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의 역설

수 水

by 하이디 준

죽음을 연상시키는 소설들만 골라 읽는 나를 보며, 참 딱할만큼 일관성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정말이지 죽는 그 순간까지 질리지 않을 유일한 대상은 죽음 그 자체뿐이니까. 내가 거기에 마약처럼 홀려서 매달리고 있는 것도 억지스럽지만은 않다고 자조해본다.


또한 동시에, 늘 그렇게 죽음의 시선을 느끼면서, 인생을 좀 더 가열차게 살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건, 나름 긍정적인 면도 있는 거 아닌가. 아버지의 간섭과 재촉, 어머니의 비웃음과 검열은 죽기보다 싫고, 차라리 죽음 자신이 무언으로 내게 채찍질을 하는 것은 기쁘게만 받아들인다. 그 지점에서 살짝 문제가 되는 건 역시 외로움 정도.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타인인 그가 돌아왔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는, 마를 길 없는 고독의 우물.


다만 그러면서도, 오로지 나의 마음만 읽을 줄 아는 타로 카드를 통해, 죽음이 나에게 믿기지 않는 사랑 고백을 해오니, 그저 당혹스럽달까. 와, 나의 죽음이 나를 사랑한다고 메시지를 보내왔어… 충격. 여태 내내 머릿속에선 그 이야기만 짜고 있다가, 막상 거짓말처럼 자그마한 상상의 파편이 현실로 비집고 들어오니, 나는 다른 모든 정상인, 일반인들처럼, 살포시 없었던 일인양 치려 한다. 물론 앞으로 타로가 전해주는 말의 신빙성이 떨어진 것도 추가 효과.


그가 말했던 것처럼, 점차 제도권 안으로 포섭되는 걸까, 나는.

남들처럼 살기 싫다고 하면서, 정작 내가 꿈꾸는 삶이란 게, 뭐 그렇게 다른가?


차이점이라면 조금 다른 방향으로의 욕심이 있다는 정도. 소박하고 담백한 일상을 꿈꾸는 건, 실은 모든 소시민들의 꿈이니까, 어쩌면 그조차 크게 다른 방향도 아닐 수도. 더구나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도 같은 모양새. 타로 못 믿겠어, 하면서도 취직은 될까? 돈은 벌까? 작가가 되나? 결혼은 하나? 등등을 줄줄이 꼬치꼬치 캐묻고는 그 아리송하고 뜬구름잡는 답에도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연신 그으~래? 를 속으로 외치고 있으니까.


간혹은 내 색이 바래는 것 같다며 발버둥을 친다. 그가 미워진다. 내가 행복해도, 불행해도, 그 모든 것은 언제나 그의 탓. 그에겐 절대 말하지 않지만 (왜냐면 그건 진실인 동시에 거짓이니까) 매번 1순위 책임자는 내가 아니라 그.


하지만 동시에,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힘든 세상이니까. 아직 그 기준에도 못 미친 내가, 틀을 벗어날 자유로움을 구사할 수나 있을까. 즉흥은 셀 수 없을만큼의 연습 후에나 펼쳐보일 수 있는 것. 도는 속세를 떠나서가 아니라, 속세를 통달한 후에 그것을 넘어선 지점을 이르는 것. 그러니까 수십 번 수백 번 되새겼듯, 지름길은 없다. 내 색을 논하기에, 아직 나는 진정으로 그 색이 표절도 아류도 아닌 고유의 것인지를 확신하지도 못할 만큼, 세상 속에서 살아나간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 한없이, 무지하다.


두려움과 불안함은 언제나, 그 한량없는 고독과 무지만으로 삶이 채워진 채, 죽음의 부름을 받지 않을까 하는데서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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