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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 그리고 베른 산책

느닷없이 스위스


바젤은 프랑스, 독일, 스위스 3국의 국경지대에 위치하고 있어서 바젤 안에 프랑스기차역인 SNCF, 독일기차역  DB, 스위스 바젤역 SBB가

모두 존재한다.

그래서 프랑스인이 아침에 스위스로 출근하고 저녁에 다시 프랑스로 돌아간다는 말도 있다.


원래 베른과 바젤은 여행일정에 없었다. 유럽국가들은 사용하는 통화가 유로화인데 스위만 스위스 프랑을 사용하고 환율이 너무  높고 물가도 비싸서 후에 루체른, 제네바,취리히만 들려보기로 했었다.

그런데 에비앙으로 가던 도중에 갑자기 마음이 변하여 가게 된 것이다.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비넷(Vignette)을 구입했다. 비넷은 고속도로 통행료를 지불하기 위한 정기권인데 스위스는 무조건 1년짜리였고 6만 원가량 했다.

우리는 국경 근처 주유소에서 구입하였고 비넷을 자동차 앞유리에 부착하고 서서히 국경으로 진입하는데 아무도 검사를 하지 않았다.

누군가 나타나지 않을까? 국경을 이렇게 뚝딱 넘어간다고? 검사를 하지 않으니 더 불안했다.

혹시 실수로 비넷 없이 국경을 넘었다가 추후에 벌금이 부과되거나 불시검문에 걸리면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하므로 반드시 구입을 해야 한다.

구매 후엔 차량 앞유리 위쪽에 부착해야 한다.

요즘은 가끔 스티커 없이 전산등록 후 영수증만 발급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 경우 영수증보관을 잘해야 한다.

자동차를 렌트할 때 비넷이 부착되어 있는 차를 렌트하게 된다면 매우 키 한 경우이다.


건축의 도시답게 바젤은 다양한 건축물, 박물관. 미술관이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그러한 곳들을 일일이 탐방하지 않기로 했지만

바젤 현대미술관 ( Kunstmuseum Basel)을 보는 순간 건물 디자인에 압도되어 들어가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15세기부터 현대까지의 방대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바젤이 현대미술의 메카로 자리매김된 원천이구나 싶었다.

건물외형은 요새 같아서 차갑지만 들어가면  온기가 느껴지는 신기한 기분이었다.

예술의 올림픽이라고 하는 '아트 바젤'의 명성이 저절로 나온 게 아니구나 싶었다.



라인강변의 언덕에 있는 바젤대성당의 역사는 1000년이 넘는다. 두 개의 첨탑을 보려면 멀찌감치 떨어져 올려다봐야 한다. 붉은 사암 외벽과 고딕양식의 쌍둥이 첨탑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다. 특히 타일로 된 지붕이 인상 깊었다.

성당내부에는 '우신예찬'을 통해 중세시대 가톨릭교회를 비판하고 종교개혁에 큰 영향을 미친 에라스뮈스의 묘지가 있다.


바젤 성당 뒤 편에 라인 강변에 있는 테라스 전망대 팔츠 ( Pfalz)에 서면 바젤의 구시가지와 라인강 그리고 강 건너 독일까지 다 볼 수 있다.  이 주변엔 성직자들과 부유층이 거주했고 지금도 그들의 묘비가  남아 있다고 한다. 처음 보는 라인강은 매우 맑고 초록빛이었다. 약간은 흐린 날이었고 바람도 불었지만 신기하게도 물결이 잔잔했다. 이 강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이름도 아름다운 라인강변을 따라  좀 더 걷고 싶었지만 베른도 가야 해서 다음을 기약했다.


 젤 구시가지 중앙에 있는 바르퓌세르 광장은

각 방향의 트램들이 모이는 곳이다.

지나가는 트램도 길을 건너는 사람들도 신호등이 보이지 않지만 모두 질서 정연하게 움직인다. 기다릴 줄 알고 먼저 보낼 줄 아는 여유가 부러웠다.  

걷다 보니 알록달록한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은 처음 본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밟고 지나갔을 이 길은 다시 한번 바젤에 와야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유혹하였다.

바젤은  얼핏 보면 현대적인 도시로 보이지만

마르크트 광장을 중심으로 하는 구시가지는

건물에 지어진 연도가 표시되어 있는 등 예전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도시였다.



에비앙에 저녁이 되기 전에 도착해야 했다.

호텔 체크인 시간이 늦어지면 꽤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바젤에서 넋을 잃고

돌아보고 발길을 돌리다가 온 김에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의 땅을 한번 밟아보고 가야 하지 않겠냐며 갑자기 베른으로 향했다. 그렇게

달리던 중  갑자기 후드득 거리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늘이 낮게 내려앉고 안개도 자욱한데

너무 아름다운 마을이 나타났다.  사실은 마을 이름도 모르겠다. 그냥 초록들판과 빨간 지붕일 뿐인데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울 수가....

차에서 내려 일부러 비를 맞으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까짓 젖은 옷은 말리면 되니까.

비 맞는 게 두려워 이 귀한 장관을 놓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풀내음이 진동했고 가끔씩 소울음소리도 들렸다.

베른에 가지 않고 그곳에 머물고 싶었다.



늦은 오후에 베른에 도착했다. 남편은 빗길을 운전하느라 긴장한 탓에 몹시 허기가 진다 해서

급히 요깃거리를 찾았다.

저녁 먹기 한두 시간 전이었으므로 간단히 먹자 해서 찾던 중에  샌드위치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이 비싼 스위스에서 이만한 가격이면 매우 괜찮다 싶어 3개를 주문했다. 주인은 여러 가지를 물어보면서 원하는 대로 재료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었다. 그저 그런 맛이겠거니 싶어서 3개만 주문한 건데 먹어보니 너무 후회가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여행 중 먹은 것들 중에 가장 맛있었던 샌드위치였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찾아보니 이곳이 베른의 맛집이었다.



차를 주차하고 걸어보았다.  왠지 바젤보다 작은 도시처럼 느껴졌다. 바이젠하우스 광장과 베레광장 사이에 있는 서쪽 감옥탑에서 코른하우스 광장과 테아테르 광장사이에 있는

시계탑까지 이어지는 마르크트거리는 중세도시 베른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도로 양쪽에는 석조건물 상점들이 줄지어 고 명품 상점과 고급레스토랑도 보였다. 이 아케이드가 눈과 비를 막아주어서 우산 없이 구시가지를 걸을 수가 있고 쇼핑도 할 수가 있다.  길이가 무려 6km나 된다고 한다.

도로 끝에 베른의 상징 표준시계인 치트글로게

(Zytglogge)가 보인다.

매시간 4분 전부터 시계 주변으로 인형이 돌고 종이 울린다.

미처 사진에 담지 못했지만 베른에는 정말 많은 분수가 있었다. 분수 중앙에는 정교한 조각상들이 있었는데 신화나 성경 속 인물을 주로 묘사한 듯했다,

사실 베른은 스위스의 수도라고 하지만 바젤보다 인상 깊지는 았다.  다음에 또 기회가 온다면 바젤을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불쑥 발을 내딛을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여행의 매력일 것이다.

달리다가 어느 곳이든 차를 세우고 만끽할 수가 있다.

자연 앞에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란 사실을

깨닫는 순간 겸손해야 함을 배웠다.

사람에게서 배울 수 없는 것을 자연이 가르쳐주니 얼마나 고마운 선생님인가.

아웅다웅할 필요 없고 욕심부리지도 말아야겠다.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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