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과 특허의 이야기
백만 유튜버 긱블, 발명품을 무료로 공개하는 이유?
"우리는 쓸모없는 작품만 만듭니다"라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미션을 내세우는 공대생들이 있다.
바로 '긱블(Geekble)'이다.
긱블(Geekble)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들은 '긱블러'로 불린다. 포항공대에 재학 중이었던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작은 채널에서 백만 유튜버로 성장했다. 이제는 수십 명의 직원이 함께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긱블(Geekble)은 Geek(괴짜)와 able(할 수 있다)를 합쳐 만든 명칭이다. 다소 따분해 보이는 공학과 과학의 즐거움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공학 콘텐츠로서 대중의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2017년, 소화기를 개조해 아이언맨 광자포를 만드는 영상을 올리며, 이들의 괴짜스러움의 정수를 보여줬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하여 사용자의 기분에 따라 향료의 배합을 맞추어주는 개인 맞춤형 향수 제조 기계를 전시장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이들의 상상력과 도전은 끝이 없다.
지난 7월 28일 방영한 유퀴즈 204화에도 출연하며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긱블은 등교하기 귀찮아서 만든 '등교침대', 앉아서도 머리를 감을 수 있는 기계와 같이 우리가 상상만 했던 엉뚱해 보이는 발명을 현실로 이끌어낸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컴퓨터를 통해 도면을 그리고, 3D 프린터를 이용하거나 직접 메이킹을 한다.
유퀴즈에서 안경에 와이퍼를 달아 비 오는 날에도 자전거를 쉽게 탈 수 있도록 해주는 '와이퍼 안경'과 같은 재치 있는 발명을 소개하기도 했다.
게임을 하며 과자를 먹여주는 기계는 우리가 엉뚱하게 했던 상상을 공학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쓸모없는 발명을 하는 이들의 미션을 다시 떠올리게 해 준다. 상업성이라는 이름으로 제쳐두었던 동심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러나, 긱블러들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 발명을 만드는 진지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루게릭을 앓고 있는 구독자의 아버지 사연을 듣고 환자분에게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눈으로 커서를 조정하여하고 싶은 말을 문자로 손쉽게 전달하는 기능을 개발하였다.
이들은 뜨거운 가슴으로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일에도 발 벋고 나서고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이기 때문에, 아직 수준급 프로그래머가 아니기 때문에 초기 프로토타입을 개선시키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오픈 소스를 공개하는 방법을 택했다. 구독자 중 개발자분이 오픈 소스를 활용하여 업데이트를 해주는 선순환을 가능케 한 배경이다.
이들의 행보는 발명과 특허의 의미를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긱블은 자신이 개발한 발명품에 대해 특허권을 획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과 공학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에 작품과 설계도면을 오픈소스로 공개하여, 자신의 이익을 내려놓는 선택을 하였다.
젊은 발명가의 시각은 충분히 공감할 부분이 많다.
특허를 획득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 우리는 지금껏 특허 전략의 영역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발명자는 당연히 그에 대한 보상을 원할 것이며, 그에 대한 보상이 최대가 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통상의 발명자'의 입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경제학에서 시장의 플레이어를 '합리적인 인간'으로 설정하듯이, 개인은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고, 비용과 이익의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특허권은 발명자가 개발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합법적으로 보호하는 기술 독점권이다. 발명가나 기업은 최장 20년간 기술을 독점하면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고, 반대급부로 기술을 세상에 공개하게 된다. 일종의 트레이드 오프이다. 발명가는 기술 공개의 단점보다 기술 독점의 장점이 큰 경우 특허를 획득할 유인이 생긴다.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새로운 발명을 한 자신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
발명자에게 기술 독점이라는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면, 기술을 공개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발명을 대중에 공개하는 선택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일이다.
특허 제도는 기술 독점을 허용하면서도, 기술 독점과 기술 공개를 굴비처럼 엮어 버렸다. 합리적인 발명가라면 고민하게 된다. 무엇이 나에게 이득이 되는 선택일까.
기술 독점의 이익이 기술 공개의 이익보다 크다면, 기술을 세상에 공개하고 기술 독점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으면 된다. 다른 기업이 내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팔지 못하게 막을 법적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
기술 공개의 손해가 큰 반대 상황이라면?
대부분의 기업은 기술을 공개하지 않기 위해, 특허를 획득하지 않고 이를 '영업비밀'로 보호하는 선택을 한다. 코카콜라는 레시피를 영업비밀로 간직하며,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제약 회사도 핵심 노하우는 특허를 획득하지 않고, 기업 내부에서 영업비밀로 관리하는 경영 전략을 취한다.
발명을 세상에 공개하는 행위는 기술을 열심히 개발해서, 내 노력이 들어간 작품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내어 놓는 선택이다. 개인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이득이 되는 일이다.
다른 연구자는 특허권자가 공개한 기술을 하나의 레퍼런스로 참고하여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같은 기술을 여러 명이 중복해서 연구하게 된다면, 그만큼 사회의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을 공개하는 것은 사회에 이득이 된다.
자신의 연구 성과를 특허권으로 획득하지 않는 것. 나아가, 제품의 개발자료와 성과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일이지만, 과학과 공학을 사랑하는 공학도이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유튜브 컨텐츠를 위한 발명이지만, 이들의 선택은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과학과 공학을 매개체로 서로 돕고 소통하는 메이킹 문화를 만들어내는 도전이다.
쓸모없어 보이는 발명도, 불난 곳에 쓰는 소방 발명이 될 수 있고, 재난 상황에 쓰이는 생존 구조 로봇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울림을 준다.
얼마 전,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 소개한 테슬라 사례도 오버랩된다.
전기차 기술을 독점하는 것보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전기차 시장을 성장시키는 것이 선두 기업으로서 내린 선택이라는 것이다.
비합리적으로만 보이는 특허권 포기. 그 배경에는 사회의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실험 정신이 녹아 있다.
글. 손인호 변리사. Copyright reserved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