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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클라우드 May 19. 2021

주 1회 찾아오는 놀이시간

슬기로운 초등생활

 등교 수업을 하는 주 마지막 날에는 진도를 조금 빨리 빼서라도 교실놀이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온종일 수업을 듣느라 힘든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석가탄신일 다음날부터는 또 한 주간 원격으로만 수업이 진행되기에, 오늘 마음먹고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학교에 갔다. 애초에 5,6교시를 놀이시간으로 생각했지만, 바로 이야기를 하면 재미도 감동도 없으니 슬쩍 운을 띄워본다.


 "얘들아, 어제오늘 수업 태도가 어쩜 이렇게 좋지? 아, 그리고 선생님이 살펴봤는데 우리 반 진도가 조금 빠른 것 같던데..?"

 

눈치 빠른 녀석들은 불현듯 찾아온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선생님, 오늘 놀이시간!!" (생각나는 대로 바로 말하는 유형)

 "선생님, 혹시 오늘 재미있는 활동 있나요?" (슬쩍 간을 보며 원하는 대답을 이끌어내는 유형)

 판은 깔렸다. 이제 나의 의도를 전달할 차례.


 "오늘 여러분들이 수업 집중해서 빨리 마치면, 5교시에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준비해볼게."

 

(시간이 흘러도 왜 선생님들의 멘트는 똑같은 걸까. 이거 분명히 내가 초등학생 때도 들었던 멘트 같은데. 선생님이 되니까 어렸을 적 나의 은사님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모습이 참 신기하다.)




 약속한 대로 아이들은 4교시까지 수업에 집중했고, 나는 5교시부터 6교시까지 놀이시간을 선물해주었다.


 오늘의 교실놀이로 '마피아 게임'을 진행해 보았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해서 깜짝 놀랐다. 내가 게임 방법을 잘 몰라서, 부회장 00 이가 앞에 나와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는데 녀석, 나만큼 이야기를 잘한다. 


 선생님도 함께 게임에 참여했으면 하는 아이들의 바람에 나도 마피아 게임에 동참하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사회자인 아이가 나를 '스파이' 직종으로 뽑아줘서 활발히 활동해보려고 했는데,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타의로(아이들이 내가 스파이 같다며) 죽게 되었다.(게임에서 탈락했다. 이럴 거면 선생님한테 왜 같이하자고 한 건지..!)


 5,6교시 내내 밝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나도 오래간만에 마음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좋아하는지, 녀석들을 보면서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얼른 코로나 19가 종식되어 교실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그날이 오면 참 좋겠다.

 P.S 선생님이 많은 것을 해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다 함께 웃고 떠들며 놀 수 있는 시간을 꼭 마련해줄게. (그리고 얘들아, 사실 우리 반 진도 느리다.. 다음 주는 스파르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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