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니홈피 같던 남자는

잘 생긴 남자라는 뜻이다

by 김호정

나는 일평생 가져보지 못한 뽀얀 피부에 날씬한 체격. 키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한 175cm가 채 안될 것 같은 키인데, 그 학교에서는 엄청 큰 편에 속하는 키였다. ‘잘 생겼다’라고 하는 말이 딱 어울리는 얼굴. 게다가 웃는 상이라 더 호감형이었다. 작은 캠퍼스에서 오며 가며 스칠 때마다 늘 밝은 표정이었던 것으로 지금도 기억한다.


그 남자애는 쌍둥이란다. 일란성쌍둥이. 그 남자애의 쌍둥이 동생이 우리 과라고 했다. 둘이 너무 똑같이 생겨서 우리 과 애들이 그 남자애에게 인사하고, 그 남자애의 과 애들이 우리 과 쌍둥이에게 인사하는 일이 많았단다. 쌍둥이 동생은 군대에 가려고 휴학을 했고 과 커플이라고 했다.

그 잘 생긴 남자애와 구분도 어려울 만큼의 일란성 쌍둥이라면 엄청 잘 생긴 거 아닌가? 자연스럽게 관심은 과 커플이라는 여자에게로 쏠리는데, 정확하게 누가 알려준 건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아마도 선배였던 것 같고, 누군가가 복도에서 친구와 환하게 웃고 있는 여학생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귓속말로

“쟤야 쟤”

라고 알려줬었다.

“예쁘진 않지?”

“그렇네요.”

“애는 착해.”

그렇다. 이 학교 사람들 대부분 그렇다. 예쁘진 않은데 애는 착하다. 구려서 그렇지 대부분 착하다.

“헤어졌데.”

“정말요?”

“군대가니까.”

“아…….”

“형민이가 찼데.”

“정말요?”

“그래도 쟤네 1년 가까이 사귀었어.”

이런 가십적인 정도의, 대화라고 하기에는 멋쩍은 대화로 아직 실물은 못 본 잘 생긴 쌍둥이 동생의 여친이었던 사람의 외모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 날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서, 습관처럼 데스크탑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창을 열어 당연하게 싸이월드에 들어가 친구검색으로 쌍둥이 동생의 이름을 입력해보았다.


곽형민.


딱 두 명 나오는데 둘 다 미니홈피를 잘 안하는지 둘 다 대표 사진은 없고, 한 명만 일촌평 몇 개가 써 있었다. 다 모르는 이름들이라 둘 중 무엇이 내가 아는 곽형민의 미니홈피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대학수업은 대부분 발표위주라 그룹과제가 많았다. 같은 그룹으로 모인 사람들끼리는 자료를 공유할 인터넷 공간이 필요했는데, 지금이야 카톡으로 공유할 수 있지만 그 때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까페를 만드는 것이 일반이었다. 우리 그룹 사람들에게 나는 내 싸이클럽이 있으니 그리로 가입해서 자료를 올려달라고 했다.


새로운 그룹이 만들어질 때마다 게시판을 만들었기 때문에 수강하는 과목이 많아지고 학기가 지날수록 내 싸이클럽에는 내 사진들 뿐 아니라 전공관련 자료들도 쌓여갔다. 자료들이 쌓여갈수록 나의 졸업은 가까워져 오는 것이었고, 나는 휴학없이 4년을 스트레이트로 다녔다. 사실 동기들 중에서도 군대에 가야 할 남자애들 말고는 휴학하는 동기들이 거의 없었다.


보통 대학 다니는 동안 한 학기나 1년 정도 영어를 위해 어학연수나 워킹홀리데이를 다녀 오는게 일종의 유행이었는데 이 학교 애들은 어학연수는 물론 비행기도 안타본 애들이 많은, 그런 착한 애들이었다.


보통의 경우처럼 우리 남자 동기들도 1학년을 마치자 군입대를 위해 대거 휴학을 했고, 우리가 3학년이 되었을 때 윗 학번 남자 선배들이 복학을 했다. 과 행사에는 열심이지 않았지만 수업은 나름대로 열심이었다. 전공수업때는 복학한 동갑선배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형민이는 복학 안해?”

“몰라. 걘 누구랑 연락하냐?”

3학년 1학기 때 강의실에서 과방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형민이는 복학안해? 형민이는 복학안해? 형민이는 형민이는…….

그러게, 내가 몰래 싸이월드에서 검색도 했던 그 형민이는 아니, 나는 선배라고 불러야 할 형민 선배는 복학할 시점인데 왜 복학을 안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수업 끝나고 컴퓨터실에 들어가 빈 자리에 앉아 싸이월드에 로그인을 했는데 아차. 여기는 학교이고 내 앞뒤양옆엔 알든 모르든 학생들로 가득하니 여기서 검색하긴 좀 그렇더라. 그냥 내 미니홈피 투데이 수와 방명록이나 확인하고 나왔다. 투데이나 방명록이나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는 상태였다.





그 잘 생긴 남자애 역시 과 커플이었다. 그 커플은 꽤 오래 사귄 걸로 기억하고 있다. 동갑이라 여자애가 먼저 졸업한 뒤에도 몇 년 더 사귀었다고 한다.

“그 쌍둥이 걔..형준이는 계속 학교다녀?”

“걘 3학년 마치고 군대갔어.”

“이제 간거야? 아직도 사귀나?”

“그렇다던데?”

“대단하네.”


그때는 헐, 대박 같은 말이 생기기 전이었다. 대단해, 짱이야, 울트라캡숑나이스짱 정도가 지금의 헐과 대박을 대신했던 말이었다. 형준은 방송부여서 그 얼굴을 알고 방송을 들으면, 우리 학교 방송장비가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을 내 하찮은 귀도 알 지경이었는데, 정말 목소리에 얼굴까지 함께 그려지니까 그것은 뭐랄까. 시각과 청각의 공감각적 청취랄까. 황홀할 것 까진 아니지만 작고 답답한 지잡대 캠퍼스에서 잠시나마 미소짓게 되는 순간이랄까.


그의 여자친구 역시 예쁜 편에 속하진 않았던 터라 이 쌍둥이를 두고 신기하다는 말들도 있었다. 특히나 형준과 형준의 여자친구는 유명했다. 워낙 유난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기에 외투와 가방까지도 커플룩 커플템으로 하고 다녔다. 이 아늑한 캠퍼스에 둘이 똑같이 장착하고 손잡고 다녔으니 눈에 띄지 않을리 없었다.


그래도 학교에선 연예인같은 둘이었기에 나는 유난히 그들이 눈에 띄던 날이면 싸이월드에 들어가서 그들의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형준커플은 미니홈피성애자인지 검색도 쉬웠고, 미니홈피에는 그 날 하루의 이벤트가 담긴 사진들이 전체공개로 올라와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미니홈피에서 스크랩해 온 사진들도 많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안경과 가방까지 똑같이 하고 찍은 사진들을 보며 눈꼴이 시리기도 했지만 남자친구가 없던 나는 좀 부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