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도 더 전의 일이다. 마이솔 수련 중에 어깨를 다쳤다. 단순한 동작이라 별생각없이 평소와 같이 팔을 주욱 뻗었는데 갑자기 왼쪽 쇄골 위 근육에 뻑하고 통증이 왔다. 꽤 무거운 통증이었던지라, 그리고 너무나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찾아온 통증인지라 몇 분을 가만히 앉아 어깨만 주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수련을 계속했는데 묵직한 통증이 어깨 언저리를 계속 맴돌았다. 결국 여러 동작을 뛰어넘고 선생님의 마사지를 받고 어찌어찌 수련을 마쳤다. 마침 다음 주가 요가원 방학이었기에 집에서 쉬엄쉬엄 수련하면 통증이 사라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일주일 방학이 끝나도록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고 수련을 하고 나면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결국 나는 병원을 찾아갔고 간단한 테스트와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어깨 근육에 특별한 손상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통증이 있다면 수련을 쉬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요가원에 가는 발길을 멈추었다.
요가원에 가지는 않았지만 나는 몸이 굳을까 조급증이 생겨 집에서 조금씩 수련을 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몸을 풀자는 마음으로 어깨 움직임이 최소화된 동작으로 시작했지만 조금씩 욕심이 났고 의도와는 다르게 어깨를 몹시 자극하는 동작까지 해버릴 때도 있었다. 일상생활에는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의 통증이었으니 당연히 모든 동작을 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동작 후에 어깨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몇 주를 지내고 나니 어깨는 당최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삼 주째에 통증이 점점 악화되는 것을 느낀 후에야 나는 수련을 완전히 멈추었다. 그리고 일상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음날 수련을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고 수련 후에 개운한 몸으로 하루를 시작하던 순간이 너무나 그리웠다. 길에서 요가 매트를 어깨에 둘러메고 지나가는 사람을 마주치면 부러움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수련에 대한 불안과 그 부재로 인한 무기력함, 그리고 일상의 사소한 일들에서 나오는 수많은 감정들을 조절할 수가 없었다.
일상이 힘없이, 그러나 쏜살같이 지나갔지만 그 안에서 내 감정은 널을 뛰었다. 점점 나의 중심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수련을 할 수 있다면 온몸에 에너지를 순환시켜 마음이 평안해질 것 같았는데 그걸 할 수가 없으니 힘들었다. 수련이 너무 필요한 순간에 수련을 할 수 없으니 힘들었다. 수련을 못해 힘든 순간을 수련으로 이겨내고 싶었으니 답답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기약 없이 쉬어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웠다.
나의 마음이 어떤 일 때문에 종일 안달이 나 있던 어느 날, 문득 괜찮으냐는 동료의 말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말았다. 다사다난한 인생이라지만 요가를 하며 나의 일상을 겨우겨우 다지고 있었는데,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너무 힘들다 털어놓았다. 사고가 발생하는 것과 일상이 흔들리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일상이 흔들리는 건 그 어떤 사소한 상황도 쉽사리 사고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후부터 물리치료를 시작했다. 10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고 치료사가 알려준 운동법을 틈틈이 나흘 동안 했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어깨 통증이 사라졌다. 치료사는 다시 요가를 해도 된다고, 다만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한에서 수련을 하라고, 공식적으로 수련의 재개를 허가했다. 뛸 듯이 설레는 마음에 황급히 집으로 돌아가 평소 하던 대로 수련을 했다. 차투랑가를 해도 어깨가 아프지 않았다. 야호. 다음날에는 아쉬탕가 레드 수업도 들었다. 선생님에게 그동안 못 나온 사정을 말하고 수련 중에 어깨가 아프면 쉬겠다고 미리 양해를 구했지만 감격스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야호.
이날 나의 수련은 염려했던 것보다는 수월했지만 그렇다고 온전했던 것은 아니다. 부상 전에 집중적으로 연습했던 동작들을 아주 조심스레 시도해야 했다. 그러나 그저 그 그 동작을 했다는 데에 만족했다. 수련이 진척이 됐든 말든 알 바가 아니었다. 수련을 한다는 것 자체에 감사했다.
나는 그동안 요가를 퍽 열심히 수련했다. 나의 일상은 요가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수련 전날에는 알콜이나 매운 음식도 안 먹고 약속도 피했다. 한 친구가 네가 요가원을 덜 가면 우리가 더 친해질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다. 그러나 요가를 쉬는 동안 나는 내가 했던 것이 정말 수련이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수련을 하지 못해 그토록 마음이 흔들린 것부터 좋지 않은 징조였고, 조바심과 욕심 때문에 부상이 더 오래갔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가와는 정말이지 정 반대편에 있는 마음가짐이 아닐 수가 없다. 정신과 마음은 내버려 두고 몸만 홀로 수련했나 보다.
그러나 다시 수련을 시작한 지금, 수련의 소중함을 깊이 깨달은 지금, 이것도 모두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었다. 욕심이 생길 수도 있었고 마음이 흔들릴 수도 있었고 타인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도 있었다. 그 순간은 그럴 수밖에 없었기에 그랬을 거다. 그리고 지금, 돌아보고 부끄러움을 느끼니 이것도 수련이다. 휴식 없이 요가를 계속했더라면 갖지 못했을 또 다른 수련이다. 다행히 지금은 다시 요가를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혼돈의 시간이 끝난 것은 아니다. 혼돈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고, 아니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지도 모르고, 나는 조금 더 마음에 집중해 수련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