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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개굴 Oct 15. 2021

동네에 있는 댄스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다니게 된 댄스학원 




 댄스학원을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매우 우연이었다. 서른 살, 결혼을 하고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난생 처음 살아보는 동네라 이 곳엔 뭐가 있고 저 곳엔 뭐가 있나 보면서 저녁마다 동네 산책을 다니는 것이 이사 초반의 일과였다. 운동 센터들로는 필라테스나 요가 학원들이 많아 보였다. 나는 지나가면서 특별한 생각 없이 남편에게 말했다.  




"이 동네에 댄스 학원은 없나? 있으면 다닐텐데."



 그랬더니 갑자기 탁, 옆에 서 있던 차량의 문이 열리며 어떤 한 남성분이 전단지를 건넸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바로 요 앞에 댄스학원 오픈했습니다. 여기 선생님이 진짜 능력있고 춤 잘 추세요. 여기 전단지 드릴 테니까 한 번 와 보세요."



 실로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나 믿기 어려운 시츄에이션이었다. 내가 그 말을 하자마자 바로 그 옆에 있던 차 문이 열리고 전단지를 건네주다니. 나중에 알고보니 그 분은 댄스학원 원장님의 지인이었고, 전단지를 주변에 나눠주며 오픈 홍보를 도와주셨다고 한다. 그 때는 차 안에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지나가면서 댄스학원 이야기를 하자 냉큼 나가서 홍보를 하신 거였다. 




 아무튼 꽤나 얼떨떨한 마음으로 전단지를 받아 집에 왔다. 댄스학원을 언젠가는 다시 다니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는 있었다. 집에서 도보로 10분도 안 걸리는 정말 가까운 위치였다. 게다가 내가 이사온지 이제 1달도 채 안 되었는데, 얼마전 오픈을 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온 세상이 나의 댄스학원 다니는 것을 응원하는 정도라도 봐도 될 것 같았다. 회사도 이제 연차가 올라가면서 처음만큼 여유 없진 않았다. 나는 고민끝에 댄스학원에 전화를 했고, 실제 수업을 참관해보기로 했다. 집에 마땅히 입을 옷도 없었다. 대충 커다란 티셔츠에 레깅스를 챙겨두었다. 오랜만에 설레면서도 떨리는 마음이 들었다. 




 처음 다시 방문한 댄스학원, 아직 오픈한 지 얼마 안되어서인지 수강생이 아주 많지는 않았다. 연령대는 다야양했다. 중학생부터 중년여성분까지. 화려한 인상의 댄스학원 선생님은 가녀린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댄스로 생긴 탄탄한 근육을 가진 분이었다. 댄서들 특유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여전히 쑥쓰러움이 많은 나는 조용히 눈에 안 띄는 것을 목표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선생님의 구령과 함께 스트레칭을 하면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으로 뻘뻘 땀을 흘리며 선생님을 따라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했다. 댄스는 평상시에 잘 쓰지 않던 근육이나 관절을 쓰고, 그 범위가 넓은 경우가 많아 스트레칭 없이 바로 시작하게 되면 근육이든 인대든 통증이 올 수 있다. 이미 반쯤은 지친채로 드디어 본격적인 춤 강습이 시작되었다. 어떤 여자 아이돌 노래였는데, 다들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지만 나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다. 그렇다. 서른이 넘으면서 나는 현재 유행하는 아이돌 노래를 모르는 흔한 어른이 되어버렸다. 아이고, 세월이 그렇게 지난 것이다. 



 

 처음에는 몸이 뻣뻣히 굳어있었다. 열심히 추기도 괜히 부끄럽고, 또 실제로도 마음만큼 잘 안 되었다. 그래도 주변 수강생들의 열정에 조금씩 몸을 열심히 움직여 보았다. 조금씩 수업에 집중하면서 잊고 있던 그 감각들이 되살아났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머리는 잠시 무아지경의 상태로 놓아둔 채, 내 몸을 아름답게 잘 움직이기 위한 감각. 직장생활을 하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고, 핸드폰을 하면서 잊어 버렸던 그 감각들이 다시 조금씩 떠올랐다. 내 몸짓과 동작을 음악에 맞추어 움직였던 것이 도대체 얼마만이던지. 내가 분명히 가지고 있는 본능이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잘 쓰지 않던 본능을 일깨우는 것. 점점 굳어가던 나의 몸이 조금씩 풀려갔다. 




 거울을 보면서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내 모습이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나의 움직임을 전신 거울로 보니 신이났다. 잘 추고 못 추고는 일단 상관 없었다. 팔을 올렸다 내리고, 웨이브를 하고, 스텝을 밟고, 턴을 도는 그 모든 동작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일상생활에서는 잘 하지 않는 팔다리, 몸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나는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음악이 나오면 그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 그리고 어느샌가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몰입해 가는 것.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느낀다는 러너스 하이와 비슷한 감각이 아닐까. 이것은 내가 참 좋아하던 순간이었고, 내가 참 좋아하던 나의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복병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체력. 그 사이 나는 완벽한 저질 체력이 되었다. 그 동안 운동을 전혀 안 해서 몰랐는데, 아무리 자도 자도 피곤한 건 나이가 아닌 체력이 원인이었다. 1시간 가까운 수업이 끝나고 난 뒤, 내 온 몸은 땀에 흠뻑 젖었고, 나는 정말 말 그대로 기어서 겨우 집에 갔다. 가서도 한 참을 샤워도 못 하고 그저 테이블에 엎드려 있었다. 그 만큼 체력이 바닥이었다. 춤을 추고 온 것이 너무 기분 좋고 개운하면서도, 너무 힘들어 정신을 못 차렸다. 근데 그러면서도 웃음이 실실 났다. 이렇게 집에서 가까운 곳에 댄스학원이 생기다니. 이제 나는 시간날 때마다 댄스학원을 가서 춤을 출 수 있다니. 내 마음 속에서 항상 묻어둔 채로 영영 없어져버린 줄 알았던 열정이 다시 솟아난 것이 너무나 기분 좋았다. 




 누가 추천해준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다니고 싶어서 다시 등록한 댄스 학원. 나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운동은 지속할 수 없는 타입이다. 오로지 내가  예전에 느꼈던 댄스에 대한 갈망이 내 마음속에 계속 남아있었고, 그 갈망이 나를 다시 학원을 이끈 것이다. 다시 시작하기 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결국 춤이라는 본능적인 행위에서 나오는 쾌감이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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