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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밥 한 그릇에 인생이 담겼다

도토리묵밥♡


도토리묵 밥


어제 도토리가루로 묵을 만들어 두고 잤다.

국내산 도토리가루로 만들어서

탱글탱글하니 맛있다.


멸치, 다시마 넣고 끓이다가 건져내고 다진 마늘

넣고 국간장 조금, 참치액젓 조금 넣어 심심하게

간을 한다.


다시마밥을 지어서 묵을 썰어 올리고, 쑥갓과

김치를 올리고 멸치육수를 부어준다.

( 김치는 쫑쫑 썰어서 참기름,매실액 조긍 넣어

조물조물)


따끈한 묵밥 한그릇의 온기는 꽤 오래 남는다.

후루룩 먹다보면 내가 묵을 먹는건지

묵이 나를 빨아들이는건지 모를 무아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묵가루에 물을 붓고 묵을 쑬때는 잠시도

딴짓을 해서는 안된다.

금새 눌어 붙어서 냄비를 잃게 된다.


약한 불에서 나무 숫가락으로 아주 천천히

젓다보면 어느새 가루와 물이  섞여 젤리의 형태가

된다. 4분만에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유리그릇에 참기름을 바르고 묵을 부어두면

그럴싸한 묵의 형태가 된다.

이때  참기름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릇에 발라두면  묵이 식어서 빼낼때 예쁜 모양으로 쏙 빠진다.


묵밥 하나에 왠 호들갑이냐고 말할수도 있겠다.

가장 간단한건  만들어진 중국산 도토리묵을

사서  툭툭 썰어 치킨스톡 하나 넣고 끓인

국물에 밥, 묵, 김치 올려 먹으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 맛있게' 먹겠다는 신념에

이런 수고로움을 잊고 사부작댄다.


요즘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다.

스스로 자기 인생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달콤한 인생이 되기도 하고

멋진 인생이 되기도 하고 그저그런 인생이 되기도 한다.


별 것 아닌 순간을 가장 나 답게 만들어 내는 일에는 '정성' 이 필요하다. 그 수고로움을

흉보고 대단치 않은 것이라고 남들이 말해도

'나' 는 알고 있으니 그걸로 그 사람은 이미

대단한 사람이 된 것이다.


묵은 가루와 물을 적정 비율로 섞었다면

아무리 부드러워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

가루가 많아지거나 물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뚝 끊어지고 만다.


내가 가루라면 물이 필요하고,

내가 물이라면 적당한 양의 가루가 있어야

맛있는 묵밥이 탄생한다.

어디 그 뿐인가?  

잘 익은 김치와 쑥갓은 또 어떤가?

고슬고슬한 다시마밥이 아니라면

묵밥이 아니라 묵죽이 되겠지.


각자의 인생이

잘 만들어진 묵, 잘 익은 김치, 싱싱한 쑥갓이어도

좋겠지만 우리는 맛있는 묵밥을 만들어 보자.

그게 살 만한 세상이 아닐까.

나의 아이들은 탱글한 묵이 아닌

맛있는 묵밥의 일원이 되어 주길 기도한다.


남은 묵으로 묵무침을 해먹어야겠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7cmOQfVzV4A?si=lN7Py2YGCCJNAc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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