 타고 달린 후 영국에 도착했다. 파리와 런던은 사뭇달랐다. 파리북역의 입국심사대에서 부터 느껴졌지만, 기차역에 내리니 더 실감났다.
파리가 예쁘게 치장한 여성성에 가깝다면, 런던은 투박하지만 클래식하고 젠틀한 남성성에 가깝다.
이 두 도시는 각기 다른 뚜렷한 매력으로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우리는 기차역 안의 영국의 상징 막스앤스펜서 푸드 마켓으로 들어가 근위병 모양의 쿠키 몇개와 간단한 요기거리를 산뒤 역 밖으로 나갔다. 영국은 시도때도 없이 흐린 날씨와 잦은비가 온다고 하여 내심 걱정했는데, 런던도 역시 맑음이었다.
자, 이제 우리에게 온 택시를 탈 기회, 영국의 우버를 탈 시간! 창 밖으로 펼쳐지는 런던 거리에 교복을 입고 하교길을 거니는 아이들이 귀엽다.
우리집 2호는 오늘 수영을 할 수 있어서 신이 났다. 런던의 숙소는 수영장이 딸린 시내 한복판의 호텔이었다.
여행 전부터 수영을 하겠다고(유럽까지 가서..)수영복까지 챙긴 터라, 오늘 가면 수영할 수 있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우린 잔뜩 신이 났는데, 캡틴은 오늘도 우리는 일정이 있다고 일러줬다.
수영을 할 수 있는 날은 따로 있었다. 나의 입방정덕에 2호는 수영을 못한다는 소식과 함께 급격하게 다운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다양한 스킬을 장착하며 어른이 되어간다. 이럴때 향상되는 스킬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스킬이다. 임기응변으로 일단 수영장을 가보기는 해보자. 구경은 하자라는 말도 안되는 임기응변으로 수영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아이의 위기감을 잠재운다. 물론, 이런 임기응변은 말그대로 임기응변이기에, 오래가지 않고 다시 깨어난다.
그렇게 도착한 "THE DILLY" 호텔앞. 런던 피카딜리역근처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호텔은 나름 별 다섯개 짜리였다. 물론 오래된 호텔이라 시설이 그만큼 화려하진않았지만, 내리지마자 우리의 짐을 이동해주는 호텔 직원과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호텔의 향기는 우리를 충분히 설레이게 했다.
아이들도 잔뜩 신이났다. 화장실은 4인 가족이 사용하기에 좀 작아 아쉬웠지만, 침대는 킹 사이즈 , 퀸사이즈가 각각 1개씩 있고 여유공간도 꽤 넓은 보기드문 패밀리룸을 보유하고 있는 호텔이었다.
파리 비앤비와 달리 아늑함과 호텔의 편리함에 다들 신이 났고, 아이들은 침대에 점프를 했고 우린 짐을 풀고
M&S FOOD에서 사온 밀세트로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참치샐러드, 파스타 샐러드와 탄산음료를 함께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꽤 훌륭하다.
호텔구경도 하고 배도 채우고 나니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런던에서의 첫째날을 보내야할 시간.
협상을 했으면, 일단 실행을 해야한다. 나와 2호는 수영장 구경을 하러 나섰다. 어두컴컴하고 분위기 묘한
수영장 구경을 한번 하고 나와 2호에게 엄마가 공수표 날려서 미안하다고 굽신굽신 2차 기술 시전하고,
우린 캡틴의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미 기분이 상한 2호가 숙소에 무언가를 두고 와 캡틴과 함께 방으로 다시 올라갔는데 안온다.
진상났다. 나의 협상기술은 실패였다. 역시 아직 기술 연마가 더 필요하다.
겨우 달래서 나온 캡틴과 우리는 드디어 런던시내 구경을 나섰다. 2층버스, 런던의 지하철, 모든것이
"Welcome to London!!"이라고 손을 벌려 환영하고 있는 듯 했다.
우선 1호의 오이스터 카드(영국의 교통카드)를 구매했다. 캡틴은 1호에게 직접 구매해보라고 주문했고,
별건 아니지만 이 기특한 녀석이 가뿐하게 해냈다.
사실 그렇다. 이 작은 순간이 아무것도 아니고 아이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지 않을지라도 작은 경험이 켜켜이 쌓여 아이가 다가올 삶의 새로운 세상에서 두려움보다는 주저함없이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작은 용기를 키우는 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캡틴과 나는 기념품을 사더라도, 뭘 하더라도 아이들이 직접 해보기를 권했다.
