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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지인 Jun 26. 2024

엄마의 수술, 그리고 러닝의 시작

4월은 나에게 여러모로 다채로운 한 달이었다. 그리고, 그 많은 일들 중 하나는 바로 엄마의 갑작스러운 수술이었다. 2년 전에도 엄마는 꽤나 큰 허리 수술을 받으셨는데, 문제는 그 수술 이후에 이상한 통증을 엄마가 느꼈다는 것이었다. 다리가 저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순간 그걸 넘어서서 다리가 차다고 말을 하고, 저린 느낌이 지나고 나니 다리 자체가 무감각하게 느껴진다는 엄마였다. 엄마는 허리 수술로 인한 부작용 같은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저녁 마다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맨발로 1시간 이상 걸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 중 아무도 이 부작용에 대한 진짜 원인을 알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MRI를 한 번 찍어보겠노라 결심한 엄마는 지방에서 서울까지 먼 걸음을 했고, 병원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듣게 되었다. 그건 바로 등에 "종양"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아침 6시에 MRI 예약을 잡아둔터라 엄마가 들어간 사이에 의자에 앉아 졸고 있었는데, 종양이 있어서 오늘 바로 정밀 검사를 하고 입원하게 되었다는 말까지 전해 듣고는 나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의사파업으로 수술 예약을 잡기가 굉장히 힘든 시기였는데, 엄마의 허리 수술을 담당해준 의사 선생님께서 최대한 빨리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에 일주일도 안되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엄마는 수술 당일 꽤나 긴장한 모습이었고, 그런 엄마를 최대한 위로해주려고 노력했지만 잘 와닿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3시간 쯤 지났을까? 수술을 마친 엄마를 마주하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차가운 수술실 침대에서 몇 시간 누워있었던 탓에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엄마를 마주하곤, 손을 잡아주고 이불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거 말곤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엄마의 수술 이후 일주일 정도 되는 기간 중, 며칠은 보호자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면서 엄마 곁을 지키기도 하고, 환자 휴게실에서 노트북을 들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엄마가 얼른 낫기를 하루하루 더 바랄 수 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수술 후 2-3일 쯤 됐을 때부터 엄마는 침대에서 등을 떼고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나중엔 병원을 스스로 돌아다니다가 병원 밖을 혼자서 산책할 만큼 엄마의 몸은 빠르게 회복이 되었다.


그리고,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에서 얼마나 큰 행복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 생각을 시작으로 지금부터라도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낯선이들과 당근에서 진행했던 몇 차례의 산책을 끝내고, 나는 본격적으로 "러닝"을 시작해 보기로 결심했다. 사실 "혼자 뛸까? 러닝크루에 가입할까?"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크루에 참여하기에 지금 당장의 러닝 실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졌고, 혼자 뛰기엔 운동 의지박약인 나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에 이번에도 당근의 도움을 받아보자!라고 결심했고, 우연히 다이어트를 위해 러닝을 같이 할 사람을 찾는다는 한 글을 보고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다.


왠지 글만 읽어봐도 운동에 대한 의지가 넘치는 사람 같아서 호기롭게 연락을 하게 되었는데, 메시지를 보낸 바로 그 날 저녁, 우리의 첫 번째 러닝 일정이 잡히게 되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러닝메이트를 기다리고 있는데, 왠걸..? 그는 겉모습만 봐도 운동에 굉장히 진심인 사람이었다. 왠지 이 사람이랑 하면 다이어트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기대감도 잠깐. 대화를 나눠보면서 예상치 못하게 알게된 그와 나 사이의 몇 가지 공통점으로 인해 다시금 혼란스러운 감정이 들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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