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사이다와 맥주

아이가 탄산의 톡 쏘는 맛을 싫어하기도 했고,

양치질을 안 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안 좋은 것이

탄산이기에 8살이 되기 전까지 아이는

탄산음료의 맛을 몰랐다.


​어느 날 사촌 형아와 함께 피자를 먹으면서

아이는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다는 것을.



​그 ​뒤로 아이의 사이다에 대한 사랑은 집요했다.

사이다를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했더니,

사이다 캔을 모으기 시작했다.

놀이터에서 굴러다니는

빈 캔까지 모아 오는 지경이었다.

통제가 과도한 집착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

적당선에는 허용해주곤 했지만

항상 내 마음속 허용과 절제 사이에서 어딘가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아마도 아이는 엄마 마음의 취약성을 눈치챘을까.

​의외의 포인트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스시집에서 늘 그래 왔듯 맥주를 시켰다.

아이가 묻는다.



“엄마는 왜 맥주를 먹어?”


​“응? 맛있으니까?”


​“맥주는 몸에 좋아? 술은 안 좋은 거잖아.”


​“으응?”




요지는 엄마도 엄마의 취향을 위해

몸에 안 좋지만 맥주를 먹는 것처럼

자기도 레스토랑에서는 사이다를 먹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니. 요놈 봐라.


​웃기기도 어이가 없기도 한데,

반박할 말이 없다.



내가 맥주를 먹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이가 사이다를 먹는 것과

내가 맥주를 먹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고놈 참 예민하네.

어른이니까 먹는 거야.

이렇게 묵살하기엔 아이의 주장이 너무 타당하다.



어른에게도 맥주는 기호식품.

아이에게도 사이다는 기호식품이다.

몸에는 둘 다 안 좋다.



아이에게 기호식품을 허하지 않는다면

역시 부모 역시 기호식품을 맘껏 취할 권리가

없지 않을까.



맥주를 시키려던 손을 내려놓는다.

스시에는 맥주가 딱인데.

애꿎은 장국만 들이킨다.



그래. 원래 날 것에는 따뜻한 국물을 마셔야 해.

찬 것 마시면 탈 나…

​라고 다독이는 내가 안타깝다.



참 부모 노릇도 고달프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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