런던시내 아이들과 여행이라면, 꼭 가는 곳이 두군데 있다. 첫번째는 M&M 스토어, 두번째는 LEGO스토어다. 아이러니하게도 둘다 미쿡 시장에서 건너온 애들이다. 이 둘은 서로 마주보고 위치하고 있다. 우리는 영국에 와있지만, 자본주의를 물씬 느낄수 있는 거대한
M&M스토어와 LEGO 스토어를 가기로 했다.
아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이미 M&M스토어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비록 영국에 있는 곳은 아녔지만 디즈니랜드가 그렇듯 미쿡 자본주의가 녹아든 것들은 전세계 어딜가나 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아이템들만 바뀔 뿐이지 안팎으로 대부분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는듯했다.
우리보다 신난 아이들은 둘이 3층짜리 스토어를 누비며 이미 살 것들을 정해놓고 있었다. 영국 M&M스토어에는 애비로드의 비틀즈를 오마쥬한 조형물이 1층에 자리잡고 있었고, 영국왕실을 모티브로한 다양한 제품들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고 있었다.
솔직히, 그런 상징을 닮은 제품들은 다 사오고 싶을 정도였다. 한참을 구경하다 우린 결국 마그네틱을 샀고, 아이들은 직접 고른 이미지와 글씨를 새길수 있는
M&M 한 컵을 샀다.
각자 하겠다고 안한게 얼마나 고맙던지;; 가격이 꽤 사악하다.
만족스러운 구경과 쇼핑을 마치고, 건너편 레고스토어로 향했다. 우리 1,2호는 우와! 빅벤이야!! 하면서
레고로 만든 빈벤을 향해 달려갔다. 과연..저 아이들 진짜 빅벤을 보고도 저런 반응을 보이려나? 'ㅡ'a
해리포터, 셰익스피어 등등 다양한 레고 작품들이 있어 꽤 오랜 시간을 여기서 보냈다.
아무리 유명한 곳들이라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놀이터랄지, 장난감 가게를 이기진 못한다.
조금 더 걸어가니 차이나타운이 나온다. 다른 나라의 차이나 타운은 처음인데, 북적북적하고 현란한 빨간색
들을 보니 차이나타운은 차이나타운이다. ㅎㅎ
런던에는 여기저기 서점이 참 많았다. 우연히 들어간 서점에서 "빠친코"가 진열대에 장식된것을 보니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한다. 아이들은 몇가지 책을 읽고, 각자 하나씩 읽고싶은 책을 손에 들고 나왔다.
2호는 귀여운 계란 모양의 가방을 갖고 싶어했지만, "이걸?"이라는 나의 반응에 살포시 인증샷만 남기고 내려두고 나왔다.
이 나라는 해리포터가 먹여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곳곳에 해리포터 샵이 있다.
이번 여행 전에 해리포터 전 시리즈를 영화로 예습까지한 캡틴은 아이들과 샵을 둘러보며 신이 났지만
사실 난 별 감흥이 없었다. 캡틴은 정말 좋은 아빠다. 저런 아빠가 세상에 또 있을까?
라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자기 슬리데린 티셔츠를 하나 사면 안되겠냔다. 오마이갓. 그는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그것만은 안되겠다. 그건 내 마지노선을 넘었다고 경고했다. 캡틴이 그 티셔츠를 입고다니면
마치 내가 큰아들과 두딸을 데리고 다니는 엄마가 된듯한 기분이 될것만 같았다. ㅠㅠ
런던 시내를 한참을 걸어다닌 우리는 한국 식료품점을 발견하고는 그곳에서 떡볶이랑 닭강정을 사먹었다.
런던 시내에 한국 식료품점이라니. 격세지감이다. K-culture가 먹히고 있긴 있나보다.
프랑스 공항에서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어눌한 한국말을 하는 프랑스인이 반가웠는데,
런던 서점의 빠친코, 런던 시내의 한국 식료품점은 소위 말하는 국뽕을 차오르게 할만큼 충분히 그 위상을
드러내는 듯 했다.
거의 10시가 넘은 시간에 우리는 진짜 부러질것 같은 다리를 질질 이끌고 숙소에 도착했다.
이렇게 런던에서의 첫날이 마무리 되나 했는데, 이 근처에 빨래방이 없다. 애초에 여행할때 한번 정도 빨래를 할 생각이었고, 예상치 못한 쌀쌀한 날씨에 가져온 긴팔옷들이 거의 바닥났기에 빨래를 해야만 했다.
캡틴은 힘든 와중에도 갑자기 가져온 빨래세제와 빨래를 욕조에 쏟아 넣더니 빨래를 해냈다. 물론 나는 어떻게 그 빨래들이 뒤섞여 어느정도 헹궈졌는지를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지만, 보지 않았고 이정도면 되었다고 고생했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잠들어 버렸다. 원효대사의 해골물은 자고로 모르고 먹었을때 달고 시원한 법.
고생했어요 나의 빨래요정 캡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