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지인 Mar 07. 2024

회사 생활, 까짓것 별거 없네

    오늘은 꽤나 기분 좋은 목요일이었다. 회사에서 업무가 그리 바쁘지도 않았고, 매 주 있는 주간 미팅에서 큰 피드백을 받지도 않았기에 미팅 후에도 할 일이 많지는 않았다. 7시가 퇴근 시간인데, 시간이 꽤나 널널하게 느껴져서 탕비실을 몇 번을 들락날락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사 밖을 나서며, 회사 동료들과 지하철 역 앞까지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며 헤어졌다. 사실, 바로 헤어진 건 아니었고 한 팀원분과 나는 화장품 가게에 들렀다. 오늘이 빅 세일 마지막 날이었기에, 절대 놓칠 수 없단 생각으로 알람도 맞춰놨었는데 마침 동료분도 사야 할 물건이 있다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붐비는 가게 내부에서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요즘 나온 신상 테스터를 써보며 이런 저런 기대감을 나누다가 매장 밖을 나섰다.

    

    그렇게 둘 다 양손 무겁게 지하철에 올라타서 못 다한 이야기를 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기분이 갑자기 드는 걸까?"싶었는데 문득 집에서 저녁 준비를 하다 내 머리를 스친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내 스스로 꽤나 지금 회사에 잘 적응했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난 사실 몇 개월 전 이직을 하기 전만 해도 적지 않게 걱정이 많았다. 회사 내에서 편하게 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 있었던 터라 새로운 회사에서 이들처럼 좋은 사람들을 다시금 만날 수 있을까하는 막연한 불안감과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걱정이 기우라는 것을 증명하듯 나는 웃으며 회사 동료와 퇴근길을 함께 했다. 그런 나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지난 시간 내가 마음 속으로 가져온 수많은 걱정들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그 덕에 퇴근길에 내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웠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내 마음을 알고리즘이 또 알아챈 것인지 가수 장기하님이 유퀴즈에 출연한 모습이 추천 영상에 떴다. 그리고, 영상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너무 애쓰려고 하면 될 일 조차 잘 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평소에 신경쓰는 게 많은 사람이라면 "이것 하나쯤은 이러나저러나 상관없는 것은 아닐까?"라는 마인드를 가져보라는 것이었다. 문득 회사 생활을 너무 잘하려고 애쓴 나의 마음가짐이 나한테 되려 부담감만 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을 하고 산들 더 잘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내 마음이 가는대로, 안되면 안되는대로 그저 살아도 되지 않을까.


    

참고: tvN <유퀴즈온더블럭>
참고: tvN <유퀴즈온더블럭>
이전 20화 이직 후에 내향인이 되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