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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May 17. 2023

새로운 시도와 표현의 어려움(연륜을 쌓아간다는 것은?)

수채화 그리기

연륜과 경험이 쌓이면

웬만한 일은 어려움 없이 무난히 해낼 수 있다고 했다.


살아가면서 몸소 겪고 치러보면서

깨닫고 익힌 이치와 지혜를 활용하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했으니

수채화를 그리는데도 연륜과 경험이 필요하겠지.


우연히 들린 아내의 지인 집에 걸린 여러 그림들이

집주인이 25여 년간 취미 활동으로 그려 온 작품이란 얘기를 들었다.

포기하지 않고 수 십 년을 그렸더니만 나름의 기법과 기교를 습득하게 되었다는 말에  

또 다른 취미 활동으로 수채화를 배우기 시작했고

꽤 오랫동안 수채화를 그려 왔다.


이번에는 새집 거실에 걸기 위해

다소 복잡한 정물화를 그리기로 했다.

배경, 풀과 나뭇잎, 모과와 석류는 지난 경험을 살려 어려움 없이 그려 냈지만

작은 꽃다발과 넝쿨 표현하는 부분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작은 꽃을 한송이 한송이 다 그려야 할지?

꽃다발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어두운 바탕색은 먼저 깔아야 할지?

처음으로 표현해 보는 부분이라 감을 찾을 수 없었다.


글을 쓰는 원고지라면 몇 번이고 쓰고 지우면서 구겨 버리면 그만이겠지만

거실에 걸 것이라면서 호기롭게 50호 캔버스를 선택했으니

실수하면 비싼 돈 주고 산, 두 달 가깝게 시간을 투자한 캔버스를 버려야 한다는

아찔함에 갈팡질팡하며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며

캔버스를 멍청히 바라다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유튜브에서 유사한 작은 꽃의 다발을 표현하는 방법을 확인한 후

연습용 아트지에 여러 방법으로 그려 보았다.

자신이 없었던지 여러 차례 붓터치가 보태져서

수채화의 유쾌하고 선명한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그림이 지저분해졌다.


다시 망설임.

오랫동안 캔버스를 멍청히 바라다보다가

문득 그려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밝은 부분부터 조금씩 그려갔다.

뒤로 물려야 되는 부분은 보라색으로 덧칠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고 입체감을 띠기 시작했다.


수채화 캔버스 5호(116.8cm * 91cm) 2023년 5월 16일 완성

 

이번 그림은 거의 두 달이 걸렸다.

망설임도 가장 많았다.

조금은 만족스러워 다행이다.


그냥 쓱쓱쓱

대충대충 붓을 놀리고

여기저기에 물감을 찍어 바르는

그런 연륜과 경험을 쌓으려면

얼마나 더 세월을 헤아려야 하나?   


피카소가 수 십 분 만에 그림 한 점을 그려내는 것을 본 관람객이

"당신은 그렇게 간단히 그린 그림을 너무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니냐?"라는 비난에

"이 그림을 그리려고 지난 50년 동안 수련해 왔소."라고 피카소가 대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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