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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한인간입니다

김치말이 밥♡



김치말이 ♡


폭 익은 김치 잎사귀 몇 장을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꽉 짜준다.


현미밥에 참기름, 멸치볶음, 어니언 칩, 양념장

조금 넣고 비벼서 초밥형태로 밥을 빚어서

김치잎에 돌돌 말아준다.


가을인듯 늦여름인듯 아직은 조금 습한 아침에

불을 사용하기 싫어서 만든 김치말이 밥이다.


나는 ' 독한 인간 '  이란 소리를 들은 적이 여러번

있다.


나는 87학번이다. 대학에 입학하자 마자 민주항쟁으로 1년에 학교를 손꼽을 만치 갔었다.

학교와 거리는 늘 최루탄 연기로 걸어다니기 힘들었고 경제 상황도 불안하여  선배들을 보니 취업이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다.

1학년때 부터 '  아... 나는 취업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쌓여서 3학년때 부터 취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닥치는 대로 공부를 하여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는데 졸업하려면 1년이 넘게 남아서 발령을 포기했다.

그다음엔 전공을 살려 금융기관 공채 준비를

시작했다.

  배가 부르면 졸음이 오고 시간이 아까워서 매일 200원짜리 옥수수빵과 자판기 커피로

끼니를 때우고 도서관  자리에  담을 두르고

문닫을때까지 공부했었다.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엉덩이에 진물이 날 정도였다.

졸업할 때 드디어  과에서 유일한 공채합격자가

었다.

아니 ,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게

스스로  정말 대견했다.

내공부를 많이 도와주신 존경했던 교수님께

첫 월급을 받고 찾아 뵈었더니  

그때 내게 하신 말씀이 " 야! 너 진짜 독했어!" 였다.


그렇게 은행원이 되었는데

일이 너무 재밌는거다.

죽 둘러보니 여직원과 남자직원들의 일이

대부분 나눠져 있었다.

과장님에게  이유를 물으니 뻔한 대답이었다.

여자는 체력도 힘들고 야근도 어렵고 사고에

대한 대처능력도 부족하고 등등  그 이유를

백만스무가지를 말하셨다.

나도 그 일이 하고 싶다고 과장님을 따라다니며

매일 졸랐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늘 안된다였다.

나는 차장님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일과가 끝나면 남자 주임들 옆에

가서 그들의 일을 도왔다. 저녁식사도 마다하고

늦도록 그 일을 돕는 모습을 보고 어느날

차장님이 부르셨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하고 싶냐?"

난 잽싸게 ㅇㅇ 주임을 가리키며

" 저 일을 하고 싶어요."  했다.

"  좋다.  대신 사고치면 니가 다 물어낸다는

각오해."

입행한지 6개월만에 내가 꿰 찬 일은

외환업무 였는데 하루에도 수천만 달러를

 움직이는 일이었다.

체크할 서류는 너무 너무 많아서 12시까지

일하다가 다음날 새벽 6시 30분에

 다시 출근해서 일을 해야했다.

힘들었지만 행복했고 재밌었다.

얼마전 지하철에서

 그때 그 차장님과 마주쳤는데

첫 마디가 "  야~~  그 독했던 ㅇㅇㅇ." 하셨다.


그렇게 자리잡아 가다가 본점 외환업무실로

발령이 났고 그후로 10년가까이 본점에서

일을 하면서 결혼하고 출산도 했다.

 그때 은행은 1고시를 합격해야 대리가 되고 2고시를 합격해야 차장이 됬다.

첫 관문인 1고시 공부를 해야 했다.

6과목인가를 스트레이트로 합격해야

일찍 대리가 될 수 있었다.

남편에게 선포하고 퇴근후 임한 몸으로

도서관 가서 12시를 넘겨 공부하고 별보며

막차타고 집에 가는 길이 너무 행복했다.

퉁퉁 부어서 신발이 안들어갔으나

발걸음은 가벼웠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동료들이 그랬다."  독하네. 독해."


다음 목표는 내집장만이었다.

첫 신혼집이 도곡동 6000만원 전세 아파트였는데

전세기간 끝나면 내집이 꼭 갖고 싶었다.

월급날이면 나와 남편의 월급을 모두 현금으로

찾아서 10개의 예금 입금하고 남은건 항목별

봉투에 나눠 담고 그 이상의 지출은 절대 하지

않았다.

계획대로  전세기간 끝나자 마자

방배동에 아파트를 마련하고 등기권리증에

 남편이름을 올렸다.

시어머니께 하신 말씀이

 "  진짜 독하게 저축했구나."  였다.

그 후로 아이들 키우면서도

나는 여러번 독하다는 말들을 들었다.


그렇다. 지금의 나를 지탱시키는 힘의 원천은

 그 시절  ' 독했던 나' 이다.

그 과정들은 치열했지만

남에게 피해주지 않았고

나는 행복했다.

이모습도 나라서 감사하다.


그런 나의 독함은 오늘 아침 김치속에 숨어있는

고소한 주먹밥같은 것이다.

이 심플한 김치말이밥 속에 다양한 맛이 어우러진

주먹밥이 숨어 있다니!

대수롭지 않은 김치말이가 씹으면 상상이상이듯

내 인생도 그러한듯 하다.

그 맛은 씹고 있는 나만이 알 수 있다.

그래서 늘 오래 씹는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kv2ibrIuxTE?si=Pwk1aaTFpmk3eh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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