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水
간만에 문득, 기도드리고 싶단 생각을 했다.
내가 괴로우니까 위안을 찾고픈 것, 안주하고 모든 질척대는 것을 내려놓고픈 것이 1차적인 이유라면, 부차적으로는 나 스스로를 괴롭히는 몹쓸 나에 대한 반성.
신에게 나를 어여삐 여겨 달라 애원하는 것은 부질없고, 뻔뻔스럽고 수치스런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뭘 잘했다고, 무슨 낯으로 용서를 구하며, 어리광을 부린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서야 보니, 그것은 한없이, 한없이 자신을 낮추는 일. 가장 최후의 최후에, 절대적인 그 끝을 마주하고서, 자신을 모두 버리는 일. 나조차도 나를 역겨워하면서, 오로지 신에게 마지막 희망을 거는 일. 나마저도 버린 나 자신을, 신이 받아주는 기적을 경험하는 일.
마음이 끝없이, 숨막히게 좁아져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타인의 기척만 느껴져도, 그림자만 드리워도 발작을 일으키는 마음.
그건 내가 망가졌다는 신호다.
그러니까 기도를 드려야 한다.
신에게 갈구하고, 애원해야 한다.
나를 고쳐달라곤 하지 않는다.
그저 돌아봐달라고 하는 것 뿐이다.
이렇게 망가졌어도, 더러워졌어도, 끝없이 떨어지고 있어도.
당신만은 나를 바라봐주기를, 이름을 불러주기를.
아무리, 아무리 변하더라도, 나를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