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일상 에세이] 사이다와 맥주

아이가 탄산의 톡 쏘는 맛을 싫어하기도 했고,

양치질을 안 하는 것보다 오히려  안 좋은 것이

탄산이기에 8살이 되기 전까지 아이는 

탄산음료의 맛을 몰랐다.


어느 날 사촌 형아와 함께 피자를 먹으면서

아이는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다는 것을.



뒤로 아이의 사이다에 대한 사랑은 집요했다.

사이다를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했더니,

사이다 캔을 모으기 시작했다.

놀이터에서 굴러다니는 

캔까지 모아 오는 지경이었다.

통제가 과도한 집착을 불러일으킬  있을  같아

적당선에는 허용해주곤 했지만

항상  마음속 허용과 절제 사이에서 어딘가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아마도 아이는 엄마 마음의 취약성을 눈치챘을까.

의외의 포인트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스시집에서  그래 왔듯 맥주를 시켰다.

아이가 묻는다.



“엄마는 왜 맥주를 먹어?”


​“? 맛있으니까?”


​“맥주는 몸에 좋아? 술은 안 좋은 거잖아.”


​“으응?”




요지는 엄마도 엄마의 취향을 위해

몸에 안 좋지만 맥주를 먹는 것처럼

자기도 레스토랑에서는 사이다를 먹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니. 요놈 봐라.


웃기기도 어이가 없기도 한데,

반박할 말이 없다.



내가 맥주를 먹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아이가 사이다를 먹는 것과

내가 맥주를 먹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고놈 참 예민하네.

어른이니까 먹는 거야.

이렇게 묵살하기엔 아이의 주장이 너무 타당하다.



어른에게도 맥주는 기호식품.

아이에게도 사이다는 기호식품이다.

몸에는   안 좋다.



아이에게 기호식품을 허하지 않는다면

역시 부모 역시 기호식품을 맘껏 취할 권리가 

없지 않을까.



맥주를 시키려던 손을 내려놓는다.

스시에는 맥주가 딱인데.

애꿎은 장국만 들이킨다.



그래. 원래 날 것에는 따뜻한 국물을 마셔야 해.

  마시면 탈 나…

라고 다독이는 내가 안타깝다.



참 부모 노릇도 고달프다 ㅋㅋ


작가의 이전글 [일상 에세이] 섬세함과 예민함의 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