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싱(소독)은 인턴이 가장 많이 하는 술기이다. 상처 드레싱, 몸에 관 꽂은 부위 드레싱, 수술 부위 드레싱, 욕창 드레싱, 화상 드레싱 등등 종류도 많고, 큰 병원에 입원할 정도면 환자마다 드레싱 거리 한 두 개씩은 가지고 있다. 이렇게나 많이 하는 술기인데, 누구 하나 정석 드레싱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사실 정석이라고 할 것도 거의 없다. 그래서 인턴마다 드레싱 스타일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데, 내가 생각하는 드레싱 성공 기준은 단 한 가지, ‘환자의 만족’이다.
드레싱에서 위생, 청결, 무균 등은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고, 거기에 더하여 환자가 만족하는 드레싱을 해야 한다. 드레싱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는 동시에, 누가 봐도 깔끔하면서 잘 안 떨어지고, 환자의 ‘어느 방향으로 붙여주세요’ 하는 요구까지 들어주면 된다. 이게 말은 쉬운데 생각보다 어렵다. 반창고는 끈적거리고, 소독약은 어느새 침대에 줄줄 흐르고 있고, 생각 없이 덕지덕지 붙이다 보면 모양이 흉측해진다. 그만큼 신경 쓸게 많은 술기이다.
드레싱도 ABGA처럼 한 환자에게 여러 인턴이 돌아가면서 시행하기 때문에 다른 인턴의 드레싱 결과물을 구경할 기회가 상당히 많다. 한 병동 전체의 드레싱을 쭉 돌고 나면 전날 드레싱을 한 인턴의 성실도를 알 수 있다. 이전 인턴이 잘 못해줘서 환자가 화가 났더라도, 살살 잘 달래서 멋진 드레싱으로 환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좋은 인턴의 덕목이라 할 수 있겠다.
개인적인 지론이 있다. 드레싱은 병원의 이름을 걸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드레싱 한 번에 환자가 내는 돈은 천원도 안 되지만, 입원하는 환자와 보호자가 병원과 의사를 평가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드레싱이다. 그 이유는 매일 받는 술기이기도 하고, 의사가 아닌 누가 보더라도 잘했는지 못했는지 즉시 평가가 가능한 아주 단순한 술기이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꼼꼼하게 드레싱을 받는다면 병원에 대한 만족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또한 드레싱은 환자와 교감하며 친밀감을 쌓는 데에도 가장 좋은 술기이다. 매일 환자의 몸에서 가장 아픈 부분을 깨끗하게 해주는 일이니만큼, 의사가 잘해줬을 때 환자가 느끼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드레싱 하면서 잘 낫고 있는지 봐주고, 다른 아픈 곳은 없는지 물어봐주고, 희망적인 말 한마디 얹어준다면 그게 바로 최고의 드레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