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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텔리안 토드 Oct 07. 2021

외국어 실력이 부족해도 호텔리어를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호텔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영어는 기본이고 추가로 한두 개의 제2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TV나 드라마 등 매체를 통해 그려지는 호텔리어는 주로 외국인을 상대하며 자유자재로 영어를 구사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국어 실력이 부족해도 호텔리어를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외국어를 못해도(여기서 못한다는 건 자유로운 대화가 어렵다 정도이다.) 호텔에서 근무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


다만, 외국어 실력의 필요 유무와 정도는 근무지(국내, 해외)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며, 개인의 목표 설정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국내 호텔에서 근무한다면,


국내 호텔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고, 앞으로도 해외 호텔 근무에 대한 계획이 없다면 외국어 실력이 호텔리어가 되기 위한 가장 절대적인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손님의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담당하는 리셉셔니스트(프런트 오피스 직원)의 경우 생각보다 반복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다. 상황에 따라 변수가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손님은 숙박을 하러 오는 것이고, 정해진 시기에 체크아웃을 하는 것이니 이때 사용하는 영어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면 손님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만,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호텔에 적합한 인재라고 볼 수도 없다.


두 직원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 직원은 영어는 수준급으로 잘 구사하는데 업무 센스가 없고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한편 다른 한 직원은 영어는 부족하지만 사교적이며, 센스가 충만하고 눈치가 좋아서 손님들과의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당신은 어떤 직원을 고용하겠는가?


실제로 모든 호텔리어가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할 줄 안다거나, 제2외국어를 가볍게 구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더욱이 국내 호텔에서 근무한다면 외국어 실력은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호텔리어가 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물론 한국에 있는 글로벌 호텔 체인에서 근무할 경우에는 부서장이나 호텔 총지배인이 외국인인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또한 절대적인 영어 수준을 요구하지 않는다.




해외의 글로벌 호텔 체인에서 근무한다면,


한편 해외에 있는 글로벌 호텔 체인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연하게도, 해외에서 외국어를 사용하는 빈도는 한국에서 외국어를 사용하는 빈도보다 현저히 높다.


호텔에서 손님과 직접 대면하는 프런트 오피스는 영어 실력이 필수적이니 논외로 하고, 여기서는 백오피스(세일즈 앤 마케팅, 재경부, 시설부 등)를 대상으로 얘기하겠다. 각 부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지난 글을 참고하시길. (참고 - 호텔에 영업부서가 있다고? (1))


내가 일하는 부서의 직속 상사나 부서장이 한국인이라면 해외에 있는 글로벌 호텔체인이라고 해도(가정해 본것이다) 굳이 영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상사가 외국인이라면? 당연히 전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총지배인이 외국인일 경우에는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더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영어만 할 줄 알면 되는가?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중국에서는 다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호텔로 처음 이직했을 당시 나는 중국어를 한 마디도 할 줄 몰랐다.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은 영어였고, 더군다나 백오피스이기 때문에 영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일하던 호텔의 중국인 직원들의 영어 실력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때 나는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영어를 고집해서 불명확한 대화를 이어나가느니, 내가 중국어를 배워서 보다 명확한 의사소통을 하는 편이 훨씬 좋을 거라고. 이후 중국어를 배우고, 부서장이 되면서 직원들과 중국어로 대화하고, 중국어로 업무 소통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어 실력이 한층 향상되기도 했다.

영어로도 의사소통은 가능했겠지만, 직원들의 모국어인 중국어를 통해 직원들과 더욱 깊은 대화가 가능했고, 이는 부서를 운영하고 원활한 업무를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현재는 베트남에서 근무하고 있다. 중국과는 달리 호텔 직원들의 영어 실력이 수준급이다. 업무 지시나 회의, 이메일 등 영어로 무리 없이 소통이 가능하다. 물론 중국에서처럼 자국어를 사용한다면 더 깊게 대화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좀 먼 이야기 같다.


이는 호텔 브랜드에 따른 차이일 수도 있다. 내가 중국 베이징에서 근무하던 호텔은 비즈니스호텔로, 아주 높은 영어 실력을 요하지 않았다. 한편 지금 근무하는 베트남 호텔은 럭셔리 브랜드로 기본적으로 수준급의 영어 실력을 요한다. (브랜드와 직원의 영어 수준의 상관 관계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종합하자면 해외 호텔에서 근무하고자 한다면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보는 게 맞다. 영어를 할 줄 안다고 해도 각 나라나 호텔마다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언어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은 영어이다.




영어는 필수, 제2외국어는 선택?


호텔리어로서의 목표가 총지배인이 되는 것인가? 또는 글로벌 호텔 체인 본사에서 근무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영어는 필수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본사는 미국에 위치하고 있고, 내가 속한 베트남의 지역 본부(Regional Office)는 태국에 위치하고 있다. 내가 막 호텔에 입사한 신입사원이라면 호텔 본사 또는 지역 본부와 연락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내 위치에서는 호텔 본사, 지역 본부와 직접 소통을 하는 것이 업무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호텔 총지배인(외국인)과도 매일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업무 관련 내용'으로 말이다. 업무와 관련하여 영어로 듣고 말하고 쓰는 것이 어렵다면 일을 할 수 없다.


심지어 본사에서 진행하는 교육(대학교에서의 전공필수 같은 개념) 또한 모두 영어로 되어 있다. 즉 글로벌 호텔 체인 그룹에 속한 호텔에서 일하려면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제2외국어를 할 수 있다는 건 호텔리어에게 큰 메리트이다. 중국에서 일할 때 중국어 실력이 좋아지면서 직원들과 뿐만 아니라 고객들과도 중국어로 소통이 가능해지자 더 많은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었다(당시에도 영업마케팅 부서 소속이었다).


또한 나는 대학교에서 복수전공으로 일본어를 공부해서 일본어로 비즈니스 대화 정도는 가능한 수준인데, 이는 실제로 일본 기업들과 계약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한 예로, 중국 천진에서 일하던 당시 일본 기업의 대표와 직접 호텔 계약 건으로 미팅을 가진 적이 있었다. 미팅은 일본어로 진행됐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외국어 실력이 업무에 절대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외국어 실력은 적어도 고객들과의 아이스 브레이킹에는 도움이 되며, 경쟁사에 비해 비교 우위를 나타내는 건 확실하다.









마치며 ─ 호텔리어를 꿈꾸는 분들에게

호텔리어가 되고 싶거나, 이제 막 호텔에서 일하게 된 신입사원이라면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시길 추천한다. 이미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제2외국어를 하나 더 공부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나 역시 지금도 다른 언어들(베트남어, 독일어, 프랑스어)을 계속 공부하고 있고, 배우려고 계획 중이다. 내 업무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호텔리어로서 만나게 될 많은 사람들과 더 깊게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호텔리어가 통역사는 아니다. 하지만 호텔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나와 다른 세계를 알아가는 새로운 경험을 쌓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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