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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보이지 않는 무게, 나를 누르는 세상의 시선들

by 윤숨

나는 나인데, 왜 자꾸 남이 되어야 하는가.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을 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누군가의 해외여행 사진, 누군가의 승진 소식, 누군가의 완벽해 보이는 일상들. 그 화면을 내려다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아, 나는 왜 이 모양이지."

비교는 언제나 나를 작게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저울 위에서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저울이 있다. 그 저울 위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올려놓는다. 성공, 돈, 인정, 행복, 사랑... 온갖 것들로 자신의 무게를 재려고 한다.

나도 그랬다. 매일매일 그 저울 위에 올라서서, 다른 사람들과 내 무게를 비교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무리 무언가를 쌓아 올려도, 내 쪽 저울은 항상 가벼워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무거워 보이는데, 나만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저 사람은 저렇게 잘 사는데, 나는 뭐하고 있는 거지?"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마음이 가벼워져서 문제였다. 너무 가벼워서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그런 위태로움.

언어라는 벽 앞에서 꺾였던 날

외국에서 대학에 진학할 때였다. 나는 처음부터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우리는 아프고 또 치유되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영어라는 벽이 너무 높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분명히 있는데, 그걸 표현할 언어가 부족했다. 강의를 들어도 절반은 알아듣지 못했고, 과제를 쓸 때마다 사전을 뒤적이며 밤을 새웠다.

"이 정도로는 심리학과에서 버틸 수 없겠다."

스스로에게 내린 판결이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패배자가 된 기분이었다.

결국 체육교육학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몸으로 하는 일이라면 언어의 장벽이 조금은 낮아질 것 같았다.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계속 아팠다.

"나는 왜 내가 원하는 걸 바로 선택하지 못할까."

그때부터였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거리를 재기 시작한 것이. 그 거리는 생각보다 멀었고, 그 사실이 나를 위축시켰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친 나

체육교육학을 공부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심리학이 자리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혼자 심리학 서적을 읽었고,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게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보는 건 체육교육학과 학생인 윤창식뿐이었다. 운동을 좋아하고, 활발하고, 단순할 것 같은 사람.

"심리학? 너한테는 좀 어려울 것 같은데."

누군가 던진 말이었다. 악의는 없었겠지만, 그 말은 내 마음 깊숙이 박혔다.

'아,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구나.'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나를 아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아는 것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는 걸. 그 간격 속에서 나는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심판의 눈을 의식한 스윙

야구에서 타자가 가장 위축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심판의 시선을 의식할 때다.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그 판정이 두려워서 자신 있게 스윙하지 못하는 순간.

그때의 나가 그랬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내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 그런 것들을 지나치게 의식했다. 내 안의 리듬이 아니라, 외부의 기준에 맞춰 살려고 했다.

결과는 예상할 수 있었다. 자신 없는 스윙은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다. 헛스윙을 하거나, 아예 스윙조차 하지 못하고 삼진을 당하기 일쑤였다.

나는 누구의 기대에 살고 있는가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살고 있는 인생이 정말 내 인생인지 의문이 들었다.

부모님의 기대, 친구들의 시선, 사회의 기준, SNS 속 다른 사람들의 성공담... 나는 언제부턴가 그 모든 것들을 만족시키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삶은 피곤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고, 그러는 사이에 정작 나 자신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뭐지?"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의 기준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내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게 된 것이다.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이라는 감각의 상실

예전에는 있었다. '나는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담담한 자신감이. 그게 자만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감각이 사라졌다. 항상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 더 노력해야 한다는 압박감, 다른 사람들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만 남았다.

세상은 끊임없이 말했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많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낙오자가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게의 정체

그 보이지 않는 무게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제야 안다. 그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라고 내가 생각한 것들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그렇게 큰 관심이 없었다. 그들도 각자의 삶을 사느라 바빴다. 하지만 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의 기준에 맞춰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나를 짓눌렀다. 보이지 않는 무게로.

다시 나로 서기로 했다

어느 날, 거울 앞에 서서 오랫동안 나를 바라봤다. 거기에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살려고 애쓰다가 지친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아직 포기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이제 그만하자."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다시 나로 살기로 했다."

그 순간, 어깨에서 무언가가 슬며시 내려간 것 같았다. 보이지 않던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하루아침에 모든 게 바뀌지는 않았다. 여전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비교하는 습관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무게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무게를 내려놓는 방법이 있다는 걸.

나는 나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그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잠시 멈춤, 홈 플레이트에서 나에게 건네는 질문

지금 당신을 누르고 있는 '보이지 않는 무게'는 무엇인가요?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요?

언제부터 다른 사람들의 기준으로 자신을 재기 시작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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