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식호흡과 복식호흡 차이점
필라테스는 호흡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동이다. 예전에 필라테스 트레이너를 막 시작할 때 같이 일하기로 한 직원 중 한 명은 자기가 배운 호흡법이랑 다르다는 이유로 같이 일 못하겠다며 하루 만에 그만두기도 했다. 그 당시의 나는 정확한 호흡법을 몰랐을 수도 있지만, '호흡은 다양하게 응용하고 동작에 맞게 변화를 줘야 한다'는 항상 일관된 생각을 하고 있다. 어쩌면 처음 시작한 운동이 요가여서 그럴 수도 있다.
요가는 다양한 호흡법이 있다. 조용한 복식호흡, 헐떡이듯이 빠른 호흡, 코를 좌우로 번갈아가며 내쉬는 호흡, 안으로 숨소리를 내며 하는 호흡 등 상황에 맞게 다양한 호흡들이 필요하다. 몸을 움직이는 아사나를 할 때는 주로 안으로 숨소리 내는 호흡을 하는데, 필라테스와는 다르게 요가는 숨을 내쉴 때도 코로 내쉬기 때문이다. 그런 호흡을 하면 자연스레 숨을 조금씩 내쉴 수밖에 없고 이는 복압을 상승시켜서 코어를 사용하기에 용이해진다.
그다음 배운 운동은 웨이트 트레이닝. 당연히 기본적으로 힘을 줄 때 숨을 내쉬고 동작에 따라서 마시면서 힘을 주거나, 상급자는 호흡을 참은 상태로 힘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는 케틀벨을 배웠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지속적으로 힘을 줘야 터키쉬 겟 업 같은 운동의 호흡법은 '츠으'하면서 요가와 비슷하게 조금씩 내쉬면서 복압을 유지한다. 반면 스윙같이 폭발적인 힘을 내는 동작은 '취!' 하면서 한 번에 강하게 코어에 힘을 주며 숨을 뿜어낸다. 이때 내쉬는 숨은 입으로 내쉬게 되는데, 내쉴 때 내는 소리와 입모양에 따라서 코어에 힘이 들어가는 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다음으로 필라테스를 배우고, 그다음 자이로토닉을 배우게 되었다. 자이로토닉은 동작의 속도에 따라 호흡법이 달라지는 것은 케틀벨과 비슷하면서도, 요가와 비슷한 호흡도 있고, 움직임이나 자세에 따라서도 다른 호흡을 사용하도록 좀 더 세분화돼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필라테스 호흡법에 부족함을 느꼈고 내가 배운 호흡법들을 응용하여 필라테스 동작을 하기도 하였다. 그 당시에도 초보 트레이너들 사이에서 호흡을 정확하게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서로 의견이 분분했다. 나도 수업을 하면서도 왜 그런 것인지 계속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중에 여러 협회의 교육용 교재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필라테스 협회에서 교육하고 있는 호흡에 대한 설명이 반쪽짜리라는 것을.
일반적으로 필라테스 호흡법은 흉식호흡이라고 알고 있다. 코로 숨을 마시면서 흉곽을 다방면으로 확장시키고, 입으로 내쉬면서 다시 흉곽을 닫는다. 이는 해부학적으로 호흡이 일어나는 원리를 설명하고, 가장 이상적인 흉곽의 움직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받을 때 대부분 이 호흡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앉아서 연습을 해보며 서로 체크해준다. 하지만 필라테스 운동은 앉아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운동 중 호흡법에 대한 내용이 매우 부실하거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재활운동에서는 복식호흡을 해야 한다고 배운다. 여기서 말하는 복식 호흡은 요가에서 말하는 복식호흡과는 다르다. 요가의 복식 호흡은 주로 명상 시에 사용하며, 깊은 명상을 유지하기 위해 신체의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흉곽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마실 때 배를 내밀고, 내쉴 때 배가 들어간다. 복압만 사용해서 복식 호흡을 하게 된다. 그것도 매우 천천히 움직이는지도 모를 정도로.
하지만 재활에서 이야기하는 복식호흡은 호흡을 통해 적절한 복압을 유지해서 코어 근육을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다양한 논문을 통해 이에 대해 매우 세밀하게 배운다. 숨을 얼마큼 내쉬어야 하고, 어떻게 내쉬어야 하며, 또 힘을 얼마큼 줘야 하고, 그것을 어떻게 확인하며, 어떻게 지도할지에 대해 배운다.
사실 둘 다 맞다. 흉식호흡이면서 동시에 복식호흡을 해야 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마실 때는 흉식호흡이고 내쉴 때는 복식호흡이다. 하지만 필라테스 교육 시 배우는 내용에는 흉곽에 대한 내용만 자세히 다루고 정작 운동 시에 사용해야 하는 복부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거나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단순히 필라테스 호흡법은 흉식호흡이라고 말하는 것이고, 재활에서는 실제적인 운동에 논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똑같이 흉식으로 마시면서도 복식호흡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다양한 논란들이 파생된다.
