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당했는데...
교통사고를 당했다.
오전에 청담동에서 볼일이 있었고 남편이 차로
데려다 주었다.
일을 보는 동안 남편이 기다리겠노라고 했다.
건물 주차장이 터엉 비어있으나 이곳은
무조건 발렛파킹비 5천원을 내야한다.
약이 올라 남편을 집으로 먼저 보냈다.
그렇게 일을 보고 나와선 500미터쯤 내려가
버스를 탔다.
카드를 찍고 보니 앞에는 임산부 석만 남아서
뒤로 가는데 차가 움직였다.
조심조심 뒤로 가서 앉으려는 순간.
갑자기 차가 속력을 내면서 앉으려고 폼잡던
나는 뒤쪽 둔턱으로 ( 버스 맨 뒤는 계단식으로
되어있음) 내 몸이 메리포핀스처럼 휭 하고
날아서 뭔가 잡을 틈도 없이 고꾸라졌다.
170cm 의 덩치가 뒷쪽 계단에 골반뼈를
쿡 찌르듯 박고 그다음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머리가 공처럼 튀어올랐다.
순간이지만 몆초간 졸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몸을 움직일수도 없었다.
멀리서 기사가 자기는 급정차 한 일이 없다고
변명하는 소리가 아득히 들렸다.
곧 경찰과 119 대원이 와서 나에게 계속 질문했다
" 아줌마, 아줌마, 이름은요? 주민번호는요?
지병은요? 몇살이세요?아줌마 아줌마"
그 지경에도 그놈의 아줌마 소리가 왜케 듣기 싫은지...
암튼 난 선릉근처 어느 병원으로 옮겨졌고
공장처럼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눕힌채로 짜증내는 간호사들에 의해 여기 저기 엘베타고 어지럽게
오라가락 검사했는데
마지막에 박보검급으로 잘생긴 새파랗게 젊은
원장이 오더니 딱 1분 말하고 사라졌다.
" 아줌마, 사진상 부러진데는 없고 골반에 타박상은 소염제 먹고 연휴동안 뇌진탕 증세
나오면 강남세브란스 가십셔"
그래 , 나 아줌마 맞는데 듣는 아줌마 불편하니
아주머니라고 해주라. 쫌.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데 남편이 도착했다.
두시간 전에 서로 조심히 다니라고 빠이빠이 했더랬는데 왜케 반가운지.
광야에 버려졌다가 오직 내편인 딱 한사람을
만난 기분이랄까.
그런데 반가움도 잠시.
순하디 순한 남편은 억세고 무서운 간호사들에게
치여서 질문 한번 못하고 뉘예뉘예만 하다가
나를 부축해서 차에 태웠다.
버스안에서 날았던 메리 포핀스는 열불이 나서
" 아니.. 질문할게 남산만큼인데 왜 내가
물어보라는걸 못 물어보는데? 짜증나게"
남편은
" 이만한게 다행이지. 너무 놀랬어."
놀라긴 한 모양이다.
그리고 내려주고 기다렸다 태워서 올걸
이라며 자꾸 후회를 했다.
살면서 참 많은 후회를 하며 살아간다.
없었으면 좋았을 일들도 늘 생긴다.
어쩌겠나! 이미 과거인걸.
온 몸이 타박상이고 허리는 보조기를 차고 있다.
그나 저나 경찰말이 버스공제조합인가 먼가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송으로 갈거라며
며칠후 조사받으러 나오랜다.
오늘의 느낀점.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오는 그런 간호사나
의사는 없었으며
매스컴에 미담사례로 나오는 친절한 119 대원도 없었다.
오로지 아줌마를 외치며 귀찮아하는
그들만이 있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