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해 나를 죽였다.
나의 삶은 너로 충분했고,
나의 삶은 너여야만 했다.
더 이상 내가 필요한가.
나는 너, 하나면 됐다.
그저 너에게 속한,
무언가 이기를 바랐다.
그래서 생각했다.
나를 죽이자.
어느 날엔가, 문득 다짐했었다.
그리고 나의 모든 것을 지웠다.
취향, 생각, 표현, 감정.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나의 온 신경은 너에게 쏠렸고
그에 반응하는 게 존재의 이유였다.
그리고 그게 행복함 보다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 다짐이었고,
그런 행동이었다.
네가 떠나던 날.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너인데,
떠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얼마를 헤매었을까.
또 다른 너를 찾아야 하나.
이미 나를 지워내고 위탁해 버려서,
나는 기댈 곳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어.. 이게 맞나?
너는 누군데?
애써 벗어나려 노력했다.
나를 위탁하면 안 된다.
그런 행동이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뿐만 아닌 너에게도.
잘 잡아왔다고 생각했다.
아니, 나도 모르는 새 다시 나를 죽였다.
어쩜 그리도 나에게는
모질게 대할 수 있는지.
몇 번이고 죽여버리는지.
그리고 몇 번이고 다시 살아내려 하는지.
나를 죽여 너를 바라보는 건,
결국 모두를 죽이게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분석이 있다.
가족, 가까운 사람을 대할 때
'나'와 동일시한다고.
실제로 뇌가 그렇게 인식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더 막 대하고, 화를 낸다.
모두가 그러하듯 스스로에게는 가혹하다.
위의 결과와 합치면 다른 얘기가 된다.
내가 나를 막 대하는 순간들은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가까운 이들을 다치게 한다.
나에게 가혹하다 생각한 순간들은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죽이는 일이다.
어쩌면 나의 불안이
나를 버리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불안은 언제나 눈에 띈다.
불안은 전염성이 강하다.
나만 불행한 것은
나와 동일시하는 가까운 이들에게 전해진다.
다시, 표현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의 감정을 닮아간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면
그들도 스스로를, 나를 사랑하고 아낀다.
나를 굳건히 함으로써,
모두를 지킬 수 있다.
너를 위해 나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해 나를 다시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