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교사답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학교가 좋은 학교다
수업시간중에도 급한 공문처리 때문에 아이들을 자습을 시켜놓고 행정 업무에 매달렸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러한 문제에 대한 지적과 지속적인 개선과정을 통해 교사들에게 얹어져 있던 불필요한 행정 업무는 점차 줄어들었고 지금은 과거 정도 수준의 촌극이 벌어지지는 않는 듯하다. 교사에게 있어 본연의 일이란 수업과 학급 운영이고 다시 말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일이다. 그런데 그 외의 일이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어서 과연 이것이 교사의 일이 맞는가 의아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다행히도 그런 시절은 지난듯하다.
그럼에도 안타깝지만 아직까지 교사가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일들이 여전히 적지는 않다. 방향부터 잘못된 과도한 민원도 그 중 하나다. 시대가 변하면서 학교나 교사, 공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고 당연히 학부모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학교와 교육에 대한 오해, 그리고 혼란이 생기게 됐고 그런 것들의 복합적인 이유들로 교권의 추락과 괴물 학부모 출현을 맞이하게 됐다. 학교나 교사는 현시대에서 구조적으로 '을'의 위치에 서게 됐다. 그런 구조를 만들어놓고서는 아이들을 사랑과 열정으로 가르치라고 하다니 이 무슨 해괴한 상황인가.
그러한 일반적인 안타까움을 넘어 나는 기본적으로 학부모의 민원도 소통의 일환으로 교사의 본연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으로서의 '과도한' 민원인데, 이것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며, 교사가 마주하고 소통해야할 것이 아닌, 그릇되고 과한 민원을 의미한다. 교사가 이러한 민원을 맞이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에게 쏟아져야할 교사의 에너지가 잘못된 곳에 쓰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보통 그 '민원'은 소통이 아니라 '공격'이 된다. 교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체력적 정서적 에너지가 중요한 일인데 이 에너지가 아이들이 아니라 다른 곳에 쓰이게 되어 소모되어 결국 아이들은 그릇된 어른 한두명으로 인해 방치되거나 교사와 멀어지게 되는 비극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문제는 교사의 힘을 빼놓는 '민원'이라는 것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데 비해 교사와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데에 있다. 교사를 향한 민원 아닌 공격이 교사에게 올때 일차적으로 학교는 교사와 아이들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 때문에 중요한 것이 구조적인 체계의 도움이기도 하지만 관리자의 역할이기도 하다. 좋은 관리자라면 교사가 본연의 일에 집중하고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있는 공동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어떤 것보다 우선적으로 교사를 보호할 것을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과 절차, 방안들은 다양하겠지만 방향은 교사와 아이들의 보호라는 목표를 향해야 한다. 그래야 교사가 본인의 본연의 일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이들도 안전하게 학교에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환경을 만드는 것이 관리자에게는 '본연의 일'이다.
행정이나 업무에 대한 부분도 방향성은 같다. 업무경감과 체계 개선으로 쓸데없는 일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교사는 다양한 행정업무를 마주한다. 행정업무라고 해서 모든 것들이 불필요하거나 교사가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은 아니다. 다수는 교사가 맡아 하는게 맞는 일들도 많다. 다만 아이들 교육과는 거의 직접적 관련이 없는 '시설', '기기', '설비' 분야 등의 일은 교사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학교의 시설이나 설비 등 교육 여건이나 환경을 구비하고 원활한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엄밀히 교육행정의 일이다. 다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명확하게 학교 내에서 그런 업무 구분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행정의 영역이냐 교사의 영역이냐는 구분을 엄밀하게 하는 것은 쉽지는 않지만 방향 자체는 결국 교사가 아이들 교육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 이런 방향성을 전체 학교 구성원과 공유하고 업무 구분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이끌어 학교가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공동체가 되도록 하는 것은 결국 관리자의 몫이다. 이전에 나도 그런 애매모호한 업무 구분과 때때로 생기는 시비 가리기 때문에 행정실 선생님들과 부딪혔던 경험이 없지 않다. 일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체계가 미비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던 기억이다. 행정이 무엇인지 진짜 교육을 위한 지원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드는 지점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교사는 교사의 일을 하고 행정은 행정의 일을 하는 것인데도 부딪힘이 있었던 것은 결국 업무 관련한 중재가 원활히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러한 불합리함때문에 실무자들끼리 갈등이 생겼다는 것이 서글픈 일이었다. 마치 '을'끼리의 다툼이랄까. 학교도 여러 사람들로 구성된 공동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러 군데에서 이런 류의 갈등이 생길 수 밖에는 없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구성원으로서 함께 일하는 목적이나 방향성에 대해 조금 더 나누어진 상태로 함께할 수 있다면, 진짜 동료로서의 관계로서 함께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있다.
학교를 움직이는 하나의 큰 축으로서 교사의 일의 경계라는 것이 사실은 모호하다. 구성원으로서 무엇이든 해야 하기도 한다. 다만, 학교가 진짜 아이들을 위한 학교로서 나아가려면 이런 경계들과 지원, 체계들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교사가 교사답게 공부하고 교육을 위해 노력하게끔 하고, 교사들이 교사답게 일하는 것을 요구하려면 이런 것들이 우선적으로 갖춰나가야 한다. 완벽한 체계는 없더라도 그런 방향으로 조금씩 개선하며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