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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l 04. 2020

독도에 발을 딛다.

울릉도, 두 번째 이야기

독도는 우리나라 동쪽 끝 땅으로 91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으나 일본이 어처구니없게도 자기들 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512년 신라 지증왕 13년 지금의 강릉지역을 지배하던 이사부가 울릉도와 독도를 아우르는 해양국가 우산국을 신라 땅으로 부속시켰다. 이때부터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라는 역사적 근거가 확립되었다. 이후 조선 숙종 때 부산사람 안용복이 1693년, 1696년 두 차례에 걸쳐 울릉도와 독도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는 일본 어민들을 문책하고 실책 하였다. 이에 일본국은 자국민들이 울릉도와 독도에서 조업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예전에 TV 다큐멘터리로 보았던 것을 추가한다면, 독도는 한 때 강치(바다사자)의 천국이었다.  독도 인근에 강치 수만 마리가 거주했다고 전해진다. 러일 전쟁 전후,  일본이 가죽과 기름을 얻기 위해 독도에서 무분별하게 강치를 남획하자 점차 그 모습을 감추었고, 1974년  홋카이도에서 새끼 강치가 확인된 후 다시는 목격되지 않았다. 1905년 이전에 울릉도에 살던 한국인들이 1904년, 1905년에 독도에서 강치를 잡아 매년 가죽을 600관(2,250kg)씩 일본에 수출했다는 기록이 1907년에 적은 일본 책에 나온다. 다큐멘터리에서 일본인이 찍은 그 당시의 강치 학살 사진을 봤는데, 너무나 끔찍했다. 강치가 산더미같이 쌓였다.


1965년 3월 최종덕이 최초로 독도에 거주한 이래, 현재에는 김성도 부부, 독도경비대 35명, 등대관리원 2명, 독도 관리소 직원 2명 등 40여 명이 살고 있다. 우리가 불법적으로 독도를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일본의 황당한 주장에 맞서, 2005년부터 우리 국민들이 독도에 입도하기 시작해서 현재까지 약 200여만 명이 독도 땅을 밟았다.


울릉도 독도 주변 해양 지형도. 출처 KIOST 독도전문연구센터

해저 밑 대규모의 화산 폭발로 먼저 독도가 형성되었고, 250만 년쯤에 화산 폭발로 울릉도가 형성되었다. 해수면으로 드러난 부분은 울릉도가 크지만, 해수면 아래에 형성된 대륙붕은 독도 쪽이 훨씬 크다. 독도 주변은 따뜻한 대만 남류와 찬 북한 해류가 만나는 지역으로 플랑크톤을 포함한 영양염류가 풍부하여 고급 어류가 회유하는 곳이다. 섬 근처 해저에는 매탄 수화물 6억 톤이나 매장되어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전략적으로도 요충지인 독도에 대한 야심을 일본은 겉으로 드러내며 국제적 영토 분쟁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독도는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84.7km 떨어져 있고, 일본 시마네현 오키군도에서는 157.5km나 떨어져 있다.

삼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만 독도  땅을 밟을 수 있다고 했다. 독도에는 접안 시설이 없다. 파도가 잠잠해야 배가 닿을 수 있다. 울릉도에서 배로 2시간 남짓 달려와서 그날 독도 인근의 파도를 확인 한 다음에야 접안 여부를 결정한다. 파도가 일어 아예 울릉도에서 출발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근처까지 왔으나 파도가 거칠어 독도 주변을 몇 번 배회하다가 아쉽게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7월 1일 예약은 파도로 취소되고, 2일 겨우 확보한 티켓으로 울릉도에 올 때는 전날의 큰 파도 여파로 배가 많이 울렁거렸다.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배를 탈 때는 반신반의했다. 그냥 독도 근처에 가서 사진이라도 찍자는 심정이었다. 저도 여객선 터미널 앞에서 태극기를 사서 머리에 꼽고, 붉은 보자기로 목을 두르는 사람들은 무슨 확신이 들었을까? 배가 접안하지 못하면 모두 쓸모없어지는 것을.


독도 도착을 20여 분 남겨 둔 시점에 선장님이 안내 방송을 했다. '독도 경비대원들은 간식이 부족하다. 혹시 경비대원에게 줄 위문품을 준비한 사람들은 경비대에 전해 주면 된다.' 독도에 접안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배가 독도에 닿자 재빨리 내려 대한민국 동쪽 끝 땅이라는 표시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면서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사진에 담았다. 독도는 한반도의 시작, 찬란한 햇살을 가장 먼저 품는 곳이다.


사람들이 태극기를 날리며 우리 땅임을 확인했다. 한 그룹은 둥글게 원형을 이루더니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와 위정자를 위해 기도하고, 일본이 정신 차리도록 빌었다.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하여 서도와 동도를 한장의 사진에 담았다.
독도는 서도와 동도를 본섬으로 91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구성되었다.

독도의 땅을 밟은 것으로도 이번 여행은 만족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  코스인 내수전 일출 전망대를 향한 버스는 숨을 헐떡거리며 산을 올랐다. 버스를 내리는 동안 안개가 피어 올라 왔다. 안개가 확장되기 전에 재빨리 관음도를 잇는 해안선을 찍었다. 전망대에 올라 서면 넓게 뻗은 수평선과 청정한 바다 위의 죽도, 관음도와 섬목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오늘은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전망대를 감싸고 있던 안개를 뚫고 솟아 날아다니는, 울릉도 군조이자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완만한 오르막길이라 제법 운치가 있었다.


