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조약돌 둘 04화

데일리 드라이아이스

수 水

by 하이디 준

날짜가 하루하루 지나간다. 녹아내리는 듯도, 연기처럼 날아가버리는 듯도. 일이 바쁜 것은 좋다. 물론 그 모든 일이 감당해낼 정도의, 단시간에 해결해버릴 수 있는 것들로 이뤄져있다는 조건 하에서. 뭔가 끊임없이 해결하고, 정리하고, 맞춰나가는 기분.


역시 장사란 그런 기분으로 하는 걸까, 어렴풋이 넘겨짚기도 해보고. 하나 하나, 차곡차곡 쌓아가고 불리고 키우는 느낌으로. 물론 딱히 원하는만큼 크고 있지는 않지만.


타로의 예언도 소소한 주인을 닮아 그저 소박한 정도로 그치는 것인가 싶기도. 그리고 돌아보면 그래, 내 일상은 작디작은 평범함들일뿐, 당시의 드라마틱함은 그저 부풀어 오르기 좋아하는 내 마음의 소산이었나 하고 만다.


집착, 욕심, 미움.


늘 비워냈다고 자만하고 말지만, 실은 여전히 수행 중일뿐. 여전히 조바심을 내고, 타인을 뜻대로 움직이고 싶어하고, 버릇과 습관에 얽매여 있다.


잘은 모르겠다. 이젠, 일의 능숙함에는 조금 으쓱해질 수 있어도, 내 마음에 대해선 가타부타 하고 싶지도 않달까. 비우든 말든, 그냥 둬버린다. 아프든 날뛰든, 잠시 그대로 두었다가 말아버린다. 쳇바퀴를 돈대도 그저 그렇구나 싶을뿐. 무엇 하나 나무라고 싶지 않다.


하루 하루일뿐이니까. 녹아내리고 날아오르는 것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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