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침에 나갔던 구는 다음날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그는 피로해 보였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우리는 묻지 않았다. 때가 되면 그의 입에서 설명이 나올 것이지만 듣지 못할 수 있었다. 그를 쉬게 해주는 게 상책일 것 같아서 그가 잠을 자는 방에는 되도록 접근을 피했다. 꼬박 이박 삼일을 잠과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는 삼일 째 되는 날 충혈된 눈으로 일어나 나와서 저녁 식사에 합류했다. 우리는 조촐한 식사를 마치고 둘러앉았다. 양사장은 포천 시내에 외출이라도 나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연희와 완전히 정리했다.”
연희는 그의 헤어진 부인을 일컫는 말이었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한참 기다려도 아무 말도 없었다.
“우리 여기서 머물면서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보자.”
‘살아갈 방법이라!’ 나는 마음속으로 살아간다는 일의 복잡함과 어려움에 대해서 생각했다. 한편으론 구의 경우 안 해도 될 일을 벌여서 고달프게 살아간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자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나의 경우 그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 일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고뇌를 끌어안고 살던 기억은 어느새 희미해져 있었다.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보기도 하고 구가 연속으로 피워 대는 담뱃불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구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지폐 한 다발을 내놓았다.
“우선 이것으로 당장 먹을 것들을 준비해라. 내일 포천에 가서 식재료들을 사와.”
멀뚱한 눈으로 바라보는 민은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무심하게 먼 곳을 바라보았다. 나는 지폐다발을 동그랗게 말아서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카페를 운영해보라는 제안은 어떻게 할까?” 나는 구에게 물었다.
“글쎄. 넌 어때?” 그는 되물었다.
“잘 모르겠어. 심심풀이로 해도 될 것 같기도 하고. 괜히 신경만 쓰고 고생만 할 것 같기도 하고.”
“민, 너는 어때?”
민에게 의견을 묻는 차례가 되자 그는 동공을 크게 뜨고 허공으로 눈길을 주었다. 구나 나나 그에게 답을 기대하지는 않았으므로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구가 결론 삼아 말했다.
“송의 말대로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니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보자. 세월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암. 모든 일은 때가 있는 법이고 나는 우리가 하는 일이 다 잘 되리라 믿어. 때가 되면 모든 일이 자리를 잡을 것이고 또 갔던 사람도 돌아오게 되겠지. 나는 운명을 믿어.”
연희라는 사람과 정리를 하고 온 후 구의 날들은 술로 점철되기 시작했다. 그는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는 시간보다 술에 취해 있을 때가 더 많았다. 정신이 맑은 시간에 구는 민과 바둑을 두었다. 바둑을 두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의 기력은 후하게 쳐도 18급보다 위로 쳐주기는 힘들었다. 둘은 마치 장기를 두듯이 바둑을 두었다. 아무런 계략도 계산도 없는 자동 바둑 두기가 그들의 오락이었다. 바둑을 두는 태도는 엄숙하기가 프로 선수 못지않았으나 바둑판 위의 형세는 오목을 두는 건지 바둑을 두는 건지 알 수 없는 난장판을 교환하고 있었다. 둘이 바둑 한 판을 두는데 십 분이 걸리지 않았다. 둘은 실력을 겨룬다기보다 얼마나 재미있게 바둑 한 판을 두는가가 목표인 듯 했다. 거만한 자세로 마주 앉아 낄낄 거리며 바둑을 두는 모습을 보면 아무것도 걱정할 게 없는 신선 같아 보였다. 하지만 구가 술에 취해 있을 때는 달랐다. 한 잔 두 잔 술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는 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술이 취하는 것과 침묵으로 빠져 드는 속도가 정확하게 비례함수를 이루었다. 술에 취한 그의 눈은 눈물 같은 것으로 무겁게 젖어 있었다. 그럴 때는 사람을 마주보지 않고 건너편 숲 쪽을 바라보거나 아, 하는 신음 비슷한 소리를 내며 허공을 바라보고있었다. 구가 우울한 생각 속으로 침잠할 때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깊은 우물에 빠진 그의 기분을 건져 올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밤하늘의 별과 밤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산골의 고요함을 더 할 뿐이었다.