필라테스 교육 시 배우는 흉곽에 대한 내용은 다 맞다. 그리고 거기에 재활에서 배우는 복부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고, 동작과 자세에 따른 다양한 호흡법 응용을 더하면 비로소 필라테스 호흡법이 완성된다.
초보 필라테스 트레이너들 사이에서 주로 논란이 되는 점
1. 숨을 얼마큼 마시고 얼마큼 내쉬어야 하는가.
2. 코어에 힘을 얼마큼 줘야 하는가.
3. 내쉴 때 입으로 내는 소리가 '하'가 맞는가 '후'가 맞는가.
필라테스에서 흉식호흡을 배울 때 일반적으로 최대한 많이 마시고 최대한 많이 내쉬라고 배운다. 앞서 말했듯이 이는 호흡에 대한 기전을 알아보고 인지시키기 위한 것으로 실제 운동할 때는 이렇게 호흡하면 안 된다. 예외적인 동작으로 '헌드레드'라는 동작이 있다. 이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흉곽의 움직임을 활성화시키고 몸에 산소를 많이 전달한다. 또 코어 근육을 활성화해서 본 운동 전에 몸을 준비시키는 동작으로 조셉 필라테스가 고안한 필라테스 매트 운동의 대표적인 동작이다. 특이하게도 많은 필라테스 동작중에 이 동작만 유일하게 호흡법이 다르다. 호흡조절 근육을 미세하게 컨트롤하며 팔다리를 함께 사용하는 협응력을 요하는데, 조셉 필라테스의 천재적인 발상이 엿보이는 매트 운동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헌드레드 동작에 사용하는 독특한 호흡법을 보면, 조셉 필라테스가 고안 한 초기 운동법에는 자이로토닉처럼 각 동작에 따른 다양한 호흡법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아마도 직계 제자가 배우는 클래식 필라테스에서는 그 원형들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모던 필라테스로 넘어오면서 누구나 필라테스 운동법에 대해 교육하고 자격증을 발급하는 과정에서 소실되고 희석되지 않았을까 한다.
헌드레드에서 처럼 최대한 많이 마시고, 최대한 많이 내쉬는 호흡법은 조셉 필라테스가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고안해낸 방법이다. 그 당시에는 거의 모든 동작에서 폐활량 전체를 사용하는 호흡법을 했을지 모르지만, 재활운동에서 인용하는 논문에 따르면 코어 근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런 호흡법은 비효율적이라고 한다. 많은 논문이 있겠지만 대략적으로 요약해 보자면, 마실 때나 내쉴 때나 20% 정도의 여유를 두어야 한다. 즉, 숨을 최대 흡기량의 80% 정도만 마시고, 내쉴 때도 역시 최대 호기량의 80%정도만 내쉬어야 하는 것이다.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숨을 너무 많이 마시거나, 숨을 너무 많이 내쉬면 불필요한 근육들에 힘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이 근육들을 액세서리 호흡근육이라고 한다. 이런 근육들의 개입을 막고 흉곽의 움직임과 코어 근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최적은 호흡은 80% 정도다. 그러면 자연스레 코어에 들어가는 힘도 과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내쉴 때는 입으로 어떤 소리를 내는 것이 맞을까?
'하' - 숨이 한번에 너무 많이 나가서 코어 근육에 힘이 잘 안 들어간다. '허'역시 마찬가지
'호' - '하'보다는 조금 덜하지만 여전히 숨이 많이 나가고 입술과 턱 주변에 불필요한 근육들이 많이 사용된다.
'후' - '호'보다는 복압이 상승해서 코어 근육에 좀 더 힘이 잘 들어가긴 하지만 역시 입과 턱 주변 근육들이 사용된다.
'흐' - 그나마 가장 불필요한 근육의 개입이 적으나 복압이 잘 안 들어간다.
'스' -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필라테스 호흡소리다. 케틀벨에서 사용하는 '츠' 보다는 부드러우면서도 복압도 적당히 들어가면서 불필요한 근육들의 개입이 적다.
앞서 말한 효율을 위해서는 사실 동작별로 호흡법이 다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롤업처럼 천천히 집중하는 동작과 레그 펌프처럼 격렬한 동작이 같은 호흡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론을 배우고, 다양한 운동을 접해서 스스로 보완하는 것이 좋다. 그에 일환으로 자이로토닉을 배우길 적극 권한다. 필라테스와 상호 보완적인 운동이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된다. n+n=n!
대부분의 운동들이 호흡이 중요하다. 하지만 호흡이 중요하다고만 알고 사실상 호흡에 대해 공부하는 트레이너는 많지 않다. 대부분 동작에 집착을 한다. 물론 동작도 중요하지만 호흡법만 정확하고 다양하게 해도 수많은 파생효과들이 생긴다. 예를 들어, 슈로스 호흡법과 PNF를 접목해서 머메이드 동작을 지도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나 필라테스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 관계자들은 호흡에 대해 더 보완해서 교육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