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kim Jun 05. 2024

가장 쉽지만 가장 어려운 교육방법

믿고 기다려주기

 


 오늘 우리 반 녀석과 또 한 번 길게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점심 놀이 시간 중 누군가와 또 크고 작은 다툼이 있어서, 싸운 당사자인 두 녀석에게 무슨 일이냐 물어보니 놀이 중 의견이 안맞아 싸웠고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도 오고 간 모양이었다. 학급 공동체에서의 그런 수준의 갈등이야 으레 있는 일이기에 간단하게 이야기를 정리하고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하는 한 아이가 있어 괜찮아지길 기다린 다음 조금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화를 냈냐 물어보니 친구의 행동이 옳지 않게 느껴졌고 대화가 통하지 않아 욕을 했고 다같이 하는 놀이 중에 화를 내고 그대로 뛰쳐나왔다는 이야기였다. 이 친구는 원래도 감정, 정서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라 그간에도 비슷한 일이 종종 있어 왔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변명이었다. 사실 더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은 것이 내심 대견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 녀석도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어찌됐든 잘못은 명확하게 짚어주어야 하기에, 억울해하는 감정에 대해서는 들어주고, 너의 감정과 정서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놀이 중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뛰쳐나오는 건 옳은 행동이 아니고 좋은 문제 해결방식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감정은 쌤이 들어주고 이해해주지만 옳지 않은 문제 행동 혹은 해결방법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을 해보자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내가 그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너는 과거에 비해 충분히 성장하고 있고 선생님도 그걸 잘 알고 있어서 널 믿고 있다고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너의 좋은 점이나 노력에 대해 잘 알고 있을테니 스스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그것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같이 노력해나갔으면 좋겠다고. 억울한 마음, 부당하다고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나 그런 방식의 해결방법은 옳지 않다는건 스스로 인정하고 계속 보완해나가자고. 너는 계속해서 더 나아질거니 스스로도 믿고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아이가 기분이 풀렸는지 괜찮아져서 이야기를 좋게 마무리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아이가 생각하기엔 서운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을테니 내일 또 한 번 이야기를 나누어야 될 것 같다.


 아아, 나름 선생질을 오래했는데도 이런게 참 쉬우면서도 어렵다. 믿고 기다려주는 것. 아이를 위한 좋은 교육의 핵심은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교육이라는 건, 내면의 성장이라는 건 눈에 보이지 않기에 언제 성장하는지에 대한 기약도 없이 어쩌면 믿음만 가지고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교사로서 다행스러운 것은 그동안 믿고 기다려주었던 아이들이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을 해왔기 때문에 바보같이 또 아이들을 기약없이 믿고 기다릴 수가 있는 것이다. (아닌 경우도 많지만..) 

 물론 그 기간 동안 교사가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이와 개인적으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아이의 감정과 어려운 점에 대해서도 받아주고 이해해주어야 하고 방향도 제시해주는 등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런 노력과 더불어 아이가 더 나아질거란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주면 그 아이가 아름답게 성장해 나가더라. 물론 이건 기적과 같은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삶을 가꾸는 교육이라는 건 기적이 맞지 않을까? 


그게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희망이자 힘이다. 


 교육자인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사람 고쳐 쓰는 것 아니다'라는 말이다. 물론 성인에게는 일부 맞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표현은 아니다. 모든 아이들은 분명히 성장한다. 어른들이 함께 노력하면서 믿고 기다려주면 말이다. 


 나는 또 바보처럼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주려고 한다. 피나는 노력들과 함께. 

이전 01화 교사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