민은 멀리서 한 번 본 적이 있다고 했지만 나는 명의 아버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대체로 집안에만 머무는 노인네를 일부러 찾아갈 용건도 없었다. 조그맣고 빨간 자동차를 몰고 아침 마다 노인네의 숙소를 찾아오는 중년의 여인을 멀리서 본 적이 있는데 노인네를 보살피러 오는 간병인 인 것 같았다. 여자는 노인네 말고 다른 사람과는 볼 일이 없다는 듯이 다른 사람과 인사조차도 나누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여자는 중국 국적의 사람이라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해진 날짜에 간병비를 입금만하면 어김없이 와서 아버지를 보살펴주므로 자신도 별로 만날 일이 없다는 명사장의 설명이었다. 아버지는 거동을 못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밖으로 나오는 걸 싫어한다고 했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간병인의 방문도 거절하는 걸 억지로 설득해서 들이는 중이라고 했다. 명의 일생은 아버지의 유산에 전적으로 기대어 있었다. 자존심이 상해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술자리 등에서 간헐적으로 듣는 생의 내력은 불을 보듯이 뻔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 생활을 한 적은 없었고 이런 저런 사업들을 해왔다는 것이다. 사업의 시작은 대체로 친구들의 사주로 시작되는데 사업자금을 마련하는 건 그의 몫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부동산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큰돈을 벌 거라는 기대로 시작했지만 모든 사업을 망했고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하자 부인마저도 곁을 떠났다. 머리를 긁적이며 지나간 시절을 되돌아보는 그에게 회한은 없어보였다.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고생하는 게 싫더라구. 그게 싫어서 늘 실패했던 거 같애. 학교 다닐 때도 거의 공부를 하지 않았고 군대도 아버지가 어떻게 손을 써서 보충역으로 때우고 말았어. 후회는 없어.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생각해. 어쨌든 지금은 내가 아버지를 모시고 있으니까 평생의 빚을 갚는 중이지. 떠난 여자는 나를 한심하다고 했지만 나는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다고 생각해. 단지 고생하는 건 싫었어.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그렇게 만든 거 같아.”
착하고 게으른 아들 뒷바라지 하느라 늙은 아버지가 마음고생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오는 밤이었다. 카페 안에 핸드폰을 두고 온 것이 생각 나 펜션을 나와 카페 마당 쪽으로 걸어가는 데 누군가 마당에 서 있는 모습 보였다. 칠흑 같은 어둠 때문에 사람이 있는 것도 몰랐다가 개 집 앞에 무언가 있는 거 같아서 자세히 보니 누군가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어둠 속에 뒷모습을 보이고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그는 미동도 하지 않고 머리를 숙이고 서 있었다. 어쩐 일인지 개는 사람이 앞에 있는데도 짖거나 움직이지 않았다. 원래 잘 짖지 않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서 있는 사람 앞에 미동도 하지 않고 납작 엎드려 있는 모습은 낯설었다. 죽은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개는 움직임이 없었다. 미약한 공포가 몰려왔다. 그가 움직이길 기다렸지만 한참 지나도록 마치 나무로 깎은 조각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누구세요?”
내 목소리는 내가 듣기에도 낯설게 들릴 정도로 목구멍을 죄는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내 음성에도 그는 미동이 없었다. 가까이 가보려고 마음을 먹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다. 공포심 때문에 근처 까지는 가지 못하고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곳까지 가서 멈추고 다시 목소리를 짜내어 보았다.
“누구세요?”
서 있는 사람의 입에서 무언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제야 내가 상대하는 게 조각상이 아니고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조금 더 용기가 생겨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듬성한 머리칼을 비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한 노인이 엎드려 있는 개를 노려보는 자세로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노인은 신발도 신지 않고 빗물 속에 서 있었다.
“할아버지!”
나는 조금 소리를 높여 불러 보았다. 노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직감으로 그가 명사장의 아버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말고는 이곳에 있을 사람이 없었다. 편치 않게도 그와 나는 초면이었다. 진작 인사라도 다녀왔어야 했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꽤 여러 날 동안 한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도 적막한 사이로 지내온 것이 노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노인은 움직이지 않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가 하는 말은 입 안에서 웅얼거리는 정도여서 제대로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노인의 발치에 엎드려 미동도 하지 않던 리트리버는 마치 노인과 둘이서 은밀한 놀이를 하다가 들켜서 무안하기라도 한듯 나를 향해 펄쩍 뛰어 올랐다. 아침과 저녁에 꼬박 밥을 챙겨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라도 하듯이 혀를 내밀고 뛰어오르는 개를 보니 단조롭던 일상의 평화가 되돌아 온 듯 반가웠다.
