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동산으로 소풍 가는 길

by 옛골소년


살다보니 학교가는 날이 뜬 눈으로
기다려지는 날도 있고 설렘으로
잠을 잔 듯 안 잔 듯 학교 가는 길이
하늘을 달리는 듯 가벼운 날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조금 살고 볼입니다.

오색빛으로 엄마가 고이 말아 준 김밥이
비빔밥이 되더라도 마냥 들뜬 마음으로
가방을 흔들며 학교를 향해 달려갑니다.
책 대신 과자와 김밥으로 채워진 가방은
세상을 가진 날개처럼 가볍기만 합니다.

아버지가 쥐여준 오천원으로 무엇을 살까
아침부터 입은 히죽히죽 코는 벌렁벌렁
동네친구와 뛰어놀던 우리 동네 뒷동산이
학교친구 소풍가는 길로 자꾸만 가까워지는
반갑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한 소풍가는 길

소풍가는 길에 보이는 우리집은 그날따라
더욱 작게 보이고 기울어진 파란대문으로
행여나 엄마라도 나올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
친구들은 관심도 없는 볼품없이 작은 집은
그날따라 자꾸만 자꾸만 신경이 쓰입니다.

우리 동네 뒷동산은 친구들의 가득 채운
웃음소리 나무처럼 빽빽하게 가득 차고
어제 올랐던 나무에게 반갑다고 눈인사하고
술래놀이 친구에게 잡혔던 바위 틈새 은신처가
학교 친구 보물찾기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예쁘게 자리 잡은 오색 김밥 맛은 배가 되고
흰쌀밥을 싸온 친구에게 친구들이 건네주는
김밥하나, 내 것도 슬쩍 하나 건네주며
김밥 받는 친구 얼굴 김밥 주는 친구 얼굴
힐끔힐끔 쳐다보며 부끄럼을 어찌 참을까
소풍길에 파란대문 우리 집이 생각납니다.

소풍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여기가
우리 집이라며 친구들과 헤어지는 길이
이제는 부끄럽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며
기울어진 대문으로 들어가니 반가 주는
엄마에게 김밥을 싸주신 것에 고마워하며
기울어진 파란대문 우리집과 엄마 얼굴을
미안함에 둘러보며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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