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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귀샤임 산책

프랑스에서 가장 예쁜 마을


< 프랑스에서 가장 예쁜 마을 > 중 하나인 에귀샤임은 미녀와 야수의 배경이 된 마을이다.

콜마르에서 에귀샤임까지는 자동차로 15분 정도 거리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밭과 옥수수밭 그리고 가끔씩 등장하는 아름다운 갈색의 소들을 보니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나무는 가 작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빈틈없이 곡히 심겨있어도 답답해 보이지 않고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그렇게 높고 푸른 하늘을 만끽하며 달리다보니 어느새 에귀샤임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주차는 비교적 수월했다. 주차장 입구에 작은 주차정산기계가 있다.  출차할 때 주차비를 정산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프랑스는 대략 머물고자 하는 시간을  미리 입력하면 금액이 표시되고 카드나 코인으로 결제를 미리 하는 방식이 많았다.  입력한 시간보다 늦어지면 추가로 결제를 하지만 반대로 시간이 남을 경우는 잔액을 받을 수는 없어서 처음에 시간을 잘 예측해서 정해야 하는데 우리는 늘 시간이 부족하여 뛰거나 추가금액을 더 지불해야 했다.



주차장에서 나오면 마을입구가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마을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되는데 마을입구에는 와이너리, 카페, 약국, 식당등이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특산품가게, 치즈가게, 누가를 만들어 파는 상점들이 있다.

그런데 상점들이 너무 예쁘다. 호객행위나 음악소리는 없어서 정신없지는 않다.정성스럽게 자신들의 일터를 가꾸고 있음이 눈에 보였고 느껴졌다.



음식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는 프랑스 '누가'에 관심이 생겼다. 프랑스 소도시들을 산책하며 가는 곳마다 '누가'를 보았고  먹어 보았다.

견과류와 시럽을 섞어 반죽한 디저트겠거니 생각했는데 동네마다 누가의 질감과 맛이 조금씩 달랐다.

찾아보니 그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견과류가 15% 이하인 누가페이스트,  15% 이상인 누가블랑, 견과류가 30% 이상이고 아몬드와 피스타치오를 섞은 몽텔리마르 누가, 꿀을 섞어 만든 누가 등등 섞는 재료의 종류와 견과류의 양에 따라 정말 다양한 누가들이 있었다. 에귀샤임에도 어김없이 유명한 누가 가게가 있었는데 오렌지, 커피, 쿠키, 오레오, 밤 등 섞을 수 있는 건 모두 섞은  누가들이 가득했다. 가격은 꽤 비싼 편이었지만 호기심과 신기함에 골고루 구매를 하여 먹어보았다. 캐러멜처럼 찐득하게 치아에 붙지도 않고

부드러운 질감과 적당히 달콤한 이 '누가'는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그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을 보는 일은 정말 행복하고 신나는 일이다.



마을이 크지 않고 느긋하게 한 바퀴 둥글게 돌면 되어서 여유 있게 천천히 걸어보았다.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오고 가며 마주치면 엄지 척도 해주었다.  가족사진을 한 장 남기고 싶어서 고민하고 있는데 어느 노부부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찍어주겠다고 했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는데 우리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해서 당당하게 KOREA라고 하니까 자신들은 네덜란드에서 왔는데 한국을 잘 알고 있고

한국 노래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들이 한국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반가운 일인 걸까.

미국도 일본도 아닌 네덜란드에서 한국을 알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했다.

작은 골목은 또 다른 골목으로 계속 이어졌는데

집집마다 나름대로 특색 있게 현관과 창문을 장식하고 있었다. 건물과 골목은 얼마나 깨끗한지 비가 한차례 내린 후였지만 길에  작은 흙먼지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얼마나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집을 가꾸고 보살피고 있는지 느껴졌다.


작고 예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골목을 빠져나오면 와이너리와 와인을 제조하는 집들이 보였다.  이 마을엔 대를 이어 포도주를 제조했던 유명한 가문들이 있었나 보다. 마치 문패처럼

와인을 만들었던 누구누구의 집이라고 명패가 붙어 있기도 했다.

콜마르를 비롯하여 알자스지방의 크고 작은 마을들은 와인이 주된 소득원이고 그것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매우 부유하다고 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창문이었다. 유럽의 오래된 가옥은 덧창을 다는데 이를 볼레( volet) 라고한다. 볼레는 안에서 잠가두면 밖에서는 절대 열수가 없고, 더위와 한기를 막아준다.

집집마다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화분을 두기도 하고( 화분을 두는것도 혹시 외부의 침입이 있을경우 화분이 떨어지는 소리를 감지 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곰돌이 인형을 매달거나, 주방도구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두기도 했다. 격자창문 안쪽에 얌전하게 하얀 뜨개커튼을 해둔 집도 있었다.

집주인의 개성이 보였다.  창들이 작은 이유는 아마도 사생활보호 차원이 아니었을까?

작은집에서 몇 개의 창문은 바깥세상과의 유일한 소통의 창구가 아니었을까?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골목을 지나는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는 게 아닐까?  선선한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창문에 달아둔 인형이 춤을 추고

냄비들이 달그락거린다. 걷는 이들의 발걸음을 가볍고 즐겁게 해 주었다.  집주인들의 배려였으리라.


아름다운 동상이 하나 있었는데 번역기를 돌려보니 세계 제2차 대전의 희생자에 대한 감사기념비인 듯하다.

이 작은 마을에서도 희생자가 있었구나.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되는 것인데 지금도 어느 한 곳에서는 서로의 심장에 총을 겨누고 있으니

한숨이 나왔다.


어느 집 담벼락에 재미있는 그림이 붙어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관광객들이 가득한 에귀샤임의 골목을 묘사했다. 서로 조용히 하자는 말풍선도 보인다.

에귀샤임은 우리나라의 북촌과 비슷한 곳이라 생각되었다.

북촌과 에귀샤임은 한 마을 전체가 관광객에게 오픈이 되는 곳이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다.

< 프랑스에서 가장 예쁜 마을 >로 선정이 되려면

앞서 말했듯이 3가지 요건이 충족이 되어야 하는데 그중에 절반이상의 주민동의를 구해야 한다. 무언가에 선정되는 것이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주민들이 힘들어질 수도 있으므로 주민이 반대하면 예쁜 마을로 선정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선정이 된 마을은 주민들이 동의를 하고 혹시 모를 불편함에 대해 이렇게 그림으로 부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청동이든 북촌마을이든 주민의 동의를 구하지는 않는다.  주민들은 불편함을 직설적으로 " 이곳은 가정집입니다.  너무 소란합니다.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붙여둔다.

지나가는 사람도 집주인도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건 주민들의 주거공간이 불편해서는 안되니까 관광객들이 조심해야겠다.



콜마르와 에귀샤임을 걷다가 문득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포도주 하나로 이렇게 작은 마을이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내어

개발하고 발전시켜서 한마을이 부자가 되었다니

우리나라도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이렇게  무언가가 숨은 보석이 발견되듯 개발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모든 게 서울과 대도시로

집중되면서 인구도 한쪽으로만 몰리고 있으니

이제 우리나라도 이렇게 분산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되었다.


온몸의 힘을 빼고 걷고 또 걸으면서

57세에 새로운 깨달음들이 세포를 자극함이

다행스러웠다.

나의 생각들이 오로지 나만의 평안만을 위함이 아니고 사회와 국가를 위한 생각까지 커지게 됨이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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