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규리 지음
퇴사하는 이야기가 참 많다. 아무튼 열심히 왔는데, 여전히 앞은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이 맞는지 자자신은 없다. 점점 더 사라져 가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모두가 반대하지만 나를 찾기 위해 어렵게 들어온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업(業)이 주는 무게를 하루하루 버텨내는 사람들. 퇴사 이야기를 보며 조용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각자의 마음은 다르지 않다. 단순히 '퇴사하고 싶다'로 적어내기에는 삶이 너무나 무겁기에. 부러움, 동경, 혹은 응원의 마음에서 한 줄 한 줄 읽어나간다.
책의 마지막에서, 작가는 서른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집어 든 거의 모든 책들이 바라본 나이이기도 하다. 삼십여 년 전 서른은 청춘에서 멀어져 가는 가을과 같았다. 지금 우리에게 서른은 분명 꽃 피고 생명이 솟아난다는데, 추우면서 덥고 미세먼지에 뿌옇기만 한 정신없는 봄과 같다.
비이성적인 행동일지라도 친구와 답을 맞혀보는 것만으로 안심이 될 때가 있다. 작가가 쓴 답안지가 나와 들어맞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의 답이 오답이 아니길 바라본다. 인생이라는 시험은 객관식이 아닌 것만큼은 확실하니까.
오늘에서야 나는 그 신발을 벗기로 했다. 가벼워진 두 발로 내가 원하는 곳에 가게 될지, 맞는 신발을 구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맞지 않는 신발로 발 전체를 망가뜨리는 것보다 시린 편을 택한 것이 훨씬 만족스러웠다. (p.53. <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