“할아버지! 여기서 이러시면 감기 걸리세요. 집에 모셔다 드릴게요.”
명사장에게 들어서 노인의 상태를 대충 알고 있던 터라 노인을 집안으로 모셔다 놓는 게 우선 할 일이었다. 노인이 내 말을 이해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침묵 속에서 개가 누워 있는 자리를 뚫어져라 바라볼 뿐 느닷없이 나타난 사람을 알아보는 것 같지도 않았다. 계속 비를 맞게 할 수가 없어서 노인의 팔짱을 잡고 집안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팔꿈치를 잡고 조금 힘을 주어 길을 인도하자 노인은 순순히 따라왔다. 신발을 신지 않은 발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얼른 집안으로 데려가는 게 급선무라 다른 방도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자갈이 깔린 길이 노인의 발바닥을 아프게 할까 염려가 되었지만 비를 피하게 돕는 게 우선일 것 같았다. 조금 더 서둘러서 움직일 수 있도록 내 발걸음에 속도를 조금 높였다. 노인의 입에서 무언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그 말을 귀를 기울여 들으니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개 같은 새끼. 고추를 짤라 버려야 돼.”
노인의 말은 무방비 상태로 있던 내 가슴 한 부분을 칼로 찌르는 것처럼 들려왔다. 나는 노인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노인은 한 번 시작된 중얼거림을 멈추지 않고 반복했다.
“개새끼, 고추를 짤라 버려야 돼.”
제발 그만 하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가 무슨 말인가 해서 노인과 대화를 나누는 형국이 되어버리는 것도 편치 않았다. 노인의 나이는 족히 여든은 넘어 보였다. 얼마 안 남은 흰 머리칼은 비에 젖어서 앙상하게 두피에 들러붙어 있고 구부정한 허리는 걸음을 걷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그런 노인의 입에서 나오는 폭력적인 말에 놀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노인은 점점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팔꿈치를 잡은 손을 놓으면 주저앉기라도 할 것처럼 힘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먼발치로 보이는 자신의 숙소조차 방향을 가늠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저 이끄는 대로 힘없이 발걸음을 옮겨 놓을 뿐이었다. 그러는 중에도 노인의 혼잣말은 이따금씩 터져 나와서 듣는 사람의 귀를 날카롭게 찔러댔다. 노인의 목소리는 누군가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는 듯 했다. 노인의 숙소에 도착하자 집안은 불이 꺼져 괴괴한 느낌이 들었다. 어둠 속에서 전등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고 노인을 침대가 있는 방으로 이끌었다. 노인의 몸이 젖어 있었으므로 침대에 걸터앉힌 후 목욕실에서 수건을 가져와 머리를 말려 주었다. 젖은 옷을 벗기고 새 옷을 입혀 드려야 했지만 그런 일을 내가 해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명사장을 부르기로 했다. 전화를 걸어 그를 호출했으나 그의 전화는 꺼져 있는지 신호가 가다가 중단에 멈추고 부재중이라는 안내만 나왔다. 전화를 하는 동안 노인은 익숙한 자리에 돌아와서 그런지 침대에 눕더니 이불을 끌어올려 덮었다. 손으로 짚어보니 이불 속은 따듯한 기운이 돌았다. 마당에 나가서 있던 시간이 그다지 길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자 노인은 눈을 감으며 잠에 들려는 것 같았다. 노인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린아이처럼 평화로워 보였다. 그대로 둔다면 금방 잠이라도 들 것 같았다. 노인이 편하게 잠들 수 있게 방안의 전등을 끄고 마루로 나와 구석에 서 있는 스탠드 불빛만 남기고 천정의 형광등을 껐다. 집안은 정적과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내일 아침이면 간병인이 도착할 것이므로 젖은 옷은 그녀가 챙겨 갈아입히면 될 것이었다. 나는 스탠드의 전등마저도 꺼버리고 조용한 걸음으로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