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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라코알라 Mar 13. 2022

좋은 '공부감성'을 만들려면...

친구를 라이벌로 만들지 마세요


정서는 감정과 비슷해 보이지만 감정은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일시적 심리 현상이라면, 정서는 오랜 시간 지속되는 기질적 심리나 성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감정은 격해지기도 하고 분출되기도 하며, 억누를 수도 있고 가라앉힐 수도 있지만 정서는 그런 성질을 띠기 어렵다.
감성은 어떤 자극에 반응하여 마음에 느낌을 일으키는 성질이나 능력을 뜻하는 말, 감정과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우리말 어감 사전」 중


'공부감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부를 하는 사람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내는데 필요한 정서를 말합니다. 그런데 정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쌓여온 생각이나 마음, 느낌을 포괄하기 때문에 '공부감성'이 나쁘다는 것은 곧 공부가 즐겁지 않았던 순간의 감정들이 쌓인 결과라고 봐도 좋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좋은 '공부감성'은 어떻게 해야 생길 수 있나요? 우선 공부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에서 기쁘고, 짜릿하고, 뿌듯한 마음이 느껴져야 합니다. 이것을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으로 한정하면 이러한 마음과 감정을 느끼기가 상당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부'를 반드시 학교에서 배우는 것에 국한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큰아이가 네발자전거를 타던 어느 날, 자신과 키가 비슷한 남자아이가 두발자전거 타는 걸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자신의 분홍 자전거는 시시한 것이 되고 말았죠. 저에게 보조바퀴를 떼 달라고 조르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습니다. 또래처럼 보이는 남자아이가 타는 파란색 두발자전거 정도면 '나도 탈 수 있겠네'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날 이후 남자아이가 나올 시간에 맞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놀이터에 출근했습니다. 그 아이가 자전거 타는 모습을 얼마나 유심히 지켜봤던지 하루는 그 아이가 먼저 "너도 타볼래?" 하고 자전거를 빌려줬답니다. 수줍음이 많던 큰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땀을 뻘뻘 흘리며 휘청휘청 아슬아슬하게 연습을 이어가더군요. 하루에 안되니까 다음 날, 그다음 날도 비슷한 시간에 나가서 파란 자전거를 빌려 연습하기를 일주일쯤 되었을까요. "엄마, 나 좀 봐봐" 하더니 큰아이가 두발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날로 바로 보조 바퀴를 떼러 자전거 수리점을 찾아갔습니다. 그때가 큰아이 5살 때의 일입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남자아이는 자신보다 2살이나 많은 7살 오빠였지요.


큰아이가 두발자전거 타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좋은 모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 친구가 하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미래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또래처럼 보이는 친구에게서 찾은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가 아이에게 공기, 줄넘기, 컵 쌓기 같은 것을 가르쳐 준 기억이 없습니다. 동네에서, 학교에서 친구들이 하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다니 해볼 만하니까 같이 어울려 맛보고, 그러다 보니 재미가 느껴졌고, 실력이 느니까 친구랑 붙어 대결을 벌이는 식이었지요.




우리는 이것을 공부에 적용하여 '공부 희열도', '공부 미래 확신도' 같은 단어로 표현합니다. 그 밑바탕에는 물론 높은 자존감이나 회복 탄력성 같은 개념들이 따라옵니다. 하지만 자존감이나 회복 탄력성은 고정값이 아닙니다. 실패를 여러 번 경험하면 이런 것들은 일시에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말하면 작은 성공과 성취의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존감과 회복탄력성은 덩달아 올라갈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제가 여기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함께 하는 친구들의 성공도 내 아이의 성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입니다.


중2가 된 작은 아이가 학교에서 선발하는 '교지 편집부'에 지원해 붙었습니다. 신청 지원서도 작성해야 하고, 선발되면 편집부 회의, 선생님들 인터뷰, 원고 작성에 편집까지 해야 할 일들이 귀찮아서라도 마다할 녀석이라는 것을 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함께 해보자는 친구들 덕분에 지원서를 작성해서 낸 것입니다.


'괜찮아' 응원해 주는 친구, '해보자' 용기 주는 친구, '함께하자' 격려하는 친구들을 가까이 두는 것이 내 아이의 '긍정성'과 '자신감'을 높이는 데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깨닫습니다. 우리 아이 주변에 잘 나가는 친구가 있면 배 아파할 일이 아니라 함께 잘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고, 방법을 배우고 도움을 받을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좋은 '공부감성'은 작은 성공과 성취 경험의 빈도를 높일 때, 그리고 친구의 성공을 옆에서 지켜보고 고무될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소한 성공에도 함께 기뻐해 주세요. 그리고 내 아이의 친구를 라이벌로 만들지 마세요.


모두 함께 잘 사는 것이 곧 내가 잘 사는 길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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