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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on Aug 07. 2020

1도 더워지는 게 뭐 대수라고

결론부터 말하면 대수 맞습니다.

여러분, 그거 아세요? 북극에 불난 거? 


이게 웬 멍멍이 소리냐 하시겠지만, 실제로 각국 언론은 북극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불을 보도했습니다. 뉴욕 타임스[1]는 이런 산불은 지구 온난화의 현주소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는 북극 지방이 지구 평균보다 2.5배나 빠른 속도로 온도가 상승하여 토양이 점점 메말라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어요. 문제는 불이 좀 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대규모 화재 때문에 어마어마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었다는 거예요. 6월 한 달 동안에만 산유국인 노르웨이에서 1년간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만큼이나 엄청난 양이 대기 중에 쏟아져 나왔다니, 정말 큰일입니다


한국도 요즘 비가 굉장히 많이 내린다고 하던데, 전에 비해서 지구 곳곳의 기후가 많이 변했다는 걸 모두 실감하고 있지요. 까마득한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가 버린 화학 시간을 상기해 보면, 기온이 상승하면 기체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전 세계에서 물의 순환(water cycle, 비가 내리고 강물이 바다로 흘렀다가 증발되어서 구름이 되고, 다시 비가 내리고)이 훨씬 강해져서 비가 한 번 올 때 왕창 내리고, 증발할 때 왕창 증발하게 됩니다. 습한 곳은 더 습하고, 가문 곳은 더 가무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한쪽에서는 폭우와 물난리가, 다른 한쪽에서는 가뭄과 산불로 몸살을 앓는 것입니다. 

물의 순환 개념도(이미지: https://rosalienebacchus.blog)


그런데 말이죠, 온난화, 온난화 말은 하지만 대체 얼마큼까지 온도가 올라갈까요? 1도? 2도? 아니면 10도?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 있어요. 산업화 이전 기준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2배가 되었을 때 온도 상승 폭을 평형 기후 민감도(Equilibrium Climate Sensitivity, ECS)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이퀼리브리엄, 즉 평형이라는 말을 썼지만 기후 시스템은 복잡 미묘해서 진짜 평형에 도달하려면 너무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당장 우리에게 유의미한 150년 정도 이후를 본다고 합니다.지난번 쓴 글에서 탄소배출량과 온도 상승에 대한 비유로 욕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욕조에 들어 있는 물이 2배가 될 때, 물의 높이는 몇 cm쯤 올라갈까요?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물론 욕조가 얼마나 넓은지에 따라 다르겠지요? 우리 지구라는 욕조가 어떻게 생겨먹었으며 물이 어떤 방식으로 차오르는지 과학자들은 전부터 열심히 연구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1.5도에서 4.5도라는, 상당히 널뛰기 같은 숫자가 나와 버렸어요. 밑면의 넓이 곱하기 높이만 하면 나올 우리 집 욕조와는 달리, 지구는 아주아주 복잡한 기후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기후변화와 욕조의 비유(이미지: Climate Interactive)

일단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 우선 지구 면적 반 이상을 덮고 있는 바다가 이를 마구마구 삼켜 버리고요(이로 인해 바닷물이 점차 산성화 되고 있는 건 또 다른 문제고요ㅠㅠ). 또 여러 피드백 현상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하얀색이 햇빛을 반사하는 건 다 아시죠? (중동 사막에서 흰옷을 입은 압둘라 같은 분들을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요즘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에 흰색 부분이 적어지고, 그래서 반사시킬 햇빛마저 모두 흡수함으로써 온도 상승이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앞서 말한 북극 산불도, 건조해서 발생한 산불이 온난화를 가속시켰으니 또 다른 피드백의 사례라 볼 수 있겠지요. 이런 식으로 기후에는 단지 온실 가스를 배출하는 것 말고도 여러 가지 피드백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딱 잘라서 말하기가 참 어려워요. 


이대로라면 2060년이면 산업화 이전에 비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2배가 된다고 하는데, 인류는 그에 대한 대가도 정확히 모르면서 지금 이 순간도 화석 연료를 태우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1도, 2도 가지고 난리법석인데, 1도 올라간다고 뭐 그리 문제냐고요. 수박바를 찾게 되는 더운 여름날, 32도나 33도나 그게 그거 아니냐 말이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게 그거..가 절대로 아닙니다.

Six Degrees, by Mark Lynas

Mark Lynas라는 분이 쓴 Six Degrees라는 책이 있는데요, 국내에도 <6도의 악몽>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어요. 이 책은 1도부터 2도, 3도.. 해서 6도까지 각각의 온도 상승 시나리오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요. 상당수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저는 1도 부분을 읽다가 '아니 벌써 이러면 나중에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려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1도 1도는 지구의 생태계에, 우리의 생존에 절대적인 영향을 줍니다. 


1도 상승에는 '산호초 70퍼센트가 죽거나 사멸 중' '해양 온난화로 인해 허리케인 증가' 등의 얘기가 나오는데요, 이미 친숙합니다. 2도부터는 더 무서워요. 빙하 녹는 속도가 2배가 되며, 아마 북극곰은 멸종할 것이라고 합니다. 지구 기온이 2도 상승하면 그리란드의 빙하가 전부 녹을 확률이 큰데, 그렇게 되면 140년 경의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맨해튼, 런던, 상하이, 방콕 등이 침수할 것이라고 해요. 


3도 상승하면 아마존 열대우림 유역이 완전히 말라버려 그 지역에 사는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할 것이고, 생물다양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입니다. 북극 빙하는 80퍼센트가 사라질 것이고, 갑작스러운 기온 상승으로 식물 종 다수가 멸종할 것입니다. 4도가 올라가면 해수면이 50cm나 상승할 거예요. 현재 기후 민감도 위쪽 끝자락이 4.5도인데요, 만일 그 이상으로 5도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아는 지구의 모습을 띄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빙하와 열대우림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에요. 6도는 말 그대로 디스토피아고요. 


즉, 1도 상승은 단지 우리가 전보다 더 덥다고 느끼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빙하가 녹아서 가엾은 북극곰들이 살 곳이 없는 사실보다도 훨씬 더 포괄적인 문제입니다. 탄소배출량을 결국 줄이지 못하면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가 아니라 그 이상이 되어 버리면요? 정말 끔찍한 상상입니다. 


최근에 불확실성의 범위 중 2도 이하는 버려도 된다는 연구 결과[2]가 나왔어요. 확실히 그 이상 올라갈 테니 더 이상 변명 말고 제대로 대처하자는 결론이 나오죠. "인간의 흑역사"라는 책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이유로(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아니면 그저 딴지를 걸려는 청개구리 심보로) 이를 부정하고 있다. 그래서 '뭔가 조치를 좀 해보자' 단계가 겨우 진행될 듯하다가도 꼭 번번이 '사실인지 토론부터 해보자' 단계로 되돌아가곤 한다. (...)
다시 말해 우리는 지금 단체로 '귀 막고 딴청 피우며 못 듣는 척'하고 있다. 그럴 게 아니라 자기 집에 불난 것처럼 혼비백산해 뛰어다녀야 하지 않을까?
 
- 톰 필립스, <인간의 흑역사> 중

세계 곳곳의 이상 징후를 이만큼 실감했으면 이제는 정말 혼비백산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표지 사진 출처: Wired.com

[1] https://www.nytimes.com/2020/07/07/climate/climate-change-arctic-fires.html

[2] https://www.carbonbrief.org/guest-post-why-low-end-climate-sensitivity-can-now-be-ruled-out?utm_campaign=Carbon%20Brief%20Daily%20Briefing&utm_medium=email&utm_source=Revue%20news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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