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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Feb 18. 2022

공부는 마음이 하는 것

부모는 조바심을 내려놓고, 기억쟁이가 되자


자기주도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습자의 마음, 즉 '공부 동기'라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학생들로부터 이와 같은 이야기를 참 많이 듣습니다. 그럼 저는 "학교는 왜 다닐까요?"라는 물음으로 반응을 대신합니다. 그러면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가장 많은 대답은 "친구랑 놀려고요." 그리고 뒤를 이어 "체육 하려고요.", 그밖에 "다른 친구들이 다 가니까요.", "급식 먹으려고요.", "재미있어서요." 등이 뒤를 잇습니다. 재미있다는 한 친구의 대답에 제가 반짝하여 배우는 것이 재미있는 것인지 되물으면 대부분은 아니라고 합니다. 수업은 지루한데 쉬는 시간이 너무 재미있다고 말이죠. 초등학교의 쉬는 시간은 펄떡펄떡 활력이 넘칩니다.




매년 11월이면 전환기 수업으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만납니다. 작년에도 예외는 아니었죠. 선생님들의 주의와 단속에도 불구하고 이 코로나 시국에 여전히 활력이 넘치는 모습은 저를 안도하게 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대면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는 오히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몰라보게 달려졌습니다. 무기력과 비참여 대신 적극성과 참여의 의지가 강해졌다고 느꼈죠. 저만 그렇게 느끼고 있는걸까 궁금하여 주변 강사들에게 물었더니 반응은 비슷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의 누적 데이터이긴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결핍, 중단, 부재가 학생들에게 충족과 연속, 존재에 대한 필요성과 감사의 통찰을 선물한 것은 아닐까요?

아이들은 놔두면 저절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 어른들의 조바심이 그 마음을 꺾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는 대목이었습니다.




공부 동기는 아이마다 다르게 비롯됩니다.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한 학생은 이성 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공부한답니다. 어떤 학생은 성적이 떨어지면 부모님이 용돈을 깎기 때문에 공부한다는군요. 이유야 어찌 되었든 공부를 하겠다니 다행이라고요? 공부는 마음이 하는 것입니다. 이왕이면 즐거움, 자부심, 희망 같은 긍정적 동기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좋겠네요.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공부에 있어 효능감을 경험했을 가능성 또한 큽니다. 쉽게 말하면 ‘안 풀려서 엄청 반복했던 수학 문제가 마침 시험에 나왔는데 술술 풀렸어.’ 혹은 ‘내가 읽었던 책의 내용을 사회 시간에 선생님이 사례로 얘기해 줘서 내가 친구한테 아는 척을 할 수 있었어.’처럼 자신이 과거에 한 어떤 행동이 기분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경험은 향후에도 그럴 거라는 믿음과 기대로 이어지는 것이죠. 이렇게 효능감을 경험하면 자연스럽게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재미는 지루함과 고통의 허들도 가뿐히 넘게 도와줍니다. 이렇게 동기는 공부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에 불씨를 당기게 됩니다.


한걸음 한걸음 작은 성공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 큰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간혹 아이가 이 작은 성공 경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미처 깨닫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부모는 기억쟁이가 되어 아이가 예전에 쏟은 시간과 노력을 상기하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비단 공부에 해당되는 것뿐만 아니라 두발자전거를 처음으로 혼자 탔을 때, 줄넘기 모둠 뛰기를 처음으로 성공했을 때, 혼자서 신발 끈을 묶었을 때, 처음으로 단추를 채웠을 때,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적었을 때, 처음으로 삼 일 연속 체크리스트를 작성했을 때, 처음으로 상장을 받아왔을 때를 말이죠. 아이의 첫 성공과 노력하고 성취했던 모든 과정들을 마치 영화를 보듯 자세히 생생하게 아이에게 자주 말해주세요.




효능감을 반드시 공부와 시험에서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일에는 실패와 좌절, 연습과 반복이 쌓여야만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면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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