대학 시절 때 아침을 먹고 저동항에서 산길을 헤쳐 올라가서  봉래폭포 앞에서 점심 도시락을 까먹고 내려오던 길이 차가 다니는 길로 바뀌었다. 버스가 그 길을 따라 올라가서 산 중턱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한 20분 오르니 봉래폭포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져 내렸다. 1일 유량 3천 톤이나 되는 청정 1 급수 물이 흘러내린다. 폭포 물은 저동항  주민들의 식수로 사용된다. 폭포 주변은 아름드리 삼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폭포 아래에는 풍혈이 시원한 바람을 쏟아낸다. 땅 밑으로 흐르는 지하수의 찬 공기가 바위틈 사이로 용출되어 섭씨 4도를 유지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게 느껴진다. 풍혈은 겹겹이 성긴 바위틈으로 차갑고 습해진 공기가 바깥으로 나올 때 따뜻한 공기와 만나게 되면, 지니고 있던 수분이 수증기가 되면서 주변 열을 흡수하여 냉각되는 원리이다. 예전 냉장고가 없을 때는 천연 냉장고로 사용되기도 했다. 풍혈은 봉래폭포로 올라가면서 흘린 땀을 식히기에 좋다.

3단 폭포로 이루어진 봉래폭포는 연중 마르는 날이 없다고 한다.
풍혈

오늘 정해진 공식 코스는 다 마치고 도동 항구 앞에서 버스를 내렸다. 좁은 땅을 최대한 활용하여 식당과 특산물 파는 가게들로 빽빽하다. 홍합밥, 따개비밥, 오삼불고기, 산채비빔밥, 오징어 내장탕, 전복죽이 거의 모든 식당의 메뉴다. 따개비밥을 빼고 다 먹어 봤는데 맛은 그저 그렇고, 반찬은 다섯 가지가 나온다. 만원에서 만 오천 원으로 조금 비싼 편이다. 특별한 것은 토종한우인 얼룩 배미 황소, 칡소가  100그램에 이만 오천 원이다. 이곳이 산지인 독도 새우는 손가락 크기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산 것은 안 보이고, 선어를 기름에 튀겨 10마리에 이만 원을 받고 있다. 1kg에 십이만 원이다. 한입거리도 되지 않아 먹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독도 새우를 회로 먹을 곳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산지가 더 귀하고 비싼 법이다.  부산에서 소주병보다 큰 독도 새우를 산 체로 껍질을 벗겨 입에 넣으면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감돌고, 식감이 좋다. 하지만 독도 관광 가이드 조차 독도 새우 크기가 손가락 크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독도라는 명칭을 얻고 있는 독도 새우가 울릉도 대표 음식이 되어야 한다. 귀하고 비싸다면 도동 한가운데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대형 어항을 마련하여 독도 새우를 관광객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부산에서도 흔한 독도 새우, 닭새우, 꽃새우를 울릉도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특산품으로는 오징어, 호박엿, 건 부지깽이나물, 명이나물, 더덕 조청이 있다. 부지깽이나물은 매끼마다 볶거나 국 등 반찬으로 나왔다.

닭새우, 꽃새우가 독도 인근 해저 300미터에서 나온다고 해서 독도새우라고 통칭한다. 독도새우는 트럼프 방한때도 식단에 올라갔다.


배도 트릴 겸해서 도동 여객선 터미널 옥상을 거쳐 해안로를 걷기로 했다. 저동 촛대바위까지 약 1.2km 거리를 해안을 따라 좁은 트래킹로가 마련되었다. 꽤나 흥미로운 길이다. 꼬불꼬불 해안길을 따라가다 보면 층층이 다른 색깔과 다른 암석으로 구성된 화산암을 볼 수 있고, 퇴화되어 구멍이 숭숭 뚫린 절벽들을 만날 수 있다. 다리  밑으로 짙푸른 바닷물이 출렁거린다. 가족의 건강과 발복을 빌기 위해 돌을 층층이 쌓아 올린 돌탑 사이를 만선을 하고 돌아오는 배가 스쳐 갔다.

높은 산 언덕에서 자라는 향나무는 수령이 수백년 혹은 천년이상 되었다고 한다.

제법 넓어 여유가 있는 해안로에서  두 명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낚시가 될꺼나? 한 마리 잡는 것을 보고 가리라는 생각으로 출렁거리는 붉은 유동 찌에 눈을 맞췄다. 잠시  후 찌가 묵직이 수면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손바닥만 한 벵에돔이 달려 나왔다. 제법이다. 낚싯대를 임대해서 잠시 낚시를 즐길까?


마지막으로 울릉도에 왔다 갔다는 징표로 발자국을 남겼다.

산책을 끝내고 도동으로 돌아와 무엇을 먹을 지 식당들을 기웃거렸다. 소라에 소주 한잔하고 싶다는  친구 얘기에 어판장에 들려 소라와 쥐치 회를 떠서 회집으로 올라갔다. 부산에서 늘 회를 먹는데, 여기까지 와서 회를 주문하다니.


식사 후 길 판에서 벌어진 윷놀이 구경을 하다가  8시에 예약된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사진을 정리하고 오늘 하루를 정리했다. 사진을 고르고 글을 번갈아 적다가 버튼 하나를 잘못 눌러 여태 작성한 글이 모두 날라 갔다. 다시 처음부터 작성하다가 중간 저장하고 계속 작성하다 다시 버튼 터치. 또 날아갔다. 왕 짜정.


결국 하루 정리를 끝마치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글을